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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orn and Whisky May 13. 2024

대부 Part 2

상실의 늪 속으로

아버지를 잃지 않기 위해 상실의 늪으로 뛰어들며 아버지 보다도 강력하고 무자비한 '대부'가 된 마이클.

<대부> 1편 결혼식 신이 마무리 되던 시점만 하더라도 코를레오네 가문에는 그닥 큰 위기나 불행이 닥칠 것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비토 코를레오네는 대부로서의 영향력을 이어가고, 그의 맏아들 산티노는 아버지를 도우며 결국 가업을 물려 받을 것으로 보였고, 둘째 아들 프레도는 뭐... 프레도스러운 삶을 살았겠으며 딸 코니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리고 막내아들이자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고 기대했던 마이클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합법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어갈 법했죠.
그랬더라면 이 명작이 탄생하지 못했겠죠.

<대부>라는 시리즈의 플롯에(plot)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는 사건은 솔로초라는 인물이 비토를 찾아오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솔로초는 아직 Tier 1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마약 거래와 유통을 통해 점차 뉴욕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마피아였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켜보고자 그는 비토 코를레오네를 찾아와 마약 유통을 본격화 할 수 있게끔 비토가 가진 영향력을 발휘하여 경찰들과 기타 관련 공인들을 매수해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비토는 이 제안을 거절하죠. 비토가 판단하기에 마피아 세계에서도 "선"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나 마약 사업은 그 선을 넘는, 일말의 도덕성 조차 상실해 버린 비즈니스라 판단하고 솔로초에게 서로 영위하는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잘 공존해 보자라는 이야기를 하며 돌려 보내죠.

돌려 보내는 이유, 멘트 조차 너무나 멋있었던...

문제는 곱게 돌아간 것처럼 보인 솔로초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죠.
비토 역시 이를 눈치채고 조직원에게 스파이 업무를 부여하고 보내지만 결국 조직원만 목숨을 잃고 이 반대 세력들은 기어이 비토의 목숨을 빼았기 위해 찾아옵니다.
둘째 아들 프레도와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 전 잠시 과일을 사는 동안 반대파들은 비토를 습격해 오고 말죠.

이때부터 프레도는 암유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울지 말고 일어나라 용사여...

이 사건을 계기로 <대부>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는 대학생 샌님 이미지를 벗어 던진 채 아예 다른 인물로 탈바꿈 하게 되죠.
연인 케이에게 본인 가족만 그럴 뿐이지 본인은 절대 그렇지 않다던 그 모습을 결국 본인도 닮아가고 흡수하게 됩니다.

중간에 워낙 여러 에피소드와 서사가 있어 이를 다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핵심만 이야기 하자면 마이클은 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서 반대파 암살을 감행하고, 그로 인해 시칠리아로 피신해 있게 되죠.
그 곳에서 아폴로냐라는 새로운 사랑도 만나고 그러저럭 삶을 이어가지만 결국 이 기간 동안 두번의 큰 상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큰 형인 산티노의 죽음, 그리고 두 번째는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 아폴로냐의 죽음입니다.
상실하지 않고자 감행한 행동들로 인해 더욱 큰 상실이 찾아오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죠.

이후 비토는 막내아들 마이클이라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적들과 위태로은 정전협정을 맺습니다.
그로 인해 마이클은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돌아와서 옛 연인 케이 앞에 섰을 때 마이클은 이미 예전 모습을 거의 완전히 상실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죠.
그토록 부정하던 "본인의 가족"의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재밌는 두가지 포인트는 알 파치노는 키가 작은 반면 케이 역의 다이앤 키튼은 키가 커서 나란히 서 있을 때 다소 어색한 투샷이 잡힌다는 점과 저렇게 1년여만에 나타나 말 몇마디 섞더니 케이가 곧장 마이클을 따라 차에 올라타고 다음 장면에서 어느덧 아내가 되어 있더라는.... ㅎㅎ 속전속결

