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 2020.12.05)
- 능력이 공정을 말하는 걸까? -
아이비리그 학벌과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의 좋은 직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기업을 다니던 사람들이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자신들의 위치가 본인들의 능력에 의해서 얻어졌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연설을 한다면 그 능력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
답은 자명하다. 굴욕과 패배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책의 출발점은 대학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입시비리다.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 입시상담을 받고, 입시상담사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 그리고 그 입시 상담가가 SAT 표준 시험 감독관들에게 돈을 찔러 주고 해당 학생들의 답안지를 조작하도록 한다. 그렇게 성적은 위조되고, 그들은 대학에 들어간다.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얻는 시작인 대학을 비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정말 나보다 나아서 앞서가는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정부 고위 관료 등에 대한 불만을 품는 신호탄이었다. 능력으로 사람을 뽑고 국가를 운영하고자 했던 오바마 정부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포퓰리즘으로 변화해 결국엔 트럼프 당선이라는 시나리오가 됐다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물론 영국의 브렉시트도.
책 제목은 <공정하다는 착각>이지만 영어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이다. 번역하면 능력의 전제정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한편으론 그 사람이 공정한 능력으로 얻은 자리라면 그건 어느 정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정하지 않게 얻은 학벌과 권한이 마치 자기 능력으로 성취한 것인 마냥 떠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고, 그런 정당함 없는 능력주의가 만연하다면 어느 사회든지 거대한 불만에 크게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본다. 내 판단이지만, 우리나라는 불평등은 어느 정도 감수하지만, 불공정은 참지 못하는 것 같다. 고위 관료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나, 취업 문제에서 특히. 과거 최순실 게이트 당시 그의 딸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 때도 그랬고, 작년 조국 사태 당시에도 그랬다.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냈었다. 최소한 내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허망함과 분노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학벌 좋은 사람들과 고위직을 얻은 사람들을 비난해선 안된다. 그중에는 정말 자신의 엄청난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본인이 특혜를 받았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일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두 명 만났는데, 모두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좋은 기회와 환경이 본인들에게 있었음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노력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까지 비판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학벌이나 직업, 직책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능력이 아닌, 다양성이 인정받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정말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