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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22. 2021

92회 아카데미 시상식(1)

남우조연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단편 애니메이션상, 각본상, 각색상 등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0년 2월 9일 현지 시각으로는 일요일 저녁, 한국 시각으로는 월요일 아침에 열렸습니다. 한국인들의 관심사는 단연코 <기생충> 팀이 얼마나 많은 상을 수상할 것인가에 달려 있었죠. 이례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레드카펫에서는 감독 이외에 뛰어난 통역으로 시선을 모은 샤론 최에게도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사회자가 없었다는 것인데요. 오스카의 사회자는 아무나 하지도 못하지만 사회를 맡은 이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짊어진다고 합니다. 장장 4시간여의 생방송을 실수 없이, 때로는 애드립을 쳐가며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하니까요. 엘렌 드제너러스, 닐 패트릭 해리스 등 다양한 사회자가 오스카를 거쳐갔지만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결국 사회자 없이 진행되었고 아마도 그 덕분에(?) 시상식은 약 3시간 반만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상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우조연상

시상자 : 레지나 킹

후보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

 - <어 뷰티풀 데이 인 네이버후드> 톰 행크스

 - <두 교황> 안소니 홉킨스

 - <아이리시맨> 알 파치노

 - <아이리시맨> 조 페시

수상 : 빵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하나 있는데요. 남우조연상은 전 해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여우조연상은 전 해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시상하는 것입니다(주연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습니다. 레오만큼 주목받지 않았던 이유는 브래드 피트가 지금까지 연기력보다는 걸출한 외모로 주목받아온 배우이기도 하고 레오처럼 수차례 후보에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을 이미 수상했기에 별다른 이변은 없었던 수상입니다. <아이리시맨>이 두 명이나 후보에 올리고도 결국 수상하지 못한 점이나, 실제 모델이 되었던 교황도 맘에 들어했다는데 안소니 홉킨스가 인생연기를 보여주고도 브래드 피트에게 밀렸던 점은 아쉽기는 합니다. 사실 각축이라면 각축이긴 한데, 뭐랄까 90점 96점 97점 사이에서 99점이 우승한 느낌보다는 80점 4명, 80.1점이 우승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연륜 쌓인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좋았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뜻이죠. 거기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이소룡을 희화화한 장면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작품입니다(해당 장면에서 브래드 피트가 이소룡을 연기한 마이크 모를 가볍에 들어서 차에 던져버려서 브래드 피트도 해명변명하느라 난리였습니다). 이래저래 크게 주목받았던 수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편 애니메이션상

시상자 : 민디 켈링

후보

 - <드래곤 길들이기3>

 - <내 몸이 사라졌다>

 - <클라우스>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토이 스토리4>

수상 : <토이 스토리4>


작년 <겨울왕국2>가 개봉하며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가 맞붙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지만 아쉽게도 <겨울왕국2>가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제가상 후보에는 올랐기에 이디나 멘젤이 주제곡 'Into the Unknown'을 커버한 전세계 아티스트들과 한 무대에 등장해 함께 노래했죠(이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으니 몇 부문에 나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넷플릭스를 겸허히 받아들인 아카데미답게 넷플릭스 배급작인 <내 몸이 사라졌다>와 <클라우스>가 후보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트로피는 픽사의 <토이 스토리4>에 돌아갔습니다.

<토이 스토리4>는 최초 시나리오에서 무려 80%를 들어내고 새로 작업한 이야기라고 하죠. 그에 걸맞게 커다란 원피스를 입었던 캐릭터 보는 바지로 갈아입고 각종 액션을 선보이는데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논란 아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대체 이게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데 말이죠). <토이 스토리3>를 끝으로 더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연장되었는데, 과연 <토이 스토리5>는 가능할까요? 특별히 막강한 후보군이 있었던 부문도 아니고 딱히 이해가 안 가는 수상도 아닌지라 이 부문 또한 별 잡음없이 지나갔습니다. 골든 글로브 수상작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상

시상자 : 민디 켈링

후보

 - <Dcera(Daughter)>

 - <Hair Love>

 - <Kitbull>

 - <Memorable>

 - <Sister>

수상 : <Hair Love>



과거 <헤어 러브>의 제작자가 언젠가 아카데미상을 받고야 말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한 적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단편 애니메이션은 일반 관객에게는 잘 알려지는 편이 아닌지라 크게 화제되는 일은 잘 없습니다. 다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언제나 장편 개봉 시 앞에 단편을 붙여서 개봉하기에 의외로 아니 저것은? 하는 작품들도 있답니다.


