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의 표정, 몸짓, 내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무심한 척 내뱉었던 말들에 대해 사과받고 싶다. 사려 깊지 않은 그의 태도가 나의 영혼에 어떻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는 흔적에 대해 사과받고 싶다. 그는 과연 알고 있을까? 쓴맛이 흘러나올 정도로 상처의 기억을 곱씹고 있다는 것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말하지 못한 상처들뿐이다. 마음을 풀 수 있을 정도의 사과를 받으려면 그들이 어떻게 해야 내 직성이 풀릴 수 있을는지도 생각해 본다. 피눈물 정도는 흘려야 할까?
그럼 나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해본 적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기억나지 않는다. 사과의 말을 건넨 적은 많아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 뒤엔, 묘한 이기심과 내가 수치심을 느끼는 만큼 상대가 수치심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로 채워서 건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잔인한 행동이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고 상대에게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나의 취약하고 못난 모습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상대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내 안에 수치심이 많을수록,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 참 힘들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에 마음 한구석 수치심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사람은 용감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내가 못난 사람으로 비치는 것보다, 나의 무지로 인해 상처받았을 당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 클 때, 그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사과받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용감하고 넓은 사람이 되어 만나면 좋겠네요. 나부터 연습하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