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김영사/ 1판 4쇄/ 2021.03.03)
- 기술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물음에 yes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로 만든 사람은 드물다.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게 어디 쉬울까?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먼 과거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가 그렇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아이폰(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또 세상에 컴퓨터가 없다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빌 게이츠가 처음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을 때, 모든 미국 가정에 개인 컴퓨터를 놓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거의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상을 변화시켰고, 빌 게이츠는 부자가 됐으며, 그의 모습은 그가 앞으로 보여줄 변화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는 말라리아와 에이즈에 집중하고 있고, 기후재앙에 집중하고 있다.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빌 게이츠가 수년간의 공부와 조사를 토대로 제시하는 기후재앙에 대한 솔루션이다. 핵심은 기술이 발전하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1. 510억 톤(전 세계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2.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이들에게 붙은 그린 프리미엄을 내려야 한다.
3. 이들을 달성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재생에너지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중에서 빌 게이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전기다. 전기는 모든 산업에 필수 동력이다. 전기가 없으면, 불을 켤 수 없고, 기계를 돌릴 수 없다. 전기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값이 싸야 하며, 모든 수요를 충족할 만큼 공급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재생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이 있다. 태양은 우리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않고 무한한 햇빛을 제공한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 역시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돈이 들지 않은 중요한 자원이다. 인류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루는 낮과 밤으로 구성되어 있고, 태양은 낮에만 뜬다. 풍력기를 돌리기 위해선 강한 바람이 불어야 하고, 그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안이 뭘까? 빌 게이츠가 제시하는 건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다양한 곳에 쓰인다. 핵무기로도 쓰이고, 발전소로도 쓰인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친환경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원자력은 적은 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환경적으로 보면 친환경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불리 원자력만 외칠 수는 없다. 체르노빌 폭발이 있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다.
빌 게이츠는 원전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알지만, 자동차가 위험하다고 해서 모두 없을 수 없고, 인류가 안전벨트를 만들었듯이 혁신을 통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달콤하다. 맞는 말 같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100% 동의하진 않는다.
빌 게이츠가 제시한 솔루션은 전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탄소 배출만 줄이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가 단순히 탄소 배출만 없앤다고 해결될까? 기후가 변함으로써 자연 생태계가 변했다. 동물 개체군 수가 줄었고, 먹이 사슬이 무너지고, 기존에 없던 변종이 생겼다. 인간은 이 모든 걸 알지 못한다. 자연 생물은 자연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역할이 있다. 인간 삶에 전혀 쓸모없어 보이고, 없어졌으면 좋겠는 모기와 바퀴벌레 조차도 시스템 속에 주어진 역할이 있다. 인간이 시작한 기후변화는 이 시스템 붕괴를 가져왔고, 각자 역할을 하던 개체군의 감소를 만들었다. 감소한 수만큼 해당 개체군이 하던 역할은 줄어들었고, 그 결과 빈틈이 생겼다. 그 빈팀을 채우는 건 기술이 아니라, 개체군의 보호와 회복이 아닐까? 환경이라는 큰 틀에 생명 다양성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당장 원자력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원자력이 개인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른다.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도 모른다. 원자력 발전 이후 나온 찌꺼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처리하는 방법이 안전한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원자력이 정답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자연 시스템의 붕괴라고 생각한다. 이 붕괴를 만든 건 인간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속에서 저지른 일들의 결과로 기후변화가 나타났다. 기후재앙이라고 불릴 정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후변화가 나타나기 이전의 자연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그 회복을 위해선 인류가 지금까지 해온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 치료해선, 병은 또다시 도지고 만다. 기후재앙의 진짜 원인은 인간이 만든 생산과 소비, 폐기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바꿔야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 없이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난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술 발전은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 없이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만으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인류의 발전 방식과 그 발전이 일으킨 문제를 직시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빌 게이츠의 말은 정말 듣기 좋다. 한편으론 그의 말대로 이루어져서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기술만으론 안된다.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기술만 발전해서는 기후재앙을 잠시 뒤로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