†각본상

시상자 : 다이앤 키튼, 키아누 리브스

후보

 -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

 - <결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

 - <1917> 샘 멘데스, 크리스티나 윌슨 케언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 <기생충 > 봉준호, 한진원

수상 : <기생충> 봉준호, 한진원



나름 각축전이었던 부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브스 아웃>이나 <결혼 이야기>가 탔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이야기>는 실제 제니퍼 제이슨 리와 이혼한 경험이 있는 노아 바움백이 주변 커플을 인터뷰해서 만든 각본이라고 하죠(지금은 그레타 거윅과 애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커플들도 다들 남자 잘못으로 이혼한 걸까요..?). 여담으로 시상자인 다이앤 키튼과 키아누 리브스는 과거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죠. 봉준호는 알겠는데 한진원은 누구지?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극중 기택의 "38선 밑으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라는 대사를 쓰고 제시카 송을 작사하신 분이 이 분입니다. <옥자>에서 같이 일했던 봉준호 감독의 픽이기도 하죠. 키아누 리브스가 영어로 번역된 <기생충>의 각본 일부를 읽으며 시상을 진행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여담으로 시상식 순서로 인해 각본상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가져간 오스카 트로피가 되었습니다.


†각색상

시상자 : 티모시 샬라메, 나탈리 포트먼

후보

 - <아이리시맨> 스티븐 제일리언

 - <조조 래빗> 타이카 와이티티

 - <조커> 토드 필립스, 스콧 실버

 -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 <두 교황> 앤서니 매카튼

수상 : <조조 래빗> 타이카 와이티티



이 부문 또한 각축이었습니다. 재미있는 뒷이야기라면 <아이리시맨>은 찰스 브랜트의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하는 각본인데요. 왜 제목이 전혀 다른 말이지? 싶으실텐데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고 들었네만"이라는 말은 영어에서 페인트칠=피칠갑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즉 사람 좀 죽인다고 들었는데 맞아? 하는 표현이죠. <조조 래빗>이 오리지널 각본인 줄 아는 분도 많으셨을텐데 놀랍게도 각색본입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영화에서 히틀러 역을 연기해 각본/감독/배우 1인 3역을 해냈습니다. 유태계인 자신이 히틀러를 연기하는 것이 히틀러 최고의 모욕이었을 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작은 아씨들>의 재해석이 좋았기 때문에 그레타 거윅의 수상을 바랐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러고 보니 각본상 후보였던 노아 바움백과 각색상 후보였던 그레타 거윅은 부부입니다. 나란히 탔으면 좋았을텐데 사이좋게(?) 무수상이네요.


†단편 영화상

시상자 : 샤이아 라보프, 잭 고츠아전

후보

 - <Brotherhood>

 - <Nefta Football Club>

 - <The Neighbor's Window>

 - <SARIA>

 - <A Sister>

수상 : <The Neighbor's Window>

 


<Brotherhood>와 <The Neighbot's Window>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었습니다. 단편 영화들은 수입이 잘 되지 않다보니 잘 모르는 부문인 것이 아쉽네요. 하지만 좋은 단편을 만들던 감독들이 뛰어난 장편영화 감독이 되기도 하니 언젠가 마샬 커리도 오스카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헐리우드의 악동이라 불리는 샤이아 라보프가 시상을 진행했네요.


