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은 서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팔청춘 Apr 02. 2022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

책, <책임혁명>


책임혁명
(제프리 홀렌더, 빌 브린 / 프리뷰/ 초판 1쇄. 2011.01.06)

-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 -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CSR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다음 하는 건 사례 찾기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성에 차는 기업이 별로 없다. 특히 국내는 더욱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다.


책, <책임혁명>은 미국의 친환경 가정용품 및 퍼스널 케어 용품 브랜드인 '세븐스 제너레이션'의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인 '제프린 홀렌더'가 쓴 책이다. 그가 창립한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기업이 내리는 결정이 향후 7세대에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업 이름 중에서 책임 의식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책임 혁명을 일으키는 기업들은 사명에서부터 책임 의식이 명백히 드러난다. 이들은 사명에만 멈추지 않는다. 실제 기업 경영에서도 드러난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자를 지키며, 이해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공개하고, 함께 해결한다. 이해관계자에게 문제를 공개하는 이유는 그들로 하여금 기업을 감시하게 하고, 기업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돌아봤다. 내가 모든 기업을 어느 것도 아니고 알 수도 없지만, 예전부터 느끼는 문제의식은 있었다. 투명성이다.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아무리 화려하게 낸다 한들, 그 내용이 부실하면 소용없다. 국내 기업의 책임 보고서를 보면 화려함은 나무랄 게 없지만, 던지고 싶은 질문이 많다. 가령 이렇다. 실제 앞으로 탄소량을 낮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이고, 작업장에서 드러난 사고가 있었는데, 그 문제점은 왜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는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내 기업이 규정한 이해관계자 폭은 굉장히 좁고, 투명함의 정의는 검거나 회색인 것 같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법적,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주목할 건 '가치사슬 전 과정'과 '모든 이해관계자'다. 즉, 기업이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 과정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공급처부터, 소비자, 소비자가 속한 지역사회와 환경에 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필요로 하는 한 그들에게 자사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필수다. 그것이 진짜 책임지는 모습이다.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이해관계자들에게 자사의 문제점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즘 고민은 기업이 어떻게 하면, 더욱 투명하게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게 하느냐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힌트를 얻었다. 또한,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훗날 기업 임직원들에게 정보 공개의 투명성에 대해서 설득해야 할 때,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 같다.


밑줄

- 세계 경제는 2009년 여름 목을 조여 오는 대공황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기업 성공담을 찾아 금융계를 기웃거리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몇 년간 경제와 사회를 망친 각종 잘못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은행들은 윤리규정을 어기고 범법행위를 저질렀는가 하면, 회계장부에서 수십억 달러를 감쪽같이 분식하는 등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들이었다.(p.22)


- 트리오도스는 오로지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와 사업에만 자금을 지원해 이런 빛나는 성과를 이루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이 은행은 9,000개가 넘는 사회 및 환경 친화적인 사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대출자의 뒷배경이 아무리 흠잡을 데 없고 사업계획이 탄탄해도, 환경이나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업은 트리오도스로부터 대출받을 기회가 없었다. 트리오도스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유기농, 소액 금융, 공정한 거래와 관련된 기업에만 투자함으로써 경제를 보다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니 이윤은 따라왔다. 은행 파산이 주기적으로 닥쳐왔지만 트리오도스는 설립 이후 30년 간 한 번도 분기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트리오도스 은행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피터 블롬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델 안에서 우리는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속가능성이 우선입니다."(p.22~23)


- 더 나아가면 기업 책임은 기업들에게 영업 허가를 내주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기업 책임 보고서가 해당 기업이 더 위대한 목적이나 더 높은 비전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믿지 않는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 상장이나 사회적 책임 기업 뮤추얼 펀드에 편입된다는 것은 더 유익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해악을 덜 끼치는 정도라고 하는 편에 더 가까울 것이다.(p.44)


- 장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끝난 뒤 시몬을 비롯한 의사 결정자들은 월마트와의 거래를 끊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월마트를 버리는 것은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사업 논리나, 손쉽게 유기농 제품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유기농 제품을 공급한다는 유기농 운동의 논리 모두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몬은 오가닉 밸리가 거대 공급자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쉽사리 가격 인하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 기업의 핵심 사명에 반하는 것이다. 그 사명이란 조합원인 농장들에게 안정적인 가격과 지속적인 영업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오가닉 밸리가 영농업자들, 사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도와준 유기농 식자재상, 그리고 소규모 소매 체인에게 의리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p.51)


- 기업 활동에 따르는 다른 모든 사회적, 환경적 결과들은 무시한 채 유기농 식품과 같은 단 하나의 가치 있는 쟁점만 골라 브랜드에 빛을 내려고 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기후변화, 전 세계적인 물 부족, 전염병처럼 번지는 어린이 비만, 기타 글로벌 기업이 직면한 수많은 도전들이 진전되는 속도로 보아 점진주의적인 대처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p.78)


