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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Sep 17. 2022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책,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
(존 라이언∙앨린 테닌 더닝/ 그물코/ 1 판 7쇄/ 2003.12.30)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



최근 언론들에게 MZ세대의 특징에 대해 말하는 걸 자주 본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친환경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용품을 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판하거나 사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 나 역시 MZ세대다.(사실 이렇게 세대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같은 세대라고 해도 특성이 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친환경 활동은, 텀블러 쓰기, 배달앱 사용하지 않기, 퇴근할 때 따릉이 타기 등이다. 텀블러는 거의 매일 쓰고 있고, 배달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녹색 시민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환경 생활을 한다고 해도, 내가 사용하는 일상 용품들이 친환경이 아닌 경우도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늘 텀블러에 받은 테이크아웃 커피도, 내 텀블러에 담기기까지 무수한 환경에 상처를 입히며 온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텀블러 자체도 생산되는 데 까지 무수한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책,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는 녹색 시민인 구보씨의 하루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이 어떤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구보씨는 중산층의 평범한 사람으로, 되도록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실천을 한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문제를 최대한 줄이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아침에 마시는 커피, 커피를 마시며 읽는 신문, 회사에 출근해서 사용하는 컴퓨터, 입은 옷과 신발, 먹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 이 모든 것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환경 피해 정도를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핵심은 단 한 가지다. 아무리 녹색 생활을 하려고 해도,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환경 피해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수는 없다. 그 문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비록 내가 마시는 커피가 환경에 피해를 입히고 왔을지언정, 그 커피로 인해 추가적인 환경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텀블러를 사용하고, 비록 내가 입는 옷과 신발이 환경에 피해를 주며 내게 왔을지언정 한번 샀다면 오래도록 입어야 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처음 살 때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걸 사고, 무분별하게 바꾸지 않고 최대한 오래 사용해야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한, 한 사람의 발걸음은 어떻게든 지구 표면에 자국을 남기게 되어 있다. 그 자국이 깊으냐 얕으냐의 차이일 뿐이다. 또한 그 자국을 지구가 회복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탄력이 좋은 피부는 손가락으로 꾹 눌러도 금방 원 상태를 회복한다. 반면, 탄력이 떨어진 피부는 원상태도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자생능력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남기는 자국이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회복될 수 있다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대한 자국을 남기지 않고, 자국을 남기더라도 얕게 남기는 게 중요하다. 


지구에 있는 한 참된 의미가 녹색시민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 내 일상의 모든 활동이 지구에 환경 자국을 남긴다는 걸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상기했다.


밑줄

- 구보 씨는 하루에 두 잔의 원두커피를 마신다. 올해에 그는 약 9킬로그램의 원두 알갱이로부터 만들어진 130리터의 자바산 커피를 끓일 것이다. 콜롬비아의 농장은 그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12그루의 커피나무를 돌보아야 한다.(p.17)


- 석유 매립지로부터 의류 공장 문까지, 구보 씨가 입은 셔츠의 원료가 된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과정은 폴리에스테르 무게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질소, 유황 산화물, 탄화수소, 먼지, 일산화탄소, 그리고 중금속을 대기 속에 방출했다. 이러한 오염 물질들은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심장과 폐질환을 일으키며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p.39)


- 티셔츠가 환경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세탁 과정에서 일어난다. 티셔츠를 세탁하고 전기로 건조하는 것은 그것을 처음 생산할 때보다 약 10배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p.45)


- 유기농 방식으로 지은 면제품과 염료를 사용하지 않은 면제품을 찾아라. 당신의 선택에 따라 그러한 방식으로 재배된 면이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1989년에 미국에는 약 4헥타르의 유기농 목화 재배지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애쓴 결과 1994년에는 그 면적이 720헥타르가 되었다.(p.47)


- 신발 산업은 그 부품을 제조하고 완제품을 조립하는 장소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글로벌 산업이다. 아마도 하나의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이처럼 지구 전체를 이용하는 산업도 드물 것이다. 자유롭게 지구 전체를 떠돌아다니는 오늘날의 기업들에서는 단일한 정부, 단일한 노동조합 등이 세력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 만약 노조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면, 그 기업은 좀 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곳으로 옮겨가거나 적어도 그렇게 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완제품에 대한 쇼핑이라는 일종의 투표 행위에 의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p.51)


- 가죽을 제외하면 구보 씨의 신발은 대부분 석유를 기초로 한 화학 물질들로 만들어졌다. 중간창은 특수하게 설계되어 주문된 여러 물질들의 합성물인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를 성분으로 한다. 에틸렌은 중간창을 모양에 맞춰 자르기 쉽게 만들고, 비닐은 그것에 탄성을 부여하며, 아세테이트는 그것을 질기고 팽팽하게 만든다. 이 화학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에틸렌이다. 이 무색의 기체는 약간 달콤한 냄새를 풍기지만 지독한 유독성 가스이다.(p.53)


- 노동자들은 에틸렌과 비닐 아세테이트를 색소, 노화 방지제, 촉매와 섞어 틀에 담은 채 굽는다. 화학적 반응이 계속되는 동안 수백만 개의 미세한 가스 방울들이 EVA 속에 화학 거품을 만들기 위해 생겨난다. 그 거품들은 신발을 신을 때 푹신푹신한 느낌을 주고, 달리면서 뒤꿈치가 땅을 찰 때마다 받는 충격(몸무게의 두세 배 정도에 이르는)으로부터 구보 씨의 발을 보호할 것이다.(p.53~54)


- 사실, 보통 컴퓨터 한 대가 한 해 동안 쓰는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만큼의 에너지가 컴퓨터를 가동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컴퓨터는 종이 없는 사무실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번의 초안 작성과 사소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재인쇄 등 때문에 오히려 용지와 에너지의 사용을 증가시켰다.(p.83)


- 만약 광석이 9퍼센트의 구리를 함유하고 있다면(전 세계 구리 광석의 평균치), 컴퓨터 한 대를 만들려면 11킬로그램가량의 구리 광석을 캐내야 하며, 그 위쪽을 덮고 있는 150 킬로그램 이상의 흙과 암석을 파내야 한다. …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구리 생산 과정에서 방출된 이산화황의 양은 전체 이산화황 방출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p.89)


- 1킬로그램가량의 구리를 얻기 위해 광석을 채굴하고, 분쇄하고, 녹이는 데에는 276리터의 휘발유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든다. 금속을 채굴하고 제련하는 과정은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7퍼센트를 차지한다.(p.89~90)


- 100그램의 햄버거 고기를 생산하려면 한 컵의 휘발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것과 같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의 일부는 목장을 유지하거나 고기를 수송하는 데 쓰였지만, 대부분은 사료를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쓰인다.(p.98)


- 전체 소금 생산량의 겨우 3퍼센트만이 음식과 함께 소비된다. 소금은 더 일반적으로 제빙제로 쓰이거나 화학 공장과 플라스틱 공장에 쓰이는 염소를 만들기 위한 원료로 사용된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금을 먹는 것은 자동차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겨울마다 길, 도로, 주차장 등의 눈과 얼음을 녹이기 위해 1인당 65킬로그램의 소금을 사용한다. 이때 녹아서 흘러내린 소금물은 하수도를 통해서 강물로 흘러 들어가 수중 생명체들에게 해를 입힌다.(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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