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있다는 이아 마을 노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는 산토리니섬 이아 마을의 노을을 보기로 한 날이다. 일찌감치 이아 마을에 도착했다.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아틀란티스 서점을 둘러보고, 하얀 집들과 새파란 바다의 절경을 느꼈다.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 전망 좋은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노을이 질 시간을 기다렸다. 노을이 지기 한 시간쯤 전에 가장 좋은 위치라는 성채에 올랐다. 이미 성채에는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부부들끼리, 가족들끼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옆 사람과 대화를 즐기거나 혹은 바다와 태양을 바라보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신혼부부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전문 사진사와 함께 성채로 올라왔다. 세 명 모두 바빠 보였다. 사진사의 지휘 아래 서너 컷의 사진을 황급히 찍고 나더니 훌쩍 가 버렸다. 그 신혼부부는 인생에서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즐기기는커녕 무표정하고 지친 모습으로 통과의례를 치르는 듯 보였다. 우리도 나도 현재의 기쁨의 순간을 진정으로 즐기기보다는 의무감으로 아무런 감동 없이 지나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얼마 후 또 다른 아시아 출신 신혼부부가 올라왔다. 사진사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들에게 신혼부부의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만 자리를 비켜줄 것을 부탁했다. 그 젊은이들은 순순히 자리를 양보했다. 불과 몇 분만에 사진 촬영은 끝나고, 신혼부부와 사진사는 성채를 내려갔다. 그런데 이삼십대로 보이는 두 명의 금발 여자가 오더니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닌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젊은이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옆에 서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두 명의 여자에게 다가가, 정색한 표정으로 원래는 옆의 세 명의 자리였으나 신혼부부를 위해 자리를 잠시 양보한 거니까 그들에게 자리를 돌려주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자리를 비켜주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칼레라 해를 바라보았다. 좀 더 여유 있고 유머스럽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얘기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아마도 그들 또한 인생에 한 번 산토리니 이아 마을을 방문해서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는 노을을 보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내 공부가 아직 멀었다.
이아마을의 해는 성채에 모인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검붉은 바다로 빠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