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배에서 처음 한 일

뉴질랜드 크루즈 여행 두 번째 이야기

by 박유신 Scott Park

여러분이 크루즈 배에 올라탔다면 제일 먼저 뭐를 하고 싶은가요? 뻥 뚫린 야외 수영장에서 한가롭게 수영하기? 바다를 바라보며 러닝머신(트레드밀)에서 땀 흘리기?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기? 바(Bar)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음미하기? 매력적인 상대를 찾아 작업 걸기? 아니면 일찌감치 카지노에서 대박의 꿈을 펼쳐보기?


하지만 우리 가족이 크루즈 배에 올라타자마자 처음 한 것은 비상안전훈련이었다. 우리가 배에 타자마자 모든 승객은 지정된 장소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여러 번에 거쳐 나왔다. 승객들은 각자 지정된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든 승객은 크루즈 배에 타면서 씨패스(Sea Pass)라고 하는 개인용 카드를 받게 된다. 그 카드를 이용해서 객실을 들어갈 수 있다. 술, 카지노, 쇼핑 등 별도의 돈이 지불할 때 그 카드만 제시하면 되고, 나중에 합산하여 정산을 한다. 그 개인카드에 가장 크게 인쇄되어 있는 것은 본인 이름도 아니고, 객실번호도 아니고, 식당 이름도 아니다. 바로 비상 대피할 때 모여야 하는 구역 위치가 가장 크게 인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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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씨패스는 찾을 수 없어서 인터넷으로 검색)


형광색 옷을 입은 승무원들이 모든 승객들이 비상대피 장소로 모였는지 일일이 확인을 하였다. 참석하지 않은 몇 명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부르고 방송을 했다. 마침내 마지막 한 명까지 출석 확인을 마쳤다. 이어서 대피 장소 곳곳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구명조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입는지, 비상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했다.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은 앞에서 직접 승무원들이 시범을 보였다. 교육 내내 크루즈 여행 동안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순간 세월호에서 안타깝게 스러져간 아이들이 생각났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 아이들과 내 딸이 같은 나이였기 때문에, 한국에 살 때 안산 근처에 살았기에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만약 시드니로 오지 않고 한국에서 살다가 안산으로 이사를 갔다면 내 딸을 지금 이 세상에서 못 볼 수도 있었기에…


과연 세월호에서도 이렇게 비상안전훈련을 했을까?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조금만이라도 더 안전과 생명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불감증이 근본 문제는 아니었을까? 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여가 다 되어간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찾아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지난 4년간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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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아직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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