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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Feb 26. 2016

[박유신의 호주이야기 8] 호주에서의 첫번째 회의 발표

인수합병후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벌써 일년이 지났다. 새해 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IT 중점추진 전략과 과제를 공유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IT 총괄 부사장 과 IT 리더들 대부분이 호주 시드니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곳에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시드니의 첫 인상이 무척 좋았다. 날씨가 맑아 일주일 내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뭘 물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다. 묵고 있던 시내 호텔 근처의 하이드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공원 바닥에 그려진 대형 체스판에서 큰 말을 움직이며 체스를 두고, 기타를 치며 열창을 하고 있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지사의 IT 현황과 연간 핵심추진 과제를 발표하기 위해 나에게 1시간이 배정되었다. 약 150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IT 직원들을 앞에 두고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처음이라 무척 긴장이 되었다. 출장 전에 발표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기는 했으나 막상 당일에 수많은 직원들을 앞에 두고 보니 압도되었다.


그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리더들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말을 참 잘한다는 점과 또 발표내내 유머를 적절히 사용하여 청중들과 호흡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내 발표의 첫머리에서 사용할 유머를 찾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해서 내 유머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유머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연히 어떤 책을 읽다가 좋은 유머를 발견했다. 한국인 출신으로 글로벌기업의 임원이 된 분이 쓴 책으로 그 분의 실제 사례였다.


파란 눈, 회색 눈, 노랑머리, 까망머리 등 다양한 국적의 150여명을 앞에 두고 필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Which language is the most popular in the world?”

중국어, 영어, 인도어 등 다양한 대답이 청중에게서 들려왔다. 그 후에 나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The answer is BROKEN English.”

청중들로부터 웃음이 들려왔고 그들의 얼굴에 띤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을 이었다.

“I’m going to use broken English for my presentation today. So if you have any difficulty in understanding me, please feel free to interrupt at any time”


긴장하고 있던 내 마음도 한 순간에 풀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발표를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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