- 막스&스펜서는 아주 다른 방침을 취했다. 그 가장 분명한 증거가 바로 본사 로비의 전광판을 선명하게 가로지르는 플랜 A의 최신 성과지표들이다. 이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성과를 공개한다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CEO를 지낸 로즈는 런던에서 발행되는 선데이 타임스에 "진정한 녹색 기업으로 스스로를 차별화한다면 상업적으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다른 기능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길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여론의 지지를 잃습니다."(p.80~81)


- 한 기업의 성적을 알아보는 궁극적인 시금석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몇 년, 그리고 몇십 년에 걸쳐 얼마나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느냐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책임감'을 말해 주는 것도 그 기업이 얼마나 번듯하게 사명 선언문을 작성하느냐가 아니라, 종업원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그 가치와 비전을 얼마나 깊이 심어 줄 수 있느냐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에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그 사명에 몰두해야 한다.(p.89)


- 스스로 비밀을 폭로하고 흠집을 들춰내는 것은 사업과 관련된 기존의 지혜와 분명히 어긋난다. 투명해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모든 사업가들이 다 투명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투명성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관행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관행이 빠르게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p.126)


- 투명성은 주주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에게는 핵심적인 필요조건이다. 블루칩 기업인 빅 블루 IBM은 스스로 투명성을 찬양해 왔다. IBM 글로벌 부문의 2008년 2월 보고서는 기업 스스로 '이해관계자들의 현미경' 앞에 얼마나 발가벗을 의지가 있느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목적 달성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투명성이라는 강력한 소독제가 기업을 따가운 햇볕 아래 드러냄으로써 기업이 맞닥뜨릴 문제들을 줄여 준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기업 운영 과정을 공개하는 기업은 방치했다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문제들을 미리 막을 수 있다."(p.126)


- 진정으로 투명해지려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이라는 과제를 이용해 우리는 대중의 생각에 접근하고 비판세력도 친근해질 수 있다. 적대적 관계를 실질적인 협력 관계로 바꿀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이게 의심스러우면 나이키와 갭 GAP이 최근에 겪은 일들을 되짚어 보면 된다. 두 기업은 도급 공장의 근로조건에 대해 나쁜 점 가지 샅샅이 공개하는 보고서를 냄으로써 가장 가혹한 비판자들과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계약까지 맺게 되었다.(p.128)


- 블로거, 소비자, 환경운동가들이 기업이 꽁꽁 감춘 프로젝트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아는 기업이 많을수록, 사업 목적을 이루는 데 투명성의 힘을 이용하는 기업도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기업은 회사의 평판과 대차대조표에 큰 타격을 입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p.129)


- 이 사이트는 가장 문제가 되는 환경 영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기업 책임 보고서를 압도한다. 제품의 이동 거리, 쓰레기 생산량,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 소비량 등이 모두 제시된다. 또한 자료를 이해하기 쉽도록 비교해서 제공한다. 파타고니아가 오리털 스웨터 하나를 만들 때마다. 9.4Wh의 에너지가 소비된다느 사실을 밝히면서 그 양이 18와트 소형 형광등 한 개를 22일 동안 계속 켜 두는 것과 맞먹는다고 비교해 주는 식이다.(p.139)


- 복잡하게 장문의 보고서를 내는 대신 '녹색 지수'라는 태그를 개발해냈다. 영양성분 표시 라벨을 모델로 한 것으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이 환경 영향 측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문화를 '이해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CEO인 제프리 슈워츠와 분기별 전화 대화를 갖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전화를 걸어 환경 라벨 붙이기와 지속 가능한 원자재 구매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p.145)


- 솔직하게 지속가능성을 회사 전략에 녹여 들도록 하는 일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라기보다는 목표로 나아가는 여정이자 도전이다. 흑자 기업 가운데서 지속가능성을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관철시키는 기업은 드물다. 그리고 모든 기업 활동을 완전히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기업 역시 없다. 하지만 일부 주목할 만한 개척자들이 기업 문화를 새로 구축하고, 기업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어려운 일을 해내가고 있다. 그러한 전략을 실천에 옮기면 긍정적인 효과와 위험이 모두 뒤따른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p.168)


-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노력을 불과 몇 명에게만 떠맡기고 있다. 세븐스 제너레이션에 서는 기업의식 덕분에 공동체 전체가 가장 중요한 일에 참여한다. 지속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일이 회계에서 마케팅, 물류,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에 사회 정의와 평등의 실현이라는 임무도 포함된다. 일을 할 때는 이로쿼이 연맹의 위대한 법전에서 빌려온 회사 이름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모든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상기시킨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다가올 일곱 세대 seven generations에까지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p.233)


매거진의 이전글 녹색에 감춰진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