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한 약 2주간의 터키 그리스 여행을 마쳤다.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투어였다. 각종 기암괴석들을 일출과 함께 즐겼다. 또한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르는 자유로움과 스릴을 한껏 만끽했다. 카파도키아 숙소 직원의 친절도 기억에 남는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는 웅장하고 대단했다. 근데 이스탄불에서 우리 가족이 관광했던 곳 바로 근처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음을 그다음 날 알게 되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3명이 다치는 조그만 규모의 테러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타깝고 한편 감사했다.
터키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많았다. 이스탄불에서 하루에 세 번 택시 바가지를 썼다. 처음에는 기분 나빴는데, 웃어 넘기기로 마음먹은 순간 추억으로 변했다. 카파도키아 공항 주차장에서는 자동차 밴 안에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석양, 하얀 집, 파란 돔. 눈을 돌리면 엽서의 그림 한 장면씩 연출되었다. 하루 동안의 개인적인 자유시간도 좋았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니케 신전, 아고라 광장 등 아테네의 여러 고대 유적지도 훌륭했다. 그리스식 샐러드, 수블라키, 기로스, 해산물 파스타 등 그리스 음식에 매료되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에피소드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고 휴식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멋진 유적지보다, 맛있는 음식보다, 웃음 짓게 하는 추억거리보다 더 크게 얻은 게 있다. 바로 사춘기 아들의 변화였다. 여행 전에는 신경질을 많이 내고 말도 거의 없었다. 사춘기라서 그렇지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여행 후에 말이 많아지고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여행을 2주일 넘게 함께 하면서 대화할 기회가 많았던 덕분이리라. 여행 이후 가끔 가족 식사자리에서 터키 가이드의 특유한 억양과 말투를 흉내 내며 웃기도 했다. "이건 볼만 하지 않아요." "이건 쓸만하지 않아요."
이번 여행은 여행 전 준비, 여행 자체 그리고 여행 후 모두 토실토실한 알밤처럼 풍요로웠다. 감사하다.
다음 가족 여행지는 격렬한 토론 끝에 페루 마추픽추로 정했다. 벌써 가슴이 설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