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책의 주인공 부부 중 남편인 닉의 1인칭 이야기와 아내인 에이미의 1인칭 서술이 교차되어 나오는 구성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
"내 배속은 미끌미끌한 뱀장어로 가득 차 있지만, 내가 하는 말이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을 테니까. 언제나 이것이 문제였다.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아예 통제가 되지 않는 것."
나는 나 자신을 잘 통제해서 얼굴에 내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과 말투에 드러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잘 통제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냥 있는 대로, 화가 나면 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드러내며 살자. 그리 긴 인생도 아닌데.
"사람들은 서로를 안다고 믿고 싶어 해요. 부모는 자식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고, 아내는 남편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죠."
내가 결혼한 지 24년이 조금 넘었다. 난 내 아내를 얼마나 잘 알까? 그냥 잘 안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에이미가 엄청나게 많은 모습을 지녔듯이,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 아내의 단면이 많을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 때가 있는데. 새로 발견하는 아내의 모습이 좋은 모습이든 싫은 모습이든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렇듯 비난받지 않고 상황을 도피하려는 욕망은 비열했다"
얼마 전 방영했던 TV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흉부외과 의사인 차은재의 오빠가 수술 중 일어난 실수를 덮고 상황을 도피하려 했었던 장면이 나온다. 나도 가능하면 비난받지 않고 상황을 도피하려는 성향이 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 한마디의 거짓말로 인해 계속해서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결국 엄마에게 거짓말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눈덩이처럼 커진 다음에 수습하려고 애쓰지 말고, 초기에 당당히 비난을 받아들이자.
"하지만 넌 아직도 어린애처럼 사소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어. 아직도 모든 사람들이 네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하려고 필사적이야. 절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지."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런데 배우 윤여정이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60살이 되어서도 인생을 몰라요.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60살이 되고 70살이 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실수를 하고 실수에서 배우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