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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orn and Whisky May 13. 2024

John Wick / 존윅

그는 왜 버번을 좋아할까?

Mission: Impossible이나 007 시리즈만큼 유구한 역사와 영향력을 지닌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상당히 두터운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느덧 자체적으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시리즈물이 있죠.
바로 비교적 최근에 4편을 통해 스토리가 완결 되고 막을 내린 John Wick(존윅) 시리즈입니다.

술 한 잔 먹을 시간에 최소 12명은 더 죽일 수 있다는 강력한 세계관을 가진 존윅 시리즈이기에 영화 전반에 걸쳐 먹고 마시는 장면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더군다나 술을, 그것도 주인공인 존 윅이 마시는 장면은 총 4편에 걸친 시리즈 물 전체에 걸쳐 제가 기억하기로는 딱 두 번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장면 모두 2편에서 등장하죠.

첫 음주 신은 존윅2 오프닝에서 탈취 되었던 본인의 머스탱을 수거하러 간 과정에서 러시안 보스와 나름의 화해의 의미로 보드카 한잔을 들이키는 장면입니다.

이거 마시고도 나한테 또 ㅈㄹ하면... 그 땐 나한테 진짜 뒤지는거다?

그 다음 음주 장면이 흥미로운데요.
존 윅에 현상금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흑인 업계 동료와 치고 박던 중 얼떨결에 The Continental 호텔에 입장하게 되며 업계 규율에 따라 강제로 싸움에 제동이 걸리고 호텔 지배인인 Winston에 제안에 따라 호텔 바에 가서 동료와 한잔 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Gin, right?"
"Yeah. Bourbon, right?"

정말 다정해 보이는 투샷... 역시 술은 친한 친구와 마셔야 맛있죠

대사의 순서는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대강 저런 식으로 둘은 이미 서로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죠.
존 윅이 선택한 술은 다름 아닌 Bourbon(버번)입니다.
둘은 각자 술을 시키고 허겁지겁 들이킨 뒤 헤어지죠.
근데 그렇게 허겁지겁 들이키는데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버번은 주로 미국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일컫죠.
결국 스카치 위스키와 비교했을 때 숙성 과정, 특히나 술을 담는 통의 차이가 결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버번은 좀 달큰한 느낌이 강하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숙취도 한 결 강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그게 어찌 보면 버번의 매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저도 아직 버번은 입문 단계인지라 가장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Wild Turkey 시리즈를 주로 맛 봤는데 꽤나 흥미롭습니다.
스카치 위스키가 화요 또는 맑은 계열의 정종이나 전통주라고 한다면 버번은 뭐랄까.... 안동소주 같은 느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취니까요)

그렇다면 존 윅은 그 많은 술 중 왜 하필 버번을 마실까?
궁금했었는데 최근 지난 번에도 언급했던 <부기영화> 웹툰의 존윅 4 리뷰 편을 보고 어느정도 해답을 찾았습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존 윅 시리지는 미국 서부물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물론 동양의 무협 영화와 더불어 게임 내 액션을 연상 시키는 시퀀스도 가득 차 있긴 합니다만 핵심은 서부물입니다.
Lone Ranger... 말을 타고 황야를 가르는 암살자... Macho Assassin...
<부기영화>에 따르면 이는 존 윅의 차 취향에서도 드러나죠.
 

머스탱을 팔아라!(개소리) 어찌 보면 이 시리즈 물 전체의 발단이 장면! Thank you, Theon Greyjoy, for bringing back John Wick.

머스탱!
전형적인 미국의 머슬카 (Muscle Car)입니다. 뭔가 투박하고, 남성적이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마초적인 멋이 있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존 윅의 버번 선택은 일맥상통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초이스입니다.
머슬카를 타고 다니며 버번 위스키를 즐기는 무법자... (하지만 아내와 강아지는 끔찍히 아끼는...)

떠나는 길에 버번 한 잔이라도 쥐어 줬음 좋았으련만....
글을 쓰다 보니 다시금 그리워지는 캐릭터네요.
스핀오프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주인공 카우보이가 부재한 서부극의 힘은 어디까지 발휘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긴 합니다.

오늘은 퇴근 후 지난 번 마트에서 사서 쟁여 둔 Wild Turkey 8년산을 한잔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Til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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