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Dark Waters>

영화, <다크 워터스>

by 한량


다크 워터스
(감독 토드 헤인즈,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출연 / 2020.03.11)

- Dark Waters -



롭 빌럿은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신시내티 대형 로펌의 변호사다. 8년간 애를 쓴 덕분에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한다. 롭이 승진하듯, 로펌 역시 고객사를 늘려 성장하려고 한다. 로펌의 고객 타깃은 '듀폰'. 세계 최대 화학기업이다.


롭의 승진이 발표된 그날, 롭의 로펌으로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에 손엔 십 수개는 되어 보이는 비디오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그걸 롭에게 내밀며 당신이면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가 요청한 도움은 자신의 농장과 동물을 해치고 있는 듀폰을 고발해 달라는 것이다. 그가 가져온 비디오는 그 실체를 담은 영상이었다.


롭은 그에게 나는 환경 변호사가 아니며, 화학 회사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불쑥 찾아온 남자는 그럼 이제부터 본인을 대변하면 된다고 말하며, 억지를 부린다. 그가 롭의 할머니의 말을 듣고 찾아왔다는 걸 알고, 롭은 그의 농장으로 향한다. 그의 농장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파커스버그에 있었다.


농장에서 본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젖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멀쩡하던 젖소가 주인을 공격하려 달려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형아들의 출생이 나타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린 롭은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는데, 거기엔 PFOA 일명 C8이라는 독성 폐기물질이 있음을 알게 된다. PFOA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을 계속 추적한 결과 세계 최대 회학 기업인 듀폰이 사람들에게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를 출산하는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서도 막대한 이익 때문에 이를 방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학으로 더 나은 삶,

더 나은 삶을 위한 사회공헌



롭의 로펌은 듀폰을 고객사로 데려오기 위해 듀폰의 법률팀 대표 변화사를 사내 세미나에 초청한다. 듀폰 대표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듀폰은 화학 회사의 발전을 위해 화학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만듭니다. '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 이란 말은 우리의 DNA입니다."


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 이란 말은 어쩌면 가능하고 실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듀폰이 세계 1,2차 대전 당시 만든 화학물질로 연합군이 승리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듀폰의 데프론 덕분에 일반 가정에서는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듀폰의 테프론은 실제 무기 방수 코팅과 가정용 프라이팬 코팅에 사용됐다. 대표적인 테팔 제품이 이 테프론 코팅을 사용한 제품이다.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역은 미국의 웨스트 버지니아주다. 그 때문인지 이 지역이 나올 때마다 존덴버의 'Take me Home Counrty Road'가 흘러나온다. 듀폰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파커스버그에 공장을 세웠다. 파커스버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교를 세우는 등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 사람들에게 고임금의 일자리르 제공하고, 조금 더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고, 지역에 학교를 세우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 '화학으로 다 나은 삶을' 이란 말을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듀폰을 제외하곤 누구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의 공장에서 PFOA라는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것이 공기와 강물로 흘러들고 있으며, 그걸 마시고 있다는 걸. 듀폰은 1951년부터 파커스버그 공장에서 테프론을 생산했다. 테프론을 생산하기 위해선 PFOA가 필요했는데, 이는 탄소 8개를 한데 엮은 것이다. 때문에 C8이라고 불린다.


듀폰은 PFOA(C8)이 기형아 출생시키며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숨겼다. 그러면서 테프론은 안전하다며 홍보했고, 30년간 방조했다. 이 사실은 듀폰이 롭에게 전달한 150만 쪽에 달하는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기업이 이것보단 나아야 하는 것 아닐까.



"다들 이 친구가 수집한 증거는 읽었나? 미필적 고의와 부패에 관한 증거 말이야. 읽어. 그다음에도 우리가 방관해야 한다고 말하라고. 이건 전 세계 시민운동의 불씨가 되는 거라고. 미국 기업이란 게 이것보단 나아야 하잖아. 그렇지 않은 기업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하고."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처음 롭에게 비디오를 전달하고, 듀폰을 고소해 달라고 요청한 '테넌트'는 2001년 듀폰과 합의를 한다. 하지만, 이후 암 진단을 받아 사망한다. 2002년에는 듀폰의 PFOA 방류가 식수로 들어갔음을 밝혀졌고, 이후 3,500명이 집단 소송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2017년에 법원은 듀폰에게 6억 7,500만 달러, 한화 약 8,0000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한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례가 비단 이것 하나뿐일까?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영화에서 듀폰이 자사의 제품은 안전하다고 말했듯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와 SK케미칼 역시 자사 제품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사람은 1,500명이 넘고, 추정 피해자만 95만 명이 넘는다.


이들 기업 모두 자사 제품이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그 피해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가지게끔 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면, 학교를 많이 지어주고,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감추는 사회공헌보다

진실한 사회적 책임을



기업이 아무리 사회공헌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지역사회에 주는 피해와 소비자들에게 주는 피해가 막심하다면, 허울뿐인 사회공헌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허울뿐인 사회공헌을 할 시간에, 자사 제품에 문제는 없는지, 악영향은 없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진실을 숨기면, 그것을 파헤치고 되돌리는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이 든다. 그 시간 동안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들이 짊어지게 된다. 한 명의 개인이고, 소비자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나에게 온다.


영화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은 말한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 줄 것 같지만, 거짓말이지. 우린 우리가 보호해야 돼. 아무도 못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