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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Jul 24. 2022

기술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김영사/ 1판 4쇄/ 2021.03.03)

- 기술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물음에 yes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로 만든 사람은 드물다.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게 어디 쉬울까?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먼 과거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가 그렇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아이폰(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또 세상에 컴퓨터가 없다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빌 게이츠가 처음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을 때, 모든 미국 가정에 개인 컴퓨터를 놓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거의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상을 변화시켰고, 빌 게이츠는 부자가 됐으며, 그의 모습은 그가 앞으로 보여줄 변화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는 말라리아와 에이즈에 집중하고 있고, 기후재앙에 집중하고 있다.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빌 게이츠가 수년간의 공부와 조사를 토대로 제시하는 기후재앙에 대한 솔루션이다. 핵심은 기술이 발전하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1. 510억 톤(전 세계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2.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이들에게 붙은 그린 프리미엄을 내려야 한다.

3. 이들을 달성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재생에너지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중에서 빌 게이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전기다. 전기는 모든 산업에 필수 동력이다. 전기가 없으면, 불을 켤 수 없고, 기계를 돌릴 수 없다. 전기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값이 싸야 하며, 모든 수요를 충족할 만큼 공급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재생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이 있다. 태양은 우리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않고 무한한 햇빛을 제공한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 역시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돈이 들지 않은 중요한 자원이다. 인류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루는 낮과 밤으로 구성되어 있고, 태양은 낮에만 뜬다. 풍력기를 돌리기 위해선 강한 바람이 불어야 하고, 그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안이 뭘까? 빌 게이츠가 제시하는 건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다양한 곳에 쓰인다. 핵무기로도 쓰이고, 발전소로도 쓰인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친환경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원자력은 적은 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환경적으로 보면 친환경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불리 원자력만 외칠 수는 없다. 체르노빌 폭발이 있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다.


빌 게이츠는 원전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알지만, 자동차가 위험하다고 해서 모두 없을 수 없고, 인류가 안전벨트를 만들었듯이 혁신을 통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달콤하다. 맞는 말 같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100% 동의하진 않는다.


빌 게이츠가 제시한 솔루션은 전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탄소 배출만 줄이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가 단순히 탄소 배출만 없앤다고 해결될까? 기후가 변함으로써 자연 생태계가 변했다. 동물 개체군 수가 줄었고, 먹이 사슬이 무너지고, 기존에 없던 변종이 생겼다. 인간은 이 모든 걸 알지 못한다. 자연 생물은 자연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역할이 있다. 인간 삶에 전혀 쓸모없어 보이고, 없어졌으면 좋겠는 모기와 바퀴벌레 조차도 시스템 속에 주어진 역할이 있다. 인간이 시작한 기후변화는 이 시스템 붕괴를 가져왔고, 각자 역할을 하던 개체군의 감소를 만들었다. 감소한 수만큼 해당 개체군이 하던 역할은 줄어들었고, 그 결과 빈틈이 생겼다. 그 빈팀을 채우는 건 기술이 아니라, 개체군의 보호와 회복이 아닐까? 환경이라는 큰 틀에 생명 다양성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당장 원자력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원자력이 개인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른다.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도 모른다. 원자력 발전 이후 나온 찌꺼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처리하는 방법이 안전한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원자력이 정답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자연 시스템의 붕괴라고 생각한다. 이 붕괴를 만든 건 인간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속에서 저지른 일들의 결과로 기후변화가 나타났다. 기후재앙이라고 불릴 정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후변화가 나타나기 이전의 자연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그 회복을 위해선 인류가 지금까지 해온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 치료해선, 병은 또다시 도지고 만다. 기후재앙의 진짜 원인은 인간이 만든 생산과 소비, 폐기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바꿔야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 없이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난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술 발전은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 없이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만으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인류의 발전 방식과 그 발전이 일으킨 문제를 직시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빌 게이츠의 말은 정말 듣기 좋다. 한편으론 그의 말대로 이루어져서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기술만으론 안된다.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기술만 발전해서는 기후재앙을 잠시 뒤로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밑줄

