기브스의 한국인 여행자와 한국말이 유창한 터키인 가이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여행의 금언을 따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스탄불의 주요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일투어를 했다. 마이 리얼트립 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미리 신청했는데,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블루 모스크, 아야 소피아성당, 지하 물탱크 궁전, 카프카 궁전 등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오스만 제국 때 지어진 이슬람 사원인 블루모스크 (술탄마흐멧 자미)의 거대한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술탄과 일반사람들이 동등하다는 이슬람의 가치가 인상적이었다. 오바마가 만져서 유명 인사가 된 고양이도 봤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고양이와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아야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동로마) 제국을 대표하는 동방 정교회 성당이었는데15세기 비잔틴 제국의 멸망으로 인해 성당에서 이슬람사원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수 많은 성화가 있던 성당 내부 벽은 회칠로 덮였고 구조도 일부 변경되었다. 지금은 회칠을 벗겨내어 성화와 모자이크 등이 복원되어 있다. 동방 정교회와 이슬람의 묘한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만일 그 때 성당을 아예 파괴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볼 수는 없었겠지…
일일투어는 단촐했다. 우리가족은 투어 시작시간인 아침 8시경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터키 현지인 가이드와 인사를 했다. 우리 가족 이외에 추가로 한 명이 더 일일투어를 신청했단다. 주변을 둘러 보고, 사진을 찍고, 길거리에서 파는 터키식 베이글인 시미트(Simit)를 사서 먹으며 한참을 기다렸다. 가이드가 여러 번 통화를 하고 나더니, 다른 투어 참가자는 늦으니까 우리끼리 먼저 투어를 시작하자고 했다. 9시쯤 되었을까? 30대로 보이는 덩치 큰 한국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거의 한 시간 정도 투어에 늦은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한쪽 팔에는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얼굴은 멀쩡해 보였다. 그가 투어에 늦은 사연을 들려줬다.
이스탄불에 전 날 도착한 그는 지리를 잘 모르므로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났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숙소 근처 역에서 노선도를 보고 있는 그에게 모르는 터키 사람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더니, 친절하게도 교통카드를 대신 사 주겠다고 했단다. 그 터키사람은 100 터키리라 (대략 5만원) 지폐 한 장을 받아서 교통카드를 사왔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겠다며 트레인을 타고 함께 이동했다.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고 알려준 후에 터키 사람은 중간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가 노선도를 찬찬히 보았더니, 목적지와는 정반대방향으로 지하철을 탄 거였다. 지하철을 갈아 타려고 보니 교통카드에는 단지 8 터키리라만이 충전되어 있었다. 눈뜬 상태에서 완벽하게 사기를 당했던 것이다.
일일 투어 가이드의 생김새는 분명 터키 사람인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놀랐다. 그는 터키의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전공한 후에 한국에서도 몇 년간 공부를 했단다. 그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터키의 전반적인 역사는 물론 유적지들에 대한 이해를 많이 높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카프카 궁전을 둘러볼 때였다. 어느 조그만 전시관 앞에서, 그 만의 독특한 억양으로 “볼 만 하지 않아요” 라는 말을 했다. 무슨 뜻으로 얘기한 것인지 몰라 물어봤더니, 별로 볼게 없다는 뜻 이란다. 나중에 그는 우리 가족 사이에서 “볼 만 하지 않아요” 가이드로 통했다.
아내가 있지만 훌쩍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나오고, 팔에는 기브스를 한 채로, 사기를 당해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여행을 즐기는 일일투어 동료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여행 정보
· 이스탄불의 유적지들을 둘러 볼 때 가이드 일일투어를 강추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훨씬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 시간이 없더라도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만은 꼭 보자.
· 블루 모스크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남자의 경우 긴 바지가 필수다. 여성인 경우 머리를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써야 하고, 긴 바지나 치마를 입지 않았다면 스카프로 가려야 한다. 스카프는 블루 모스크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 술탄아흐메트 광장 근처에 “꽃보다 누나”의 이승기 맛집으로 알려진 술탄아흐메트 쾨프테지시(SultanachmetKoftecisi)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양고기 냄새를 싫어해서 양고기를 먹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이 아주 맛있게 양고기 케밥을 먹었다. 한국식 떡갈비와 비슷한 쇠고기 쾨프테(Izgara Kofte)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