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렇게 힘들다는 건, 반대로 성장의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종종 성장통을 겪는다. 어느 날은, 핵심 인력이 다 빠지고 심지어 그 뒤에 들어오는 대체인력마저도 다 펑크가 난 적이 있었다. 이래서 공장이 돌아갈 순 있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사장님들께 죽는소리하고 싶진 않았다. 그거 관리 하나 못 하는 직원이 되기 싫었다. 결국은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 더 늘었다. 구멍 난 곳을 메우느라, 전화로 배워가면서 했고 기존 일에 추가로 소화하려니 감당이 안 됐었다. 오죽하면 발주하려 전화 온 거래처 사장님들이 어디 아프시냐고 할 정도였으니.
당장 급한 불만 꺼가면서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을 때, 거래처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내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솔직히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진 않았다. 위로를 듣는다고, 내 일이 줄거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용건만 빨리 전달하고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선, 나의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마음가짐이 바뀌니 기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본질적으로 해결되진 않았지만 해결이 되는 시점까지 잘 버틸 수가 있었다.
거래처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지금의 나 같은 시기의 직원을 종종 본다고 한다. 문제해결 능력이 10인 직원에게 7을 주고 8을 주면 잘 한다고 한다. 9를 주고 10을 줘도 버겁지만 열정 있는 직원들은 이겨낸다고 한다. 하지만 11이나 12를 주면,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간다고 했다. 사장님 본인도 그랬었고, 두고 있는 직원들이 항상 그 시점에서 포기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잘 넘어가고 이겨내면 문제해결 능력이 11, 12 그리고 15까지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럼 그 아래로는 더 여유롭게 일처리를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성장이라고 하셨다. 매번 그런 시기가 오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지금 그렇게 힘들다는 건 반대로 성장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너의 어떠한 방식이로든 그 시기를 넘겨서 반드시 성장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다시 또 그런 시기가 온다면 역시나 또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어하겠지만, 이때의 이 말을 떠올리며 난 또 성장을 택할 것이다. 이때 사장님의 말씀에 너무 힘이 되어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아직까지 말씀을 못 드렸다. 이것이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만간 통화나 뵐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꼭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
무튼 이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은, 정말 좋은 곳에서 좋은 것들만 골라서 배우고 있다. 비록 하루하루 짧게 보면 짜증 날 때도, 힘들 때도 많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면 난 정말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 실패해도 크게 데미지 없는 환경,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게 아닌 내가 주도하에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 등 내 첫 선택이 나의 베스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문장을 어떻게 바꾸든, 본질을 이해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