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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Apr 06. 2022

1년만 독하게

책,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위즈덤 하우스/ 초판 37쇄/ 2013.10.25 )

- 1년만 독하게 -


하야마 아마리, 그녀는 스물아홉 생일을 가장 비참하게 보낸다. 25살에 남자 친구와 이별한 뒤, 줄곧 파견 사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 3평짜리 원룸에서 홀로 생일 보낸다.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는 없다. 오로지 남자 친구와의 결혼만 생각했고, 다니는 회사도 적당히 다니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꾸려나가려고 했다. 남자 친구가 유일한 친구였고, 그 남자 친구와 이별은 인간관계가 바닥난 것을 의미한다. 홀로 맞은 29살의 생일, 편의점에서 산 딸기 케이크에 딸기를 먹으려다 그만 떨어트리고 만다.


떨어진 딸기, 그걸 주워 먹으려던 아마리, 그 순간 자신의 비참함이 눈에 들어왔고,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스스로 죽을 만큼 용기가 있지는 않았다. 죽는 것조차 혼자서 못한다는 비참함, 그러던 와중 적막을 깨려고 틀어놓은 텔레비전 속에서 라스베이거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과 상상할 수 없는 돈을 쥐고 도박을 펼치는 사람들. 라스베이거스를 본 뒤, 아마리는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을 1년 뒤 30살이 되는 생일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하기로 결정한다.


책,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베일에 싸인 작가 하야마 아마리가 쓴 책이다. 그녀가 29살부터 30살까지 1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리는 그녀가 긴자 호스티스로 일하며 사용한 가명이다. 여분이라는 의미로 스스로 부여한 시한부 1년의 시간을 표현한 이름이다.


이 책을 읽은 게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군 복무를 할 때였다. 군대에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고 나도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 결과 몇 개의 공모전에 입상했고, 하고 싶은 걸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무언가 힘이 들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곤 했다.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문장과 인물에 눈이 갔다. 예전에는 아마리 인물에만 집중이 됐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인물에 눈이 갔다. 아마리의 친구 미나코다. 미나코는 10년 만에 간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재회한 친구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다. 그는 삶의 목적이 분명하다. 하지만 왠지 그 목적에 다가가는데 더디다고 느끼고 있었다.


미나코 인물을 보며 지금의 내 모습도 이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일을 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또 그 목적을 달성하는 길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당최 그 길에 들어서는 게 힘들다. 떨어지기도 하고, 좋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거절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내가 이 분야와 맞지 않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하야마 아마리는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1년의 삶을 오로지 라스베이거스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비긴 뒤,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나도 그렇게 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하야마 아마리가 실제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소설 같기도 하다.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중에 혹여나 일본에 가게 된다면 하야마 아마리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실제로 만나면, 책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하고, 책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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