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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Nov 20. 2021

그 시절 우리는 싸이월드였다.

아무튼, 싸이월드


90년대 생인 나로서는, 10대 시절 싸이월드의 절대적 영향력 속에 있었다.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미니홈피, 어떤 이름으로 할까 한참을 고민했던 일촌, 중2병 말기에 휘갈려 써내려 간 다이어리들.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을 싸이월드를 통해서는 정말 많이도 했었다. 지금이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유튜브 등 다양한 SNS 채널이 있지만, 그 당시에 우리에겐 싸이월드가 유일했다.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중2병 말기의 심정이 마음껏 허용되는 공간. 오로지 그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랬다. 그 시절 우리는 싸이월드였다.


그때는 영원할 것 같던 싸이월드도, 중2병이 사라지는 것처럼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더 편리한 SNS가 등장했고, 싸이월드는 그것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싸이월드는 문을 닫았고, 그 시절의 나의 모습도, 이야기도, 추억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무수히 많은 기업이 망하지만, 유독 싸이월드 소식은 주목하게 된다. 망할 때도 그랬고, 다시 회생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싸이월드>의 저자는 그런 이유가 그 시절 우리가 싸이월드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꼭 그렇지 않아도, 그 당시 우리의 모든 추억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추억과 이야기, 사소한 모든 기억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에, 싸이월드가 바로 우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공감한다. 동의한다. 맞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추억을 읽었지만, 머릿속에 그려진 건 그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맞아, 나도 일촌명 엄청 고민했는데. 맞아, 그때 다이어리는 나만 볼 수 있도록 했었지, 공개해도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를 글들만 가득했어. 맞아, 맞아 그때 사진첩 컨셉 진짜 다양했는데, 아무 제목 없이 해놓는 애들이 개 멋있어 보였는데, 아이디 하나를 공유해서 쓰는 애들도 있었지. 사진첩 가면 이름 나뉘어 있고, 맞아. 그랬지. 그땐, 그랬지.


책을 다 읽고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얼마 전에 회생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아직 회생이 덜 됐는지 썸네일만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사진과 동영상은 볼 수 없었다. 그때의 썸네일만 봐도 그때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서 빨리 싸이월드가 부활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밤새도록 그때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 길 거 같다.


맞아, 그랬지.

그 시절 우리는 싸이월드였지,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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