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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 Sep 17. 2022

내가 하는 말은 개소리인가

책, <개소리에 대하여>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필로소픽/ 초판 12쇄/ 2022.03.03)

- 내가 하는 말이 개소리인가 -


친한 친구들 사이 대화다. 친구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흔히 이렇게 말한다. "개소리가 하지 마" 비단 친구 사이만이 아니다. 공인이거나, 정치인들이 TV 혹은 SNS에서 내 기준에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되면 "개소리하고 있네."라는 말을 한다.


이처럼 개소리는 우리 일상에 만연하다. 또한 그 개소리의 기준도 모호하다. 대개 내 기준에 맞다고 생각하면 개소리가 아니고, 내 기준에 틀리거나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면 개소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런 경향을 너무나도 잘 알았는지 저자는 첫 문장부터 뼈를 때린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p.7)"


책, <개소리에 대하여>는 개소리를 탐구(?)한 책이다. 영어로는 Bullshit로 번역되는 표현을 탐구한다. 그 탐구 방법은 거짓말과의 비교다.


거짓말은 실제 어떤 것이 진리 혹은 진실인지 알고 있을 때 말할 수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야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원리다. 반면, 개소리는 다르다.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다.


거짓과 가짜는 사실 경계가 모호하다. 거짓말인 것을 가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차이를 말해주는 데, 그건 그 눈이 진실을 향해 있느냐 아니냐다. 거짓말쟁이가 진실과 비교해 자신의 말을 한다면, 개소리 쟁이는 자신의 현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드높이기 위해 개소리를 지껄인다. 즉, 기준이 상황과 자신인 것이다.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하는 말이 모두 개소리로 여겨질 수 있다면, 나 역시 개소리를 한다. 사실 누구나 개소리를 한다. 누구에게나 곤란한 상황은 오기 마련이고, 누구나 곤란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니까. 


사실 이 책은 앞서 읽은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에서 알게 되어 읽은 책이다. 앞선 책에서는 진정성을 말하는 순간, 진정성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이라는 말 자체는 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해, 무언가와 비교해야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인 것이다. 그 차원에서 진정성이란 정말 개소리가 맞는 것 같다. 어쩌면 진정성이라는 수서를 섞은 모든 말 자체가 전부다 개소리 인지도 모르겠다.


밑줄

-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p.7)


-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phony)라는 데 있다.(p.49)


- 누군가 자신이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소리를 지어내는 데는 그러한 신념이 필요 없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리에 대해 반응한다. 그리고 그는 그만큼 진리를 존중하는 셈이다. 정직한 사람이 말할 때, 그는 오직 자신이 참이라고 믿는 바를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이에 상응하게 자신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p.58)


- 그렇지만 개소리 쟁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무효다. 그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 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개소리를 들키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사실들이 그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들이 현실을 올바르게 묘사하든 그렇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p.58~59)


-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할 기회나 의무들이 화자가 가진 그 주제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을 넘어설 때마다 개소리의 생산은 활발해진다. 이 불일치는 특히 공인의 삶에서 일반적이다.(p.65)


-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악명 높을 정도로 덜 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그리고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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