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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Feb 26. 2016

[박유신의 호주 이야기 6]외국계 기업문화에 적응하기2

우선 이 글들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기업은 회사마다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기업으로 인수된 한국기업과 처음부터 외국계 기업으로 설립된 회사는 그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회사가 미국기업인지 유럽기업인지 또는 다른 나라에 있는 지에 따라 또한 그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번 글 (외국계 기업문화에 적응하기) 에서 인수합병후에 개인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에 대해 얘기하였다. 회사내 직위, 직책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는 문화, 영어 스트레스, 리더의 역할이 주요내용이었다. 이어서 인수합병후에 경험한 몇 가지를 더 얘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1:1 회의, 전화회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 (두괄식대 미괄식)이다.


첫째, 1:1 (one on one) 회의는 주로 본인의 매니저와 정기적으로 단 둘이서 회의를 하는 것이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 또는 격주에 한번씩 30분에서 1시간동안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얘기한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중요한 보고 (한국어로는 “보고”이지만, 영어로는 “report”가 아니라 주로 “update”라는 표현을 쓴다),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안건, 기타 안건 등을 다룬다. 보통 그 날의 회의안건을 들어가기에 앞서, 날씨, 스포츠 등의 가벼운 주제로 스몰톡을 하게 되는데, 이는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고 라포(Rapport) 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내 매니저가 1:1을 시작하자고 말을 꺼냈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몰라 무척 긴장했다. 하지만 몇 번의 1:1을 하게 되면서, 내성적인 성격의 나로서는 오히려 어떤 회의보다도 1:1이 편하게 느껴지고, 이를 나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게 되었다. 최소 회의 하루 전에는 회의안건을 작성해서 내 매니저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어젠다는 보통 1. 이전미팅에서의action item에 대한 조치 2. 주요 진행사항에 대한 보고 3.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안건 4. 기타 안건으로 구성했다. 특히 1번 action item에 대한 조치와 3번 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한 안건에 집중했다. 회의가 끝나면 24시간 내에 주요 내용에 대한 회의록을 핵심내용 위주로 간략히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냈다. 이를 통해 각자의 action item을 명확히 정리하고 혹시 누락된 사항이나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 없는 지를 확인했다.


둘째, 전화회의 (Conference Call). 주로 미국팀, 호주팀, 중국팀과 업무협력을 하게 되었다. 간혹 유럽팀과도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한국기업에서는 회의를 하게 되면 당연히 대면회의였는데, 인수합병후에는 오히려 대면회의보다 전화회의가 많아지게 되었다. 대면회의를 하면 상대방의 얼굴, 몸짓, 입모양을 보면서 회의할 수 있어서 영어로 회의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편했는데, 전화회의를 하게 되니 전혀 비언어적 정보를 활용할 수 없어서 엄청 힘들게 느껴졌다. 영어가 모국어인 직원들끼리도 둘이 함께 얘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기도 하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다양한 억양으로 하는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언제 치고 들어가고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어~ 하다 보면 그 시점을 놓쳐서 이미 회의내용이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날이면 회의 끝난 후에 “휴~”하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회의이전에 반드시 Agenda를 확인해서 만약 Agenda가 명확하지 않으면 회의주재자와 미리 연락해서 회의 안건의 배경과 목표에 대해 이해했다. 그리고 나는 무슨 안건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고민한 후에 회의에 참여했다. 그러니 회의 참석하는 것이 조금 더 편해졌다.


참고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적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메라비언’의 법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적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법칙은 미국 심리학자 알버트 메라비언이 자신의 저서 “조용한 메시지”에서 주장한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은 7%, 말투나 목소리 등 음색은 38%, 표정이 35%, 태도나 자세가 20%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무려 55%의 비언어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언어적 정보가 없는 전화회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의시간 정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국과의 시차는 1시간, 호주와는 1시간 (Daylight Saving 기간동안은 2시간)이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미국과는 시차가 많이 나니 주로 한국시간 밤 11 시 이후 또는 아침 7시 이전에 회의를 했다. 간혹 한국, 미국, 유럽의 3개 대륙 직원이 모두 함께 회의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누군가는 한밤중 또는 새벽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누군가 한 개 대륙 직원들은 피를 봐야 했다.


셋째, 두괄식대 미괄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 한국의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미괄식이므로, 배경으로 시작해서 본론을 거쳐 결론이 맨 마지막에 나온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그런데 서양의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두괄식이다. 결론이 먼저 나온다. 인수합병후에 외국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나도 모르게 미괄식으로 얘기를 진행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데다가 미괄식으로 얘기하니, 상대방이 내 요지를 이해하는 데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 업무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이런 순서로 하려고 노력했다.  


    1. 결론 – 내가 전하고자는 메시지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기술  

    2. 위의 결론의 이유가 무엇인지  

    3. 예를 들어 설명  

    4. 다시 한번 결론을 언급


이런 방식을 적용하니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원활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 1:1 회의, 전화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두괄식대 미괄식)에 대해 다루었다. 다음 글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사내 결재방식과 매트릭스 보고 체계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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