그 뒤 본격적으로 후계자 코스를 밟으며 점차 대부로 거듭나는 마이클...
그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모 그린을 협박하는 장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한 장면을 통해 마이클이 어떠한 사람으로 변모했는지, 형 프레도와 은연중에 어떠한 갈등이 있는지를 보여주며 후속편 <대부2> 줄거리를 암시하기도 했죠.
그러다 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를때 쯤 등장하는 마이클과 비토, 부자간의 마지막 대화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네가 자랑스럽다만 네가 이것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단다... 모든 부모자식 간의 대화를 대변하는 듯한 명장면이죠

비토는 마이클에게 아낌 없이 조언을 해주다가 대화 막바지에 이런 이야기를 하죠.
네가 이 길을 걷기는 원치 않았다. 첫 째인 산티노라면 몰랐을테고 프레도 그 녀석이야 뭐... 그저 프레도일 뿐이고...
하지만 마이클 넌...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휘두를 수 있는 더한 권력을 갖기를 바랬다.
코를레오네 검사... 코를레오네 판사... 코를레오네 상원의원... 코를레오네 주지사 등등
(K-부모랑 이탈리아계 부모랑 별반 다를게 없나 봅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토로한 후 비토는 마지막 조언을 남긴 후 정원에서 손자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중 삶을 마감합니다.
이후 마이클이 이른 바 "적폐청산"을 하며 형과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 함으로서 <대부>는 끝이 나죠.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가 평생 뇌리에 남았는지 이어지는 <대부2>와 <대부3>에서도 마이클은 가업이 합법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정을 상실하고, 형을 상실하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상실하죠.
얻으면 얻고 지키면 지키려 할 수록 상실하게 되는 것들이 늘어만 가는 아이러니 한 마이클의 삶...
그 당시나 지금이나 현생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서 공감을 할 수 있었기에 <대부> 시리즈는 명작으로 남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듯한 영화라 할 수 있겠죠. 단순 등장인물들이 가진 권력이나 힘, 카리스마 때문에만 이 영화에 열광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대부2>의 경우 비토의 연대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부모와 형제를 상실하고 고향마저 상실한 젊은이가 타지에서 같은 처지의 실향민들의 영웅이자 지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었던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젊은 시절의 비토 코를레오네

비토의 과거와 마이클의 현재가 지속적으로 교차하는 포맷으로 연출 된 <대부2>의 엔딩은 개인적으로 1편보다도 더 큰 여운을 남긴 장면인 듯 합니다.
상실했던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회복한 비토가 가장 아끼는 아들 마이클을 품에 안고 "널 많이 사랑한단다"라고 속삭이는 장면에서 서서히 화면은 1941년 12월 7일, 비토 코를레오네의 생일이자 마침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날로 전환 되죠.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마이클은 진주만 폭격 소식을 듣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 했다고 고백하고, 이로 인해 큰 형 산티노에게 핀잔을 듣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아버지 생일날 상실감을 안겨 드릴 수 있냐며...
그러고는 비토가 도착하고 나머지 가족들이 다 마중을 나가는 와중에 마이클은 쓸쓸히 식탁에 홀로 남아 담배만 태우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상실의 순환과 대물림을 상징하는 듯한 장면이기도 하죠.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은 2차대전에 본격 참전하게 되고 이후 막강한 권력을 쌓으며 세계질서 속 대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듯 마이클도 이 때 참전을 한 것을 계기로 결국 대부가 되.... 너무 갔나... 여튼... 끝내주는 엔딩임에는 확실합니다.

<대부3>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시리즈를 완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꽃미남 시절 앤디 가르시아의 명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그리고 역시, 공통된 주제인 상실을 여지없이 다루고 있죠.

이번에도 역시 그냥저냥 두서 없이 쓴 듯 하네요.
대부 시리즈에 대한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 할까 합니다.
흔히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왜 명작이지는 의견이 분분한 작품이기에 제 나름대로 이 작품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사랑을 받는 이유를 한 번 들여다 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Til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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