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와우(Wow)라는 탄성을 몇 번이나 질렀다.
내가 탄 배 (Ovation of the seas)는 호주를 근거지로 하여 운행하는 크루즈 배들 중 가장 크고 가장 최신에 건조되었다. 배의 길이는 축구장 3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고, 총 16개 층으로 나뉘어있다. 승객은 최대 4,9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배에는 최첨단 기술을 뽐내기라도 하듯 놀랄만한 게 많았다.
크루즈 배에서 로봇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칵테일 바에서 말이다. 그곳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 바텐더 2대가 (2명이라고 불러야 할까?) 열심히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칵테일 바에 비치되어 잇는 태블릿에 나의 시패스(Sea Pass)를 갖다 대면 나의 이름이 표시된다. 그 후에 원하는 칵테일을 주문하면 된다. 그러면 로봇 바텐더가 열심히 로봇 팔을 움직여 칵테일을 제조한다. 마침내 내 이름이 전광판에 뜨면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시패스를 대고 칵테일을 받아 즐기면 된다. 와우!
로봇 바텐더 옆의 큰 스크린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오늘 제일 많이 팔린 칵테일이 뭔지, 연령대별로 인기 있는 칵테일, 남녀별 선호도 차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로봇과 빅데이터가 현실로 훌쩍 다가왔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첨단의 로봇 팔을 가진 바텐더보다는, 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받은 후에 현란한 손놀림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때로는 농담과 함께 잘 마시라는 말을 전하는 사람 바텐더가 그리웠다. 이러한 단상에 잠겨있을 때 60대로 보이는 한국인 부부가 태블릿 앞에서 주저주저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직전에 한번 주문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주문하는지 알려드렸다. 남자분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며 환한 미소와 함께 감사 인사를 건네셨다. 그분들도 시드니에서 오셨단다. 오, 반가워라.
https://www.youtube.com/watch?v=0Rqg8Wutn0M
첫날 저녁때 공연을 보러 갔다. 배의 맨 뒤편에 큰 공연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6개의 큰 LED 스크린이 좌우 앞뒤 위아래로 현란하게 움직이며 입체적이고 환상적인 영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각 스크린은 뒤쪽에 있는 로봇 팔을 통해 거의 360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름하여 댄싱 로보스크린이다. 어느 순간 6개의 스크린이 합쳐서 하나의 영상이 만들어졌다. 때로는 두세 개의 영상이, 때로는 6개의 각각 다른 영상이 펼쳐졌다. 와우! 신기하다.
크루즈 예약을 했을 때 내 캐빈은 가상 발코니가 있다고 했다. 가상 발코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첫날 캐빈에 들어가자마자 확인해보았다. 한쪽 벽에 출입문 크기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스크린에는 배 주변의 영상이 보였다. 배 끝에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보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캐빈의 스크린으로 전송되는 것이었다. 와우! 이거 참신하게 좋은 아이디어다. 내가 머무른 캐빈은 인사이드에 있기 때문에 밖을 볼 수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런데 이 가상 발코니 스크린을 통해 답답함이 해소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크린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제법 괜찮았다. 저녁 무렵 로봇 바텐더가 제조한 칵테일을 마시는 경험도 괜찮았다. 근데 말이다. 나는 아침에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넓은 바다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훨씬 좋더라. 지나가는 사람과 경쾌하게 아침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땀을 흘리고 있지만 표정만은 밝은 사람 바텐더가 건네주는 와인 한 잔이 로봇팔로 만든 칵테일보다 훨씬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