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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Nov 13. 2021

책임 있고, 옳은 경영과 투자

책, 책임지는 경영자, 정의로운 투자자



처음으로 기업의 '착한' 활동을 본 건 2014년이었다. 당시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모 기업에서 김장을 위한 김치 수백 포기를 기부하고, 임직원들이 나와 직접 김장했다. 실내에서 서류 정리만 하던 나도 그날만큼은 밖에 나가서 하얀 배추에 빨간 김칫소를 채우는 일을 했다.


후에 알았지만,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었다. 겨울철이면 김장 김치를 기부하고, 독거노인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연탄을 기부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그밖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 활동을 하는 걸, 기업은 사회공헌을 한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겨울철에 김장 안 해본 기업이 있을까 싶다.


2014년 그 시점을 기점으로 기업의 '착한'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 관련 대외활동을 했고, 기사를 찾아보고, 쓰고. 책을 읽었다. 다양한 개념과 관련 조직이 있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회책임투자(SRI), ESG, GRI, ISO 26000, 공유 가치 창출(CSV), 유엔글로벌컴팩트(UNGC) 등등. 이렇게 다양한 개념과 활동 속에서 내가 본 사회공헌 활동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공부를 오래 하고, 제대로 깊이 있게 한 건 아니지만 그때 이후로 꾸준히 이 분야에 관한 글을 읽고 있다. (다행히도 이 업계엔 매주 큰 공부가 되는 글을 써주시는 분들이 많다. 얼마나 큰 공부가 되는지 모른다.) 현재 하는 일중 하나도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운영하는 일이다. 이렇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기업이 주체적으로 옳은 일을 하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한 때는 이 생각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기업이 소위 착한 활동을 함과 동시에 문제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던 기업이 알고 보니 엄청난 환경 파괴를 일삼는 경영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제공한다면서, 저임금과 갑질을 일삼고. 1차, 2차 협력장에게 갑질을 하며 본사 물건을 강매하도록 하고. 땅콩 하나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하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기업이 아무리 착한 활동을 해도 기업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내가 생각한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 심했다는 생각도 한다. 기업은 착하지 않다. 착한 척할 뿐.


이렇게 생각한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그 사이에 세상이 조금 변했다. 세상이 건강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간 기업도 사회도, 시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소액일지언정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물건은 사지 않았다. 앞으로의 사회의 주축은 이들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졌다.


젊은 세대가 기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물의를 일으키기만 해도 가차없이 행동하는 세대. 이들이 향후의 소비자가 된다면, 그들이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행동 처신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게 이들은 잠재적인 고객인 동시에 위협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이 그제야 본인들의 활동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목한 게 바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다.(현재 핫한 ESG 열풍이 이런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ESG는 이미 '지속가능경영' 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었다고 생각한다. 환경(E)과 사회(S)에 피해가 가는지, 아닌지를 고려한 결정(G)을 하는 경영이 '지속가능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ESG 요소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내포되어 있는 것. 여태껏 그래 왔던 것처럼 환경을 파괴하고, 인권을 갈아 넣고, 갑질을 하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책임지는 경영자, 정의로운 투자자'는 앞으로의 기업이 어떻게 옳은 경영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나같이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입문서 느낌이다. 쉽게 쓰였고, 저자가 오랫동안 기업에서 CSR 팀장으로 일 해서인지 내용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ESG를 둘러싼 각종 지표가 무엇이고, 각 요소의 핵심이 무엇이고, 어떤 시야를 가지고 봐야 하고, ESG 각 요소별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지 옳은 경영을 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또한 투자에 있어서도 어떻게 ESG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책에 나와 있는대로 기업이 움직인다면 아주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 설켜있고, 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소비자의 행동도 바뀌어야 하고, 국가의 정책도 변화해야 하고, 기업 스스로의 경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국가와 기업, 그밖의 시민단체, NGO 그리고 소비자와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이게 가능할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 내가 처음 ESG를 접한 게 7년 전인데, 기업이 이제야 정말 위기의식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ESG가 비단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던 요소들이다. 내 기준으로도 7년이 걸렸는데,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푸는데는 또 얼마나 걸릴까. 게다가 기업이 처음 시작을 하려고 해도, 기업 내에 있는 지속가능경영팀, CSR팀 혹은 사회공헌팀이 내부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강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나? 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 말하는 것들을 모두 제대로 하려면, 그만큼의 목소리에 영향력이 해당 팀에게 있어야 할 텐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멀고 험한 길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이제 국가, 기업, 시민 모두가 무엇이 옳은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 뒤편에 있듯  '좋음'이 아닌 '옳음'을 따라야 하는 시대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또 내가 사는 사회와 내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얇게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정보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223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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