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참새처럼 날지 않고, 종달새가 부엉이처럼 날지 않는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남의 시선, 사회의 잣대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려놓아도 좋으련만. 하지만 그런 모습도 나의 한 단면이다. 그냥 받아들인다. 그러나 조금씩 내려놓으려 노력하자.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 웃음 짓는다. 휴대폰의 잠금 화면을 바라볼 때마다 웃음 짓는다. 나는 썩 괜찮은 사람이므로.
"배를 건너고 나면 배는 강가에 두고 가야 한다."
내가 지금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배는 무엇인가? 실직에 대한 두려움? 1년 6개월간의 실직기간을 거쳐서 그런지, 아직도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무겁게 어깨에 올라타 있는 것 같다. 그 기간 또한 지나갔고, 뒤돌아보면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가족의 지지는 그 컴컴한 터널 안의 시간을 버티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아내는 가끔씩 싫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변함없는 격려와 신뢰를 보여줬고, 아이들도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줬다. 전 직장 상사들과 동료들은 내가 퇴직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도움을 베풀었다. 아이가 다니던 학원 원장님은 학원비를 절반이나 할인해주셨다. 지인의 소개를 통하거나 또는 무작정 전화해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와주려고 애썼다.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친절을 베푸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키워왔던 자부심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배운 겸손함, 청소부 등 세상의 여러 직업들을 가진 분들에 대한 고마움, 커피를 살 수 있는 동전 $3 이 호주머니 안에 있다는 기쁨은 그 실직기간이 없었다면 느낄 수 없었으리라.
이제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배"처럼 놓고 간다. 만약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하느님의 계획 이리라. 하느님이 알아서 해 주시겠지. 또는 자발적 실직을 통해 그 "배"를 강가에 두고 갈 수도 있겠다.
지금 COVID-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컴컴한 시간이 속히 지나가기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과 그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헌신적으로 피땀 흘리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자분들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