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앙 온 동굴 (Muang On Cave)
태국 사람들의 친절과 감동을 가슴에 안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아름다운 종유석이 있다는 무앙 온 동굴 (Muang On Cave)로 향했다. 구글 맵으로 확인해 보니 그 동굴은 숙소에서 약 7 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 곳의 지리를 모르므로 구글 맵의 길 안내 음성을 착실히 따랐다.
약 5 km 지났을까? 길 옆에 부처님 사진과 그 밑에 태국어로 뭐라 쓰인 안내판이 나타났다. 그 후로는 200-300 m 간격으로 계속해서 안내판이 보였다. 참 징하게도 많이 붙여놨다. 마침내 마지막 안내판은 길 옆의 가파른 언덕을 향하고 있었다. 무앙 온 동굴로 올라가는 곳이 엄청 가파르다고 치앙마이 안내 책자에 적혀있던 것이 떠올랐다. 혹시 여기가 무앙 온 동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가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일생이 편하다 - 엄마, 아내, 내비게이션."이라는 말대로, 구글맵의 여자 목소리를 따라 큰 도로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약 5분 후에 목표지점에 다 왔다는 안내 음성이 들렸다. 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속았다. 세 여자 말만 잘 들는다고 남자의 일생이 편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나의 "감"을 믿을 차례이다. 자전거를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이전에 줄창 봤던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안내판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절은 공사 중인 것 같았다. 가파른 경사길을 계속 올라갔다. 방 몇 개가 있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많은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렇게 공사만 하고 있는 절이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동굴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암만 생각해도 "이 산은 아닌가벼" 였다. 나의 "감"도 믿을 만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해도 남자의 인생은 편할 수가 없나?'
자전거를 끌고 터덜 터널 언덕길을 내려와서 조금만 갔더니 호스텔로 보이는 큰 숙소가 나타났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앞으로 500 미터 정도 가면 길 옆 오른쪽으로 급경사의 언덕이 나타나는 데 그곳으로 올라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진작 물어볼걸.' 모르면 물어보는 게 장땡이다.
진짜로 500 미터쯤 가니 급경사의 언덕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도로 옆 나무에 Muang On Cave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근데 바로 그 위에 아까 수없이 봤던 안내판이 떡하니 붙여져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된장, 된장!'
천천히 동굴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길 옆으로 정신없이 불쑥불쑥 계속해서 나타났던 안내판이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가리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안내판은 혹시 돈의 유혹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매스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부추기는 소비의 욕망처럼. 나는 그리고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정신없이 나타나는 현혹되고 잘못된 "돈"의 표지를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표지를 따라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고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은 그렇게 "돈"의 표지에 가려 숨어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