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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Dec 19. 2021

가장 앞장서 행동하는 기업들

책, <행동주의 기업>


행동주의 기업
(서진석 / 도서출판 획 / 2021.01.31)

- 가장 앞장서 행동하는 기업들 -

기업 경영이 바뀌고 있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를 중심으로 경영을 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도 기업들에게 ESG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ESG의 중요성을 폭발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아마도 블랙록이 2020년 연례서한을 통해 발표한 내용 때문인듯하지만, 사실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던 목소리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가능경영 등의 형태였다.


CSR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는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마주치게 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경제, 법, 환경,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경영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고, 환경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환경(E)사회(S)에 지속가능성을 해치지니 않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이 지속가능경영이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꾸준히 살아남는 것과 함께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꾸준함까지 말한다. 지금 기업이 쓰고 있는 석유나 석탄으로 인해 후대가 쓸 자원이 고갈되고, 파괴된 환경을 물려주게 된다면 그것은 기업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사회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토지가 무너지는데 그 위에 세운 건물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문제는 지속가능경영을 한다고 말하는 기업이 넘치는 것에 비해, 이들이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100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이 고작 1개의 플라스틱을 종이로 만들었다고 하여 지속가능경영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100대의 디젤, 가솔린 차량을 만드는 자동차 회사가 1개의 전기차를 만들었다고 하여 지속가능경영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기업들은 "그렇다."라고 말한다.



책 <행동주의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넘어 행동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말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닥터 브로너스>, <파타고니아>, <바디샵>, <러쉬>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 기업을 '행동주의 기업'이라고 명명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행동주의 기업의 정의는 이렇다.


행동주의 기업은 '상품, 서비스, HR 등 비즈니스 전반의 영역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민감한 사회 문제이거나 단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는 아젠더라도 그 역할을 제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다.'


행동주의 기업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들 역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만들고 가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사회화하고, 이익을 사유화했음을 자각하고,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반을 바꾸는 시도를 한다. 기존 방식으로 가다간 아무리 책임을 다한다고 해도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너진 기반 위엔 그 어떤 것도 서있을 수 없다.


<러쉬>는 제품의 포장을 하지 않고, 특정 제품은 온전히 기부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매장을 캠페인 거점으로 활용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제품 자체를 캠페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거기에 단순히 유기농 제품 사용으로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되살림 유기농업을 실천해 오히려 +효과를 실현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제품이 환경을 해치는 것을 알고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기 위해 직접 농장까지 찾아가 조사를 벌이고, 제품을 전면 100% 유기농 면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재료를 가져오는 소작농이 변하지 않으면, 기업 전반이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자체를 재설계하기 위해 가장 1차적인 이해관계자에게까지 찾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이윤이 적어진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찬성하는 쪽은 환영했겠지만, 반대하는 쪽은 외면했을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가지 않아도 기업은 충분히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나무를 심고,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자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에게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행동주의 기업들의 모습이 선을 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행동주의 기업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들이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지속가능경영으론 기업과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임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고, 기존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만이 지속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행동주의 기업들은 그 어느 조직보다도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나라도 이렇게 해야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 믿음을 기반으로 자본주의로 인해 파괴된 환경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 믿음이 너무나도 확고하고, 이렇게라도 해야만이 기업과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앞장서서 행동하는 게 아닐까.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실제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믿음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종업계 경쟁사들과도 과감히 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파타고니아와 손을 맞잡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 모습에서 어쩌면 기업이 정말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구실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 역시도 이들 기업을 응원하고, 이들 기업의 제품을 사고, 한 번이라도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사실 행동주의 기업은 이번이 두 번째 읽는 것이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너무나도 풍부하다. 앞으로는 책에 나온 사례에 대한 개인적인 스터디를 해봐야겠다. 그때마다 이 책을 꾸준히 읽어야지. 정말 많은 사람에게 두고두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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