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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19. 2020

밀포드 트레킹 : 샌드플라이 포인트 (Day 4)

샌드플라이 포인트,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버스기사의 친절 

Giants Gate 폭포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보라가 마음을 시원하게 적셨다. 한 분이 준비해온 발포 비타민을 탄 물도 시원하고 새콤했다. 길은 평평하고 넓었다. 마지막 3 km는 1890년부터 1892년까지 3년 동안 죄수들이 작업을 했단다. 1년에 1 km 씩 공사를 한 셈이다. 그만큼 공사가 힘들었던 것일까? 아님 억지로 하느라 그렇게 오래 걸렸던 것일까?   


이제 종착점인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4일간의 트레킹을 마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올라왔다. 드디어 붉은 글씨로 새겨진 샌드플라이 포인트 이정표가 나타났다. 모두 무사히 트레킹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뿌듯함에 서로를 껴안았다. 모두 활짝 웃으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시계를 보니 1시 40분이었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얼마 후 조그만한 보트에 탑승했다. 왜 이곳의 지명이 샌드플라이 포인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지에 촘촘히 샌드플라이가 달라붙어있었다. 마지막까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약 20분 정도를 쾌속으로 달려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밀포드 사운드 선착장은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었다. 한쪽에 놓여있는 현대식 의자에 배낭을 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어머나,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나왔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온수인가? 따뜻한 바람으로 손을 말리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이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구나.' LCD 스크린에서는 번쩍 번쩍이며 뭔가를 안내하고 있었다. 배낭에서 4일 동안 모아두었던 쓰레기를 꺼내 휴지통에 버렸다. 기분도 홀가분해졌다. 


우리 일행이 예약한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는 3시 출발이었다. 5분 전에 나가서 기다렸는데, 우리는 다음 배라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3시 10분이 지났는데도 배가 없길래 안내 데스크에 가서 따졌더니, 직원 실수로 인해 그렇게 되어서 죄송하다며, 대신 다른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크루즈를 이용하게 해 줬다. 우리가 테아나우로 출발하는 버스가 5시이므로 그전에 크루즈가 끝나는지 재차 물어봤더니 총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므로 확실히 그 이전에 끝난다고 했다. '휴, 안심이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피오르드식 해협의 수많은 폭포들이 배의 양쪽으로 계속 이어졌다. 커다란 폭포 바로 밑까지 가서 배 전체가 물세례를 받았다. 물세례를 경험하고 싶으면 맨 위의 갑판에 있으면 된다. 아니면 실내에서 여유 있게 유리창으로 감상하면 된다. 돌고래 몇 마리가 배와 함께 유영했다. 어린애들은 물론 어른들도 돌고래를 보며 즐거워했다. 바윗돌 위에는 바다사자들이 게으르게 누워있었다. 트레킹 하며 내내 믹스커피만 마셨는데, 배 안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만든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니 행복했다. 옆 자리에서는 자매님 네 분의 수다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밀포드 선착장 바로 옆에 테아나우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기사분에게 밀포드 트레킹이 너무 좋았는데 샌드플라이 때문에 고생했다고 말했더니, 신이 아름다운 밀포드 트랙에 인간이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게끔 샌드플라이를 창조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오, 제법 말이 되는군.' 버스는 거의 테아나우에 다 와가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맡겨 두었던 트렁크 짐을 찾아서 택시 등을 이용해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버스기사분에게 얘기했더니 마침 트렁크 짐 맡긴 곳이 버스 종착점이니까, 짐을 찾고 나면 종착점에서 숙소까지 다시 데려다주겠다는 것이었다. 감동이었다. 그 버스기사분의 친절과 감동을 안고 3박 4일간의 트레킹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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