†미술상

시상자 : 마야 루돌프, 크리스틴 위그

후보

 - <아이리시맨> 밥 쇼, 레지나 그레이브스

 - <조조 래빗> 라 빈센트, 노라 소프코바

 - <1917> 데니스 개스너, 리 샌델리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바바라 링, 낸시 하이

 - <기생충> 이하준, 조원우

수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바바라 링, 낸시 하이



드디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팀의 첫 수상입니다. 과거 헐리우드 전성기 시절을 잘 고증한 공이 인정된 듯 합니다. 헐리우드 고전영화에 익숙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며 그 시절을 고증하면서도 촌스럽지 않게 살려낸 미술팀의 노력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전통적으로 미술팀과 의상팀은 여성 인력이 강세인데요. 그 이유는 초창기에 여성 인력이 주를 이루었던 영화산업에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많은 수가 남성 인력으로 대체되는 와중에 미술과 의상은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 때문에 남성 인력이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류성희 미술감독이 영화 <아가씨>로 칸 영화제의 미술상인 벌컨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죠. 

시상자인 크리스틴 위그와 마야 루돌프는 시상 전 재미있는 콩트를 진행하며 누구든 일을 시켜주기만 하면 우리도 이렇게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와중에 실수하지 않고 콩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입니다. 크리스틴 위그와 마야 루돌프의 활약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의상상

시상자 : 마야 루돌프, 크리스틴 위그

후보

 - <아이리시맨> 샌디 파웰, 크리스토퍼 피터슨

 - <조조 래빗> 메이즈 C.루비오

 - <조커> 마크 브리지스

 - <작은 아씨들> 재클린 듀란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아리안느 필립스



어느 나라 시상식에서건 의상상의 최강자는 주로 사극입니다. 사실 사극을 연출해서 후보에 오르고도 의상상을 못 타면 좀 부끄럽(..)습니다. 후보 가운데 거의 유일한 사극이었던 <작은 아씨들>이 역시나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이미 세 차례나 오스카 수상 경력이 있는 샌디 파웰을 제친 점은 놀랍습니다. <작은 아씨들>이 유일하게 가져간 오스카상이기도 합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자 : 마크 러팔로

후보

 - <아메리칸 팩토리>

 - <더 케이브>

 -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 <사마에게>

 - <허니랜드>

수상 : <아메리칸 팩토리>


넷플릭스의 첫 수상입니다. 워낙 유력했던 후보이긴 하지만 <사마에게>나 <허니랜드> 또한 지지자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넷플릭스를 후보군에 포함해주는 아카데미는 수상에서도 크게 배제하지 않는 편입니다.

시상자인 마크 러팔로는 환경운동,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은 배우로도 유명합니다. <다크 워터스>에서는 환경 문제로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를 연기하기도 했죠. 오스카는 시상자도 아무나 지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역시 다큐멘터리상 시상에 어울리는 시상자입니다. 


†단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자 : 마크 러팔로

후보

 - <부재의 기억>

 - <Learning to Stakeboard in a Warzone>

 - <체념 증후군의 기록>

 - <St.Louis Superman>

 - <Walk Run Cha-Cha>

수상 : <Learning to Stakeboard in a Warzone>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작품 가운데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에 관한 작품입니다. 실제 세월호 유가족들도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기생충> 이외에도 후보에 오른 한국 영화가 있었다니 놀랍죠?


†여우조연상

시상자 : 마허샬라 알리

후보

 - <리차드 주얼> 캐시 베이츠

 - <결혼 이야기> 로라 던

 - <조조 래빗> 스칼렛 요한슨

 - <작은 아씨들> 플로렌스 퓨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마고 로비

수상 : <결혼 이야기> 로라 던



오스카에 세번째 후보로 오른 끝에 드디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라 던입니다. 다른 배우들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결혼 이야기>에서 비중이 크기도 했고 막강한 연기 내공으로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자연스럽게 연기해 가장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특히 로라 던이 니콜 앞에서 세상은 엄마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고, 이 모든 게 성모 마리아 때문이라며 일장 연설을 하는 장면은 <결혼 이야기>의 백미죠. 재미있는 점이라면 니콜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이 <결혼 이야기>로는 여우주연상, <조조 래빗>으로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모두 올랐다는 것입니다. <작은 아씨들>로 후보에 오른 플로렌스 퓨도 에이미의 재해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는 대진운이 좋지 않았네요. 

시상자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난해 <그린북>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마허샬라 알리였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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