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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훈 Jan 07. 2019

아내의 신비한 일상

결혼하고 나서 부인과 같이 살다보니 ' 여자동물은 참 신기하구나!' 느낄 때가 많다. 일단 무쟈게 먹방을 본다.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서 먹방만 무쟈게 본다. 백종원, 뚱보삼형제 나오는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 특히나 뚱보삼형제 프로그램은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재방삼방사방을 한다. 나는 먹방을 잘 안봐서 서사도 없는 먹방을 왜캐 보냐고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보는게 진짜로 재밌다고 한다. 대리만족된다고.

아무래도 내 부인은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고되고 출퇴근시간도 광역버스로 인천에서 아현까지 왔다갔다 길바닥에서 세시간 왕복시간으로 보내고 집에 늦은 밤 돌아오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집에 오면 생각이 멍해지는 것 같고, 단순한 먹방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게 그나마 신경을 덜 쓰는 일이고, 유일한 대리만족의 시간으로써 휴식을 보내는 것인가보다. 말하고 보니 짠하네.

누워서 먹방만 보는게 아니다. 인스타로 멍뭉이 영상도 엄청 본다. 원래 부인은 개를 엄청 좋아한다. 얼굴도 개를 닮았다. 멍멍!! 결혼을 하면 원래 개를 키우고 싶어했으나, 내가 어릴 때부터 개를 무서워해서 개한테 어릴 적에 한번 물려서 트라우마가 생겨서 개를 편하게 잘 못만진다. 그리고 성격도 무척 예민해서 결국 안키우기로 했다. 그랬더니 멍뭉이 영상만 인스타로 엄청 보고있다. 이것도 말하고보니 좀 짠하네... 결국엔 내가 미안한 거 같다.

또한 부인은 옷 검색 엄청한다. 뒤늦게 알았는데, 여자들이 생각보다 내일 입을 옷, 결혼식에 입고 갈 옷, 모임에 입고 갈 옷, 등에 대해 엄청 신경쓴다는 걸 알았다. 부인은 또한 옷가게 사장이 꿈인 친구다.

어젠 자기가 일하는 이유가 옷을 사기 위해서라고 했다.

내가 어느 날 궁금해서 부인에게 물어봤다.

" 돈 많이 벌면서 몸이 고된 일을 계속 하는거랑 돈 안벌고 좀 부족하지만 자유로운거랑? 넌 뭘 고를거야? "

자기는 궁상같은거 떠는거 싫다고 차라리 일을 고되게 하고 돈 버는게 낫다고 했다. 그렇군. 역시 그렇군. 결국 돈 벌어야겠네

아내가 좋아하는 뚱보 삼형제 프로그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이 있다. 바로 부인이 샤워하고 나오면서 얼굴에 시멘트를 바르고 나오는 순간이다. 어느 날은 슈렉으로, 어느 날은 분홍 토끼로, 어느 날은 너구리로. 시멘트는 바로 피부의 모공을 좁히는 팩인거 같은데 볼때마다 깜짝깜짝놀라면서 신기하고 재밌어서 난 계속 쳐다본다. 진짜 웃기다. 그리고 이어 촉촉한 마스크팩으로 2차 팩을 한다. 그 모습도 웃기다. 매우 웃기다. 우리 부인 말고도 아마도 많은 여자들이 얼굴에 그러한 팩을 바를 것으로 생각된다. 신기한 여자들의 세계.




 나는 원래 이십대 중반부터, 혼자 살때부터 집에서 팬티를 안입었다. 원래 처음부터 안벗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혼자 살다보니 자유롭고 편하게 지내려다보니 삼각팬티가 너무 답답했고, 고추가 너무 답답한 상태는 무척이나 안좋은 것이라고 선인들이 예전부터 말씀하셨고, 그 곳은 언제나 항상 통풍이 잘 되어야한다고 어디선가 들었었다. 그래서 안입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벗고 지냈는데, 결혼 전에 셰어하우스에 잠깐 산 적이있다. 이태원에서 8명 남자들끼리 생활을 했는데, 어린 남자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 아! 형! 엉덩이! " 골짜기를 본 듯했다. 나는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 안했었는데, 걔네들은 다 팬티입는 친구들이었으니깐 나를 저질로 보았다. 미안하다. 순진한 친구들

여튼 결혼해서도 팬티를 안입었었는데, 처음엔 부인이 엄청 웃으며 놀렸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부인도 팬티를 안입기 시작했다.

부인의 골짜기가 보이길래  " 너 뭐냐! " 했더니

" 그동안 못 경험한 세계야! 자유를 얻었어! "

아내에게 유일하게 자유를 안긴 순간이었다.


여자들은 음식과 관련해서 특히나 치즈음식을 좋아한다. 치즈케익. 치즈떡볶이, 치즈볼, 치즈치킨, 치즈라면,치즈피자 뭐든 다 치즈다. 연애할 때 부인의 얼굴이 치즈랑 닮아있다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여자들은 왜캐 치즈를 좋아하는 걸까? 달달하고 고소한 치즈. 치즈를 아는자 분명 여자에게서 사랑받을 지어다.

 내 부인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매우 러블리한 여자구나!  옷 좋아하고 치즈좋아하고 멍뭉이 좋아하고 먹방좋아하고 생각해보니 진짜 귀여운 여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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