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품을 '공부하듯' 분석하세요
웹소설을 쓰기 전에 다른 작가가 쓴 웹소설을 '공부하듯' 읽어보는 것은 중요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웹소설을 쓰기 위해 평소 웹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최소 3개에서 10개 정도의,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분야에서, 인기가 좋은 작품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읽어야 합니다.(물론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 이게 MUST는 아닙니다만)
많은 작가분들이 다른 작가가 쓴 작품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을 웹소설 작가가 되기 위한 일종의 왕도로 여깁니다.
반면 산경작가님 처럼 그런 게 의미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웹소설이 너무 좋아', '나 웹소설 중독인가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이 작가를 희망한다면 웹소설을 읽을 때 제발 공부하듯이 읽지 마십시오. 어떤 클리셰가 쓰였는지, 문장을 어떻게 썼는지, 언제 '사이다'를 터뜨리는지, 이런 거 분석하지 말고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그러니까 웹소설이란 서브컬쳐이고 가벼운 팝콘 문화이기 때문에 자세히 공부하지 말고 즐기면서 읽으라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위의 문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제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평소 웹소설을 많이 보는 사람이 웹소설을 쓰려고 할 때 말이죠.(이런 게 고수라는 거겠죠? 우리는 항상 문제에서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야 합니다.)
아무튼 저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은 웹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있습니다.
웹소설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이 웹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그리고 웹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숨깁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은 서브컬쳐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웹툰처럼 대중화에 도달한 단계가 아니라 소수의 헤비유저가 주요 독자인 시장이죠.
이야기를 해도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내가 독자란 사실을, 작가란 사실을 밝히기가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고 해도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웹소설을 쓰려는 이들 대부분은 웹소설을 자주 접한 사람이 아닐 경우가 큽니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웹소설에 대해 공부를 하고 들어가야 하죠.
웹소설은 순수문학과 많은 점들이 다르거든요.
웹소설이 순수문학과 어떤 점이 다른지는 다음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왜 분석작업이 중요한지 살피려 합니다.
<1박 2일>로 유명한 나영석 PD의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에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대학 졸업이 코앞인 가운데 준비하던 모든 것에 실패한 나영석.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별생각이 없었던 피디 시험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TV만 봤다. 하루에 하나씩, 프로그램을 찍어 꼼꼼히 모니터를 하고, 그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노트에 정리한다. 거기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안을 써보거나 한다.
베스트셀러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쓴 이미예 작가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습작을 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없다. 대신 재밌는 작품이면 만화책부터 드라마 대본집까지 가리지 않고 보면서, 내 방식대로 재미 분석을 했다. 캐릭터 이름이 언제부터 외워지는지, 두 줄짜리 문장이 몇 초 안에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수백 작품을 분석했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나 혼자 재밌어서 했다.
<리얼머니>의 진문 작가님도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 위해 글 쓰는 것 말고 특별히 노력한 게 있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합니다.
처음엔 현업 작가들을 만나려고 애썼다. 실제로 웹소설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 그 비결을 듣고 싶었다. 의외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았다. 각종 오픈 플랫폼에서 연말이나 연초에 작가와 지망생 간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줬다. 그때 만난 작가들과 따로 모임을 가지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인기 있는 웹소설을 많이 읽고 장점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과 ‘내 글을 읽고 단점을 지적해줄 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이 두 가지를 신경 썼고 약 1년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데뷔할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인기 작품을 끊임없이 읽고 장점을 찾아내 분석하라’는 것이다. 일류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선 역대 시청률 상위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고 인기 요인을 찾아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웹소설 분야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아무런 학문적 기반이 없고 연구 자료도 없다. 이런 시점에서 베스트 작품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어떤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그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인지, 또 어떤 요소가 그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지 분석하다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저도 문피아에 맨 처음 썼던 글은 아무런 분석 없이 그냥 제 마음대로 쓴 글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45화 만에 완결을 쳐야 했고,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반면 인기 작품 몇 편을 공부하듯 분석한 뒤 올렸던 두 번째 작품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계약 제안도 왔고, 연독률도 괜찮았습니다.
이렇듯 분석을 하고 안 하고는 무척 큰 차이를 보였죠.
그러니 혹시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으신 분이라면.
우선 한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공부하듯 분석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어떤 지점이 재미있는지, 대략적인 줄거리는 무엇인지, 캐릭터의 성격은 어떠한지, 어디서 작품을 끊는지 등.
검색을 조금만 해보셔도 이런 노하우성 팁은 인터넷상에 무척 많을 겁니다.
그게 잘 안되면 아카데미에서 수강을 하셔도 좋고요.
웹소설 조금 읽어보고 별거 아니네하고 가볍게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보다는 분명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겁니다.
아무튼 우리에게 그냥 대충 써봤는데 대박이 났어 따위의 웹소설 주인공과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그 주인공도 회귀해서 이미 다 아는 정보니까 대박이 난 거겠죠.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