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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Feb 26. 2016

[박유신의 호주 이야기 5]외국계 기업문화에 적응하기

회사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었다는 발표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당시 회사가 속해 있던 중국 & 북동아시아 지역 사장 (가명 Dan)이 한국을 방문해서 전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을 가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침내 Dan이 한국을 방문하는 날이 왔다. 그를 처음 봤을 때의 첫 인상은 꽤 젊다는 점이었다. 그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중국 & 북동아시아 사장이니 최소 50대이리라 생각했던 것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으로 그 자리에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그가 엘리베이터를 직원들과 함께 타게 되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을 한 손으로 잡고 나서 웃음을 지으며 복도에 함께 있던 직원모두를 타게 한 후에 본인은 맨 마지막에 타는 것이 아닌가? 필자가 예전에 첫 회사에 다닐 때, 아무리 많은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어도, 그 회사 사장이 엘리베이터 하나를 독점해서 사용했던 것과 극적으로 대비가 되었다.


또한 중국 & 북동아시아 사장이 누구한테나 스스럼없이 본인을 First Name인 Dan이라고 부르라고 하는 점도 문화적 충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Dan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가 전 직원들 자리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직원 이름을 묻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인수 후 Integration 기간 동안 회사는 동시통역사를 고용해서 외국 임원과 한국직원과의 회의에서 통역을 맡겼다. 그 동시통역사가 동시 통역 또는 순차 통역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 때 술자리에서 그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그렇게 잘 할 수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다가 90도의 지점에서 포기한다고. 물은 100도에서 끓는데 미처 물이 끓기 전에, 90도에서 100도 까지 조금 더 끈기를 갖고 노력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고.


인수 후에 여러 미국팀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막상 함께 일을 해보니, 미국팀 일처리 속도가 엄청 느리고, 그들의 실력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직원들과 미국직원들을 비교해보면, 한국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또한 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인수후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한국의 생산성이 훨씬 더 미국보다 높을 것 같은데, 왜 한국과 미국의 생산성을 비교 한 통계자료를 보면, 미국이 월등히 한국을 앞서고 있는가? 그 의문은 그 이후 미국팀 리더들과의 대면회의, 전화 회의 또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렸다. 미국팀 리더 한 명 한 명의 전문적 지식, 문제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감탄했다. 한국에서는 실무자에서 매니저로 승진하면 그 날부터 실무에서는 손을 떼고 관리 모드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미국팀 리더들 대부분은 실무자만이 알만한 데이터까지도 꿰어차고 있으면서, 이러한 데이터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이슈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련자들이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였다. 이런 것을 경험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의 리더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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