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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orn and Whisky May 13. 2024

대부 Part 1

알고 보면 상실에 관한...

웬만해서는 정말 안하려고 했습니다.
진부하기도 하고, 워낙 많이 다루어지기도 했고 이래저래.... 불가침 영역 같다랄까...?
그런 와중에 다음 포스팅은 어떤 영화를 주제로 하나 고민하게 되었고, 또 하필 그러던 와중에 새벽 1시에 TV에서 <대부>를 상영했고.... 그래서 난 그 새벽에 한 40% 가량을 또 보고 잤을 뿐이고....
그렇게 해서 오늘 (감히 제가) 다루어 보고자 하는 영화.... 느와르 영화의 바이블, <대부 (The Godfather)> 입니다.

시시콜콜하게 대부가 무슨 뜻이니,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저게 어떤 의미이니... 이런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잘 모르거든요.
다만, 최근 들어 다시 보니 생각하게 된 <대부>의 진정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흔히 <대부>와 연상되는 테마는 남자, 조직, 가족, 복수, 권력, 야망 등등 비교적 클리셰 한 단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죠.
오즉하면 최근 관람했던 <바비>에서도 유머 소재로도 쓰이죠. 남자들에게 영화 <대부>가 어떠한 트리거 역할을 하는지 ㅎ

영화 <바비>에서 대부라는 키워드가 나오자 켄이 "mansplaining"하는 장면 ㅎㅎㅎ 솔직히 저도 그랬던거 같아요... 지금 와이프한테도 그 전에 만났던 친구들한테도...

이번에 다시금 느낀 <대부>의 진정한 주제는 바로 "상실 (loss)"입니다.
네, 이 영화는 상실에 관한 영화입니다.
상실한 자들이 회복을 위해 투쟁하다 결국은 더 많은 것을 상실하게 되는....
오프닝 장면을 볼까요?

이보다 위대한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사에서 몇 안돼죠.

첫 장면에서 장의사는 구구절절 본인의 서사를 털어 놓습니다. 그 이면에는 결국 상실이라는 테마가 존재하죠.
딸의 존엄이 상실된 아버지가 법치를 구했으나 법에 대한 신뢰를 또한 상실했고, 그에 따라 대부인 비토 꼬를레오네에게 상실한 정의를 찾아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장면이죠.
하지만 비토는 단번에 장의사의 요청을 들어줄 마음이 없습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본인을 피해왔던 장의사의 마음을 알기에 신의를 "상실"했기 때문이죠.
다만, 분실한 신의를 회복하겠노라 다짐하는 장의사의 약속, 그리고 그의 딸의 결혼식 날이기에 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전통에 따라 비토 꼬를레오네는 상실한 정의를 되찾아 주겠노라 약속합니다.

그 다음 메인 등장 인물을 볼까요?

"You can act like a man!!!"

비토가 보기에 "남성성"을 상실한 대자(godson) 조니 폰테인과의 대면 장면입니다.
원하는 배역을 따내지 못할 것 같다면 울먹이는 조니를 향해 비토는 싸다구를 갈기며 남자답게 행동하라 얘기하죠.
그러고는 바로 대자(godson)를 위해 상실할 뻔 한 커리어 기회를 되찾아 주겠노라 약속하고 떠나 보냅니다.

그럼 이쯤에서 찐 주인공을 만나봐야죠?
마이클 꼬를레오네... 네, 차기 대부이자 3부작 하드 캐리 주인공, 알 파치노입니다.
비토의 막내 아들이자 티를 안내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최애 아들이기도 하죠.
그래서 나중 시퀀스에 나오기는 하지만 비토는 마이클 만큼은 상실을 최소화 해주고자 했던 아들이지만 아이러니 하게 상실을 가장 크게 겪는 아들이 됩니다.
여튼, 이건 다음 파트에 얘기하기로 하고...
딸인 코니의 결혼식에서 사진 찍는 장면을 볼까요?

마이클 없이는 사진 안찍으시겠다고 아버지가 고집 피우셔서 파토 났던 장면
막내 아들 왔다고 활짝 웃는 아버지... ㅅㅂ 왔냐? 일찍일찍 다녀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구만 유난이야 노친네가...

허무하시겠지만 대부 리뷰 파트1을 여기서 마무리 할까 합니다.
고작 오프닝 결혼식 씬인데 이게 사실 러닝타임으로 따지면 장난 아닙니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 드리면 TV 영화 상영 채널에서 <대부> 1편을 2부에 걸쳐 나눠서 송출한다 했을 때 이 결혼식 씬이 끝나면 거의 바로 광고타임입니다.
실제 러닝타임 30분, 평균적으로 영화가 2시간이라 했을 때 4분의 1, 대부는 좀 더 기니까 3시간이라 해도 무려 6분의 1을 차지하는 분량입니다.
그만큼 영화 <대부>의 톤을 세팅할 뿐만 아니라 3부작 전체의 로드맵을 깔아주는 중요한 씬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오프닝 시퀀스를 다시 본 결과 주제는 결국 상실입니다.

신의의 상실, 정의의 상실, 기회의 상실, 아들의 상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에 대한 상실, 그리고 이러한 상실을 회복 시켜 주는 대부라는 인물...
그 대부를 둘러싼 위태로운 환경과 인물들...
그 중에서도 어찌 보면 제일 위태로운 마이클...

이때만 하더라도 정말 그렇다고 믿었을 겁니다.

아버지인 비토와 조니 폰테인 일화를 여자친구인 케이에게 얘기해 주면서 끝에 강조하는 멘트가 있죠.
"내 가족이 그럴 뿐이지 내가 그렇지는 않아."
다르게 해석하자면 "내 가족, 내 아버지는 도덕성을 상실했을지 몰라도 난 아직 상실하지 않았어."
이걸 강조하고자 했던 거죠.
<대부> 시리즈의 팬 분들이라면 저 대사가 왜 그토록 아이러니 하면서도 마음이 아픈지 잘 아시겠죠.
대상실 직전 마지막 발악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이렇게 영화 <대부>는 30분 가량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3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주제를 소개합니다. 상 실.
이 상실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등장인물들과 이 시리즈를 잠식해 나가는지 다음 파트에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부>는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런지 다음에 이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Til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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