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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Dec 24. 2021

능력이 공정을 말하는 걸까?

책,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 2020.12.05)

- 능력이 공정을 말하는 걸까? -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하게 작동할까? 공정함이 정말 정의와 같은 말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능력이 곧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통치하고, 그런 통치자들이 한 나라의 정치를 장악하고, 움직인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물음의 해답은 각기 다를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올라간 그 자리가 정말 공정하게 얻은 자리라면, 불만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그가 올라갈 수 있었던 그 자리가 정말 자신의 힘만으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면? 가령 부모의 인적 물적 도움과 누군가보다 나은 삶의 배경이 크게 영향을 줬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누군가가 올라간 자리에 온전히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기엔 우연이 깃들여 있다. 가령 태어나고 보니 부유한 집안, 인맥 넓은 부모, 높은 학구열 지역과 학교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연의 산물로 얻게 된 그 <능력>에 의해서만 사람을 선발한다면, 선발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패배감과 굴욕감을 안겨주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간절히 얻고 싶어도 태어난 배경에 의해 가질 수 없는데, 능력주의는 이러한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나의 능력에 따라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능력주의'는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국가나 기업, 학교 등 주요 요직에 들어섰을 때다.


아이비리그 학벌과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의 좋은 직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기업을 다니던 사람들이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자신들의 위치가 본인들의 능력에 의해서 얻어졌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연설을 한다면 그 능력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


답은 자명하다. 굴욕과 패배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책의 출발점은 대학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입시비리다.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 입시상담을 받고, 입시상담사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 그리고 그 입시 상담가가 SAT 표준 시험 감독관들에게 돈을 찔러 주고 해당 학생들의 답안지를 조작하도록 한다. 그렇게 성적은 위조되고, 그들은 대학에 들어간다.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얻는 시작인 대학을 비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정말 나보다 나아서 앞서가는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정부 고위 관료 등에 대한 불만을 품는 신호탄이었다. 능력으로 사람을 뽑고 국가를 운영하고자 했던 오바마 정부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포퓰리즘으로 변화해 결국엔 트럼프 당선이라는 시나리오가 됐다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물론 영국의 브렉시트도.


책 제목은 <공정하다는 착각>이지만 영어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이다. 번역하면 능력의 전제정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한편으론 그 사람이 공정한 능력으로 얻은 자리라면 그건 어느 정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정하지 않게 얻은 학벌과 권한이 마치 자기 능력으로 성취한 것인 마냥 떠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고, 그런 정당함 없는 능력주의가 만연하다면 어느 사회든지 거대한 불만에 크게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본다. 내 판단이지만, 우리나라는 불평등은 어느 정도 감수하지만, 불공정은 참지 못하는 것 같다. 고위 관료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나, 취업 문제에서 특히. 과거 최순실 게이트 당시 그의 딸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 때도 그랬고, 작년 조국 사태 당시에도 그랬다.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냈었다. 최소한 내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허망함과 분노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학벌 좋은 사람들과 고위직을 얻은 사람들을 비난해선 안된다. 그중에는 정말 자신의 엄청난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본인이 특혜를 받았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일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두 명 만났는데, 모두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좋은 기회와 환경이 본인들에게 있었음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노력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까지 비판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학벌이나 직업, 직책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능력이 아닌, 다양성이 인정받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정말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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