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항공기 안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처음 타보는 카타르 항공기 좌석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자주색 유니폼의 승무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 드디어 미지의 곳으로 출발하는 구나.
그 동안 여행준비를 하며 참 행복했다. 여태까지 수 많은 여행을 했지만, 이렇게 기쁘게 하루하루 몇 일이 남았나 손꼽아 기다린 여행이 있었나 싶다. 숙소를 하나 하나 예약하면서, 일일 투어를 알아보고 선택하면서,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여행정보를 얻어 일정을 수정하면서, 준비과정에서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여행 출발 6개월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은 이후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하나씩 준비했기 때문에, 여행준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온전히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딸내미가 어제 3개월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호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이 여행의 설레임을 더욱 크게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 가족과의 추억 많이 만들기. 김동영님이 지은 “나만 위로할 것”이라는 책에 다음의 구절이 나온다. “여행은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내 인생의 바퀴를 좀 더 풍요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들이에요.” 우리 가족의 바퀴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여행을 기대해본다.
· 아내와의 세 번째 허니문. 결혼 10주년 기념여행이 두 번째 허니문이었으니 이번은 세 번째 허니문.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20년을 함께 계획한다.
· 휴식, 여유, 자유로움. 여행기간 중 하루나 이틀은 가족 각자가 자유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또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나 에피소드도 받아들이고 즐기려고 노력한다.
· 현지 음식, 와인, 커피 등을 즐긴다.
· 엽서를 사서 매일 하나씩 글을 쓴다.
감사하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음이. 어쩌면 딸내미와 하는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딸내미가 대학을 입학하고 사회에 나가서 독립하면 함께 여행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지겠지. 여행내내 하루하루 감사하고 웃고 여유롭자.
비행기 옆 좌석에서는 딸이 잡지를 뒤적이고 있고 아들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고 아내가 딸 아들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