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 5년이 지난다면?
제가 어렸을 적에는 도서대여점이 인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도서만 빌려주다가 차츰 비디오도 함께 빌려주는 종합대여점으로 진화해 나갔죠.
대여점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시 IMF 구제금융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조차 명예퇴직에 시달려야만 했죠.
당시의 신문에는 대여점 광고가 많았는데요.
이렇게 회사에서 잘려 갈 곳을 잃은 이들이 소자본만으로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 또한 대여점이기도 하였습니다.
IMF는 1997년 12월에 터졌는데, 그 이듬해인 1998년에는 무려 전국에 1만 1,223개에 달하는 도서대여점이 생길 만큼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책을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대여점을 통해 빌려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IMF로 가계경제가 좋지 못하니 비싼 책을 사기보다는 저렴하게 책을 빌려 읽으며 아쉬운 대로 나름의 문화생활을 즐겼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버블이 올라오던 중간에 IMF가 들이닥쳤으니 문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절이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경제 위기라는 공통의 사정으로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았던.
웹소설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자들 마다 정의가 상의합니다만 저는 웹 공간 안에서 생산 및 소비 그리고 유통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소설이든 웹 공간 안에서 위의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웹소설로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웹소설의 대부분이 장르소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웹소설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장르소설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8년에 발표한 <웹소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웹소설 대부분이 장르소설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죠.
장르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고, 한국의 장르소설을 유형별로 나누자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현대판타지, 정통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등 엄청나게 많은 하위장르로 넓어지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큰 분류는 위의 4가지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어떤 분은 SF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SF는 인기가 없지 않냐고. 그런데 어떻게 대표 장르 중 하나냐고.
한국에서 SF는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없는 비운의 장르이기도 합니다만 스타워즈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마블 시리즈 등 전 세계적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총을 쏘고,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외계인을 만나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등 찍은 승리호도 그렇고, 작년에 문피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우주천마 3077>역시 무협에 SF를 접목해 화제를 모았죠.
오늘은 좀 이야기가 뜬금없죠?
처음에는 도서대여점 이야기를 하다가 장르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바로 장르소설의 친숙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도서대여점이 친숙했던 지금의 30대와 40대에게 장르소설은 그다지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어릴 적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이나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 전동조 작가의 <묵향>과 같은 작품을 즐겨 읽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돈을 벌고 있는 이들은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의 큰손이기도 합니다.
한편에 고작 몇백 원 하는 거 돈이 아까울 리 있나요.
반대로 지금의 10대와 20대들에게는 대여점의 추억은 그다지 없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온라인의 시대가 등장하고 달라진 것은 수많은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이 너무나 손쉽고 편한 방법으로 내 책상 앞 모니터에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따라서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장르소설이란 대단히 일상적이고 친숙한 작품의 형태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다르게 소수만 즐기는 서브컬쳐가 아니라는 말이죠.
이렇게 10대에서부터 40대까지.
조금 더 넓혀보면 50대와 60대까지.
장르소설은 이제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중화되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뭔지 모르는 단계는 절대 아니니까요.
웹툰은 이미 대중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많은 이들이 웹툰을 즐기고 있고 웹툰을 그리는 작가도 웹툰을 보는 독자도.
자신이 작가라고. 자신이 독자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죠.
하지만 아직 웹소설은 대중화의 단계까지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뭔지 모르는 단계는 아니죠.
웹툰과 마찬가지로 대중화의 단계에 오르기 위해 급격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장르소설에 대한 대중의 친숙는 높은 상황이고요.
그래서 아마도 한 5년 이내에.
웹소설 또한 현재의 웹툰과 마찬가지로 대중화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을까요?
나 웹소설 작가야. 나 요즘 이런 웹소설 읽어.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견입니다만.
(누군가는 한국 웹소설의 특징으로 익명성을 뽑기도 합니다. 익명성이 있기 때문에 웹소설이 발달할 수 있었다면서요. 그건 다음에 또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