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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22. 2020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를 읽고

열심히 산다는 것은 뭘까? 나는 열심히 살아왔나?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의 차이는? 


이 책에서 말하는 '열심히'는 현실을 희생해가면서 견디고 미래를 위해 죽도록 달려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는 학창 시절에 모범생으로 열심히 살았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열심히 일했다. 지금은 어떤가? 잘 살려고 노력 중인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쓸데없는 것' 즉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살고 있는가?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 의미보다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죽기 직전에 내 인생은 괜찮았다, 그리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 말이다. 결과에 목매는 삶이 아니라, 대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가끔씩 기쁘고 만족한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삶. 


9.11 테러로 죽은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는 자기가 죽을 것을 당연히 몰랐다. 열심히 했다고 반드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가치와 방향은? 이제 내 나이 50이 넘었는데, 80살까지 산다면 앞으로 30여 년이 남았다. 특히 앞으로 10년은 최대한 쓸데없는 짓 많이 하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며 '잘' 살자. 다음 브런치에서 읽었던 나무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나무는 자기가 무슨 나무인지 모르는 채 장미가 되고 싶어 하고, 사과나무가 되려는 노력도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가장 현명하다고 알려진 올빼미를 찾아갔다. 그 올빼미의 충고는 "너 자신이 되어라. 네 마음을 들여다보아라."였다. 그 후 그 나무는 거대한 삼나무가 되었다. 나는 무슨 나무인가? 박유신이라는 나무.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그동안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를 얻지 못해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가 훨씬 더 많다. 욕심이 있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는 않다. 기대가 있지만 기대 때문에 괴롭지는 않다. 꿈이 있지만 꿈 때문에 괴롭지는 않다. 


검소하게 살면 더 게으르게 살 수 있다. 검소하게 살려면 몸을 더 움직여야 한다. 돈을 지불하는 대신 몸으로 때워야 하니까.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시간과 노력은 줄일 수 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다. 가치 창출을 하고 나서의 결과가 돈이다. 내가 돈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거기에 속박된다. 돈에 목매지 말고 나만의 길을 한발 한발 가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 돈이 안 따라오면 또 어떤가? 


일전에 유튜브에서 본 한 부부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들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살면서 자주 테마여행을 떠난다. 뉴질랜드 출신 남편은 일 년에 한 번씩 뉴질랜드 또는 미국으로 5~6개월간 4000 km가 넘는 장거리 트레킹을 한다. 한 달 생활비는 평균 120만원정도 된다. 그들은 뉴질랜드에 있는 집의 월세를 받아 생활비를 충당한다. 나는 치앙마이에 집을 사서 렌트비를 받아볼까? 



나는 별 볼일 없는 존재이다. 법륜스님이 얘기했듯이, 나는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이다. 


앞으로의 남은 삶은 쓸데없는 짓, 내가 하고 싶은 짓을 하며 산다. 결과에 목매지 않고, 과정을, 사람을, 하루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희망, 고통, 지루함, 달콤함, 씀. 이 모든 것들을 담담히 느낀다. 내 맘을 가만히 지켜본다.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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