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크루즈 여행을 향하여

by 박유신 Scott Park

구름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게 되면 맘이 설렌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일까?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을까?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길일까? 연인과 함께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걸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맞은편에 정박되어있는 크루즈 배를 보게 되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진다.


2016년 10월 초쯤 어느 토요일이었다. 성당에서 친하게 지내는 세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푸짐한 음식, 와인과 맥주의 알코올로 인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여행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나와 아내는 일 년 육 개월쯤 전에 꽃보다 남자로 유명해진 뉴칼레도니아와 바누아투를 크루즈로 다녀온 후 크루즈 여행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다른 두 가족은 크루즈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세 부부가 의기투합을 하여 일 년 후인 2018년 연초에 약 열흘 정도 뉴질랜드로 크루즈 여행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크루즈 여행 경험이 있던 내가 여행 패키지를 알아봤다. 1월 중순에 9박 10일 일정으로 로열 캐리비언이라는 크루즈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제일 괜찮았다. 카톡의 단체톡 방을 이용해서 그 두 가족에게 일정, 가격, 배의 시설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다들 좋다고 했다. 그래서 A$ 400 (원화로 약 33만원)을 내고 2인용 캐빈 두 개를 예약했다. 방 하나는 우리 부부가 쓰고, 다른 방은 딸과 아들용이다. 1년쯤 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배에서 음료, 쇼핑 등에 맘대로 쓸 수 있도록 Onboard Credit (우리의 경우 A$ 200)을 받을 수 있고, 선호하는 위치의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마치 극장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매할 때 어떤 좌석들이 비어 있는 지를 확인하여 맘에 드는 좌석을 선택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한 가족이 아이의 중요한 시험 때문에 여행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다른 가족도 세 가족이 모두 함께 가지 않으면 안 가겠단다.

'아, 식빵. 다들 좋다고 해서 예약을 했는데, 지금 와서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쩌라는 거야?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비 A$ 400은 그냥 날라가는데.'


아내와 상의한 후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밀고 나아가기로 했다. '함께 갈 가족을 찾아보고 만약 없으면 우리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 되지.' 그후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크루즈 여행에 대한 '전도'를 했다. '전도' 기간이 거의 1년이었다. '아, 전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아이들의 스케줄 때문에, 휴가를 내기 힘들어서, 크루즈 여행은 노인들이나 가는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함께 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전도'빨이 먹혔다. 여행 출발 2주 전에 극적으로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그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고3 (호주에서는 Year 12)인 큰 아들의 대학 입학 면접시험 기간과 크루즈 여행 기간이 겹쳐서 여행을 함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면접 없이 서류전형만으로 입학심사가 이루어지는 대학을 선택하게 되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비용은 우리 가족이 내는 금액의 두 배였다. 비행기에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이 있듯이, 크루즈 배에는 Inside Room과 Balcony Room 이 나뉘어 있다. Inside Room은 배의 안쪽에 있기 때문에 방안에서 바다를 볼 수 없지만 Balcony Room은 별도의 개인 발코니가 있다. Balcony Room의 가격은 보통 Inside Room의 두 배가 넘는다. 친구는 일정이 촉박하여 Inside Room을 얻지 못하고, 누군가 취소를 한 발코니 룸을 예약해야 했던 것이었다.


근데 크루즈 여행이 뭐가 좋은가?


- 망망한 대해에서 온전히 즐기는 일몰과 일출. 때로는 정장을 입고 때로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코스요리 저녁식사를 즐기며 바라보는 일몰은 환상적이다. 맥주 한 병을 옆에 두고 비치 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 졸다를 반복하는 여유로움도 빼놓을 수 없다.

- 푸욱 쉴 수 있다. 휴대전화 터지지 않는다. 배에서의 인터넷 요금은 엄청 비싸다.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진다. 대신 가족들과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비용 대비 효과 (가성비)가 다른 여행에 비해 훨씬 높다. 크루즈 비용 안에는 숙박은 물론 식사 3끼와 간식, 각종 엔터테인먼트 쇼, 피트니스 센터 등 시설 이용비가 포함되어있다.

- 저녁식사 후에 매일 다른 각종 엔터테인먼트 쇼를 즐길 수 있다. 선박 승무원들이 연습해서 쇼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직접 쇼를 공연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했던 쇼들도 크루즈 여행에서 즐길 수 있다. 락 (Rock) 바이올린 공연, 인지도 있는 가수의 콘서트, 뮤지컬, 코미디 쇼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진다. 댄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매일매일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다.

- 친구 아내에게 크루즈 여행에서 뭐가 제일 좋은 지를 물었더니, "식사 준비 걱정에서 해방되어 너무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에서 24시간 내내 먹거리가 제공된다. 보통 아침과 점심은 뷔페에서 먹고,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코스 정식을 먹게 된다. 핫도그와 피자 같은 간식도 무한 제공된다.

- 짐 싸고 이동해서 숙소를 잡고 짐을 풀어야만 하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이다. 가방 무게를 고민할 필요 없이 필요한 거 다 싸가지고 가면 된다.


예약을 한지 어느덧 1년 3개월의 시간이 흘러 크루즈 여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감사하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아무도 아픈 사람이 없어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설렌다.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 어떤 쇼를 보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