- 인도는 14억 인구를 자랑하지만 이 중 많은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축에 속한다. 전기를 생산하거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환경에 나쁘다는 이유로, 인도인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이 밤에도 공부할 수 있게 전기를 가져서도 안 되고 수천 명의 인도인들이 폭염 속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내가 생각한 유일한 해결책은 청정에너지를 아주 싸게 만들어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를 버리고 청정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p.17)


- 나는 운동가들의 열정을 높이 산다.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어떻게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가난한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르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압박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결국에는 굴복한) 정치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와 싸우기 위해 관련 기업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파는 것으로 세계 에너지 산업, 다시 말해 5조 달러 규모의 산업이자 현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p.17~18)


- 주식을 처분하는 것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로를 달성하는 데는 정부 정책, 첨단 기술, 혁신적인 신제품,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전달하는 민간 시장의 능력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p.18)


- 사다리 아래에서 올라오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막는 것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부자 나라들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해서 가난한 사름들에게 계속 가난하게 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일도 아니다. 대신에 우리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고 사다리를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대기권에 더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고, 더군다나 최대한 빨리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역사는 우리 편이 아니다.(p.63)


- 미국의 스리마일섬, 구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큰 사고들은 이런 위험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재앙들을 초래한 실제 문제들이 있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신 우리는 이 분야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중단하기로 한 것 같다. 어느 날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자동차들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 자동차는 매우 위험하지. 모두 운전을 그만두고 자동차를 버리자"라고 말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터무니없는 말이다. (중략) 원자력은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원자력은 그 어떤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이와 같이 우리가 자동차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것처럼 원자력발전소도 문제를 하나씩 분석한 다음, 혁신으로 해결하며 개선해야 한다.(p.125~126)


- 깨끗한 전기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만약 충분한 기술력이 갖춰진다면 언젠가 플라스틱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탄소 싱크가 될 수도 있다.(p.158)


- 원리는 이렇다. 우선 정체 과정을 제로 탄소화한다. 깨끗한 전기로 하거나, 또는 깨끗한 전기로 만든 수소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석탄을 태우지 않고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를 얻을 방법이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떼어내, 거기에서 탄소만 추출하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 어떤 기업들은 식물에서 탄소를 얻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제로 탄소 열원이 필요한데, 역시 깨끗한 전기나 수소, 또는 탄소포집 장치를 통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천연가스가 될 수도 있다.(p.158)


- 나무 한 그루는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까? 나무마다 다르겠지만 40년 동안 4톤을 흡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까? 만약 나무가 타면 그 나무가 저장한 모든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이다.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약 당신이 나무를 심으려고 했던 자리에서 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랐다면, 결과적으로 탄소포집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과 같다. 세계의 어느 지역에 나무를 심어야 할까? 전반적으로 눈으로 덮인 지역에서 나무는 냉각 효과보다 온난화 효과를 더 많이 일으킨다. 나무는 눈과 얼음보다 색깔이 어둡고, 어두운 것은 밝은 것보다 열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면 열대 지역의 숲은 온난화 효과보다 냉각 효과를 더 많이 일으킨다. 나무는 많은 수분을 방출하는데, 이 수분은 구름이 되어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지역과 극지방 사이의 지역인 중간 위도 지역에서는 냉각 효과와 온난화 효과가 서로 상쇄된다. 나무를 심은 자리에 다른 것들이 이미 자라고 있었는가? 만약 당신이 콩 농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숲을 가꾸었다고 생각해보자. 콩 농장을 없앴으니 당신은 콩 공급량을 줄인 셈이고, 자연스레 콩 가격은 올라간다. 그러면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나무를 베고 콩 농장을 만들 것이다. 당신은 나무를 심어 좋은 일을 했지만, 누군가는 당신의 좋은 일을 상쇄할 것이다.(p.183~184)


- 만약 우리가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를 운전한다면, 이는 단순히 화석연료를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는 것밖에 안 된다.(p.198)


- '정책'이랄는 단어처럼 모호하면서도 매력 없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새로운 배터리 개발을 이끈 정부 정책보다는 새롭게 개발된 최신 배터리가 '섹시'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정보가 세금을 투입해 배터리 연구를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시장화할 수 있게 도와준 정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제품을 대규모로 팔 수 있게 도와준 규제가 없었더라면 새로운 배터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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