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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y 25. 2018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 님이 쓴 달리기에 관한 책

어젯밤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달리기에 대해 다루었다. 달리기가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가 마라톤을 하기에 개인적으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쓴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를 영문으로 읽으면서 든 생각과 느낀 감동을 적어본다.


- 인정 욕구에 대하여

"You can't please everybody." 

"It didn't matter if nine out of ten didn't like my bar. This realiszation lifted a wight off my shoulders. Still, I had to make sure that the one perosn who did like the place relly liked it"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나에게는 남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함을 느꼈다. 상사, 동료, 후배 모두로부터 능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돌아보면 꽤 인정받으며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약 두 달 전부터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팀 매니저와는 사이가 별로이다.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함께 잘 일할 수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가끔씩 잠에서 깨어서도 신경이 쓰인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10명 중의 한 명만 진짜 나를 좋아해도 되는 것이다. 이제는 좀 더 편하게 그 매니저를 대하게 되었다. 그가 나를 인정하면 좋은 것이지만, 그가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그 사람에게 달린 것이므로.


- 인생의 공평함

"Life is basically unfair. But even in a situation that's unfair, I think it's possible to seek out a kind of fairness. Of course, that might take time and effort."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평생 일하지 않고도 잘 산다. 누구는 별로 공부하지 않는 것 같은데 시험 점수는 항상 높다. 누구는 능력도 없는 것 같은데 직장에서 승승장구한다. 타고난 재능 덕분에 별로 노력하지 않고도 잘 해낸다. 

하루키는 타고난 글 쓰는 재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본인은 타고난 재능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앉아서 노력을 한다고. 만약 재능에만 의존했다면 금방 재능의 우물물이 말라버렸을 거라고.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한 거라고.

재능에 의존한 삶을 살지 또는 노력에 의존한 삶을 살지는 개인의 선택 문제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어떤 태도로 사는 게 아닐까?


-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No-forget about beer. And forget about the sun. Forget about the wind. Forget about the article I have to write. Just focus on moving my feet forward, one after the other. That's the only thing that matters." 


하루키가 풀코스 마라톤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인 30 km 지점을 통과하면서 한 생각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다섯 번 완주한 경험이 있기에 이 생각에 완전히 공감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다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중요하다. 


- 왜 달리는가?

"Most runners run not because they want to liver longer, but because they want to live life to the fullest"


- 나이 듦에 대하여

"This is my body, with all its limits and quirks. Just with my face, even if I don't like it it's the only one I get, so I've got to make do."

"As you age you learn even to be happy with waht you have. That's one of the few good points of growing older"

"Even when I grow old and feeble, when people warn me it's about time to throw in the towel, I won't care. As long as my body allows, I'll keep on running. Even if my time gets worse, I'll keep on putting in as much as effort - perhaps even more effort - toward my goal of finishing a marathon"


나이가 들면 누구나 신체적으로 노화가 진행된다. 젊을 때는 마라톤 연습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기록이 경신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노력을 많이 하더라도 기록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오히려 기록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얼마 전 50대 중반의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내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지만, 건망증을 탓하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잘 다독이면서 함께 잘 살아가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정신적, 신체적 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 존버정신

"At certain points in our lives, when we really need a clear-cut solution, the person who knocks at our door is, moe likely than not, a messenger bearing bad news. It isn't always the case, but from experience I'd say the gooomy reports far outnumber the others."


삶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소식을 듣기가 쉽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는 이외수 님이 얘기한 "존버정신"으로 버틴다. 그리고 그런 안 좋은 소식을 듣었을 때 좌절하기보다는 더욱 안 좋았을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 삶의 비법?

"This might be similar to practicing running. You're made to practice bass drum patterns only, day after day." "Montotonous and boring for sure, but once it all falls together you get a solid rhythm." "This takes time, of course, but sometimes taking time is actually a shortcut."


삶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들은 가끔이 아니라 대개 이렇지 않을까? 예를 들면 악기 배우기, 운동하기, 공부하기, 일하기, 인간관계 만들기 등을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비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비법은 존재하지 않게 마련이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발 한발 걸어나가는 수밖에. 


- 수영의 과호흡

"Probably because I was tense before a race, I got too much oxygen all at once. This led to me breathing too fast when I started to swim, which in turn threw off the timing of my breathing."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는 데 25미터 풀의 절반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후에는 숨이 엄청 찬다. 나도 하루키처럼 몸이 너무 긴장해서 과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과호흡을 하지 말고 물속에서 숨을 천천히 내뱉는 것을 연습해야겠다.

수영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일에서도 긴장하면 호흡이 가빠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거나,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때에도 깊은 심호흡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 일의 성과?

"The overall time I posted wan't anyting to brag about, and I made a lot of little mistakes along the way. But I did give it my best, and I felt a nice, tangible after-glow. I also think I've improved in a lot of areas since the previous race, which is an important point to consider." "Learning from experience is what makes the triathlon so much fun."


비록 어떤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고 지난번보다 나아진 점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껴도 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고, 그 결과는 신의 영역이므로.  

위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Learning from experience is what makes my life so much fun."   


- 달리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

"My time, the rank I attain, my outward appreance - all of these are secondary. For a runner like me, what's really important is reaching the goal i set myself, under my own power. I give it everything I have, endure what needs enduring, and am able, in my own way, to be satisfied."


그렇다. 내 기록과 외양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내 삶이 목적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것, 어제보다 나은 오늘. 이것으로 꽤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 하루키의 비문

"Some day, if I have a gravesone and I'm able to pick out what's carved on it, I'd like it to say this:

Haruki Murakami

1949-20**

Writer (and Runner)

At Least He Never Walked

"


약 15년에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4시간 20여분을 한 번도 걷지 않고 뛰어서 42.195 km 지점에 도착했던 그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그 이후로 거의 매년 마라톤을 해서 5번을 완주했다. 마지막 완주가 벌써 10년 전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마라톤을 시작하고자 한다. 올해 9월이 목표이다. 10년간 쉬었으니 완주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은 힘들 것이다. 힘들지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다음에는 바다에서 빠져 죽지 않도록 수영을 배워서 철인삼종에 도전코자 한다.    


내 비문에는 뭐라고 쓸까? "죽는 날까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려고 노력했다" 너무 심각하다. 그렇다면 "감사하고 설레고 사랑하며 살다 뒈지다"는 어떨까? 죽을 때까지 머리를 싸매고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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