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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Nov 28. 2021

조국이 확실히 보여준 것

책, <조국의 시간>



코로나 이전 대한민국을 가장 들썩였던 이슈가 뭘까 생각하면, 단연코 먼저 떠오르는 건 소위 '조국사태'로 불렸던 검찰개혁이다. 핵심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는 조국세력과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검찰의 대립이었다. 당시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윤석열이었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사람대 사람으로 본다면 '조국 vs 윤석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국과 윤석열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조국은 민정수석으로,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 이 둘에 대한 지지도도 높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조국은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검찰의 개혁의 의지로 주목을 받았고, 윤석열은 박근혜 게이트 당시 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앟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원칙주의자 검찰총장으로 지지를 받았다. 실제 윤석열이 박근혜를 직접 수사하는 모습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신빙성을 얻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대립하기 시작한 건,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는 순간부터였다.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을 준비했으니,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개혁을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검찰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총장은 위기를 느꼈고, 온 힘을 다해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걸 막아섰다. 개혁하려는자와 멈추려는자의 대결 구도였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고, 검찰을 감시하는 공수처의 설치였다. 해당 공수처에는 검찰출신이 아닌 사람들로 배치하고, 검찰의 지배하에 있는 게 아니라 독립된 집단으로서 검찰을 공정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추지하려느 이유는 단 하나, 검찰의 제왕적 권력 때문이었다. 조국사태가 한창이던 당시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검찰에겐 유용한 두 개의 검이다. 문제가 보이면 직접 기소를 하여 수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기소가 완료되면 수사권을 발동하여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힘이었던 것. 다만, 문제는 이 같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공정하게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른바 본인을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자신들의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힘을 합해 움직였다. 흔히 말하는 검언유착. 검찰의 의혹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이걸 받아적어 세상에 알리고,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면 실제 그 사람이 잘못을 했는지 안 했는지 밝히기도 전에 세상 모든 눈은 이미 그를 범죄자로 낙인찍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검찰은 피의자 본인을 포함하여 가족, 친구, 직장동료, 학교 선후배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털고 턴다. 그렇게 털면서 나오는 사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나오면 그걸 다시 언론에 유포하여 피의자의 숨통을 조인다. 피의자는 탈진하고, 쓰러지고, 녹초가 되어 피폐해진다. 실제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故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러한 검찰의 수사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책, <조국의 시간>은 이른바 조국사태 기간동안 조국 본인과 가족, 지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조국사태 기간동안 발생한 일들에 대해 조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위에 적은 검언유착,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조국사태를 보면서 조국이 잘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 검찰이 잘한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가지 또렷한 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확실히 봤다는 점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검찰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견고해졌다. 다만, 그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인물이 꼭 조국이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당초 조국사태가 시끌시끌 할 때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조국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다.'라고 생각한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나타나는 정황들이 적임자락 생각하는 그 생각에 더욱 의문을 가지게 했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건 고작 36일이다. 평생의 숙제라고 표현하는 것에 비해 초라한 일수다. 그 36일 간 나타난 모습도 결고 잘하고 멋지고, 깨끗하진 않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조국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충분히 알렸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을 해야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모습이 언젠가 또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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