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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Mar 29. 2021

92회 아카데미 시상식(3)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작품상

†감독상

시상자 : 스파이크 리

후보 : 

 -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지

 - <조커> 토드 필립스

 - <1917> 샘 멘데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 <기생충> 봉준호

수상 : <기생충> 봉준호



슬슬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각본상도 예상 밖이었긴 하지만 국제영화로 분류된 <기생충>이 감독상을 수상한 건 이변 중의 이변이었습니다. 더군다나 <1917>이라는 강력한 적수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고, 아무리 아카데미와는 연이 없다지만 예우의 의미(?)로 마틴 스콜세지에게 감독상 정도는 주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국제영화, 그것도 아시아 영화의 아시아 감독이 각본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쥔 건 정말 예상 밖의 일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상을 텍사스 전기톱으로 등분해서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누어 갖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하는 한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해 스콜세지 감독을 미소짓게 만들기도 했죠. 이 말은 실제로는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남았네요. 스콜세지는 자신이 실제로 한 말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이번 부문의 시상자 역시 흑인 영화감독의 대표주자인 스파이크 리가 선정되면서 역시나 수상자와 시상자가 어울리는 수상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백인 위주인 오스카 시상식을 비판하면서 오스카에 오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한편 이번 후보에 여성 감독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점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특히 에이미의 재해석, 현대적인 각색으로 찬사를 받았던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이 감독상 후보에 포함되지 않은 건 너무하다는 반응도 많았죠. 나탈리 포트먼은 후보에 지명되지 못한 여성 감독들의 이름을 수놓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모았습니다. 그레타 거윅은 유일한 여성 감독상 수상자인 캐스린 비글로우의 뒤를 이어 두번째 여성 감독상 수상자로 점쳐지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남우주연상

시상자 : 올리비아 콜먼

후보 : 

 - <페인 앤 글로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결혼 이야기> 아담 드라이버

 - <조커> 호아킨 피닉스

 - <두 교황> 조너선 프라이스

수상 : <조커> 호아킨 피닉스



조연상 1회, 주연상 3회 지명 끝에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 영화 <조커>에 관해서는 호불호와 평가가 상당히 갈립니다만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극한의 다이어트로 인해 촬영장에서도 늘 스탭들에게 까칠하게 굴어, 스탭들이 비스킷으로 달래가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여배우들은 조커가 아니라도 항상 다이어트하는데요..). 사실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이후에 과연 조커 역에 감히 도전하려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었는데 자레드 레토(이 분은 처참하게..)와 호아킨 피닉스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기어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에서 은퇴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네요.

호아킨 피닉스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환경에 대한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죠. 참고로 호아킨 피닉스와 아내인 루니 마라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상 후보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환경운동가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88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수상소감을 꾸몄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관해 의식을 일깨우는 발언을 함으로써 시선을 모으는 것 또한 시상식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시상자는 역시나 전통대로 91회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던 올리비아 콜먼이었습니다.


†여우주연상

시상자 : 라미 말렉

후보 : 

 - <해리엇> 신시아 에리보

 - <결혼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

 - <작은 아씨들> 시얼샤 로넌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샤를리즈 테론

 - <주디> 르네 젤위거

수상 : <주디> 르네 젤위거



모두가 예측했던 수상 결과입니다. 후보에 올랐던 다른 배우들도 물론 뛰어난 기량을 펼쳐보였지만 극한의 체중감량으로 주디 갤런드를 재현한 르네 젤위거를 이길 자는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해리엇>을 제외하면 주디 갤런드라는 역할 자체가 워낙 어려운 역할이라 해내기만 하면 수상은 따놓은 당상인 역할이기도 합니다. 샤를리즈 테론 정도가 적수였을 것 같은데 역할의 난이도 자체가 주디 갤런드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시얼샤 로넌도 언젠가 오스카를 탈 수 있겠죠?

한가지 아쉬운 점은 <페어웰>의 아콰피나가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입니다. 아콰피나는 골든 글로브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아콰피나도 앞으로 헐리웃에서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

르네 젤위거는 실제로 극중 주디 갤런드의 노래를 직접 소화하며 신경증에 시달리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렇지만 한스러운 삶을 살다 간 주디 갤런드를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영화를 본 이후 주디 갤런드에 대해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경악 그 자체였던 기억이 나네요. 이젠 제도가 많이 정비되어 주디 갤런드와 같은 일을 겪는 아역배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르네 젤위거는 4회 지명에 두번째 수상입니다.

시상자는 마찬가지로 작년 남우주연상 수상자였던 라미 말렉이었습니다.


†작품상

시상자 : 제인 폰다

후보 : 

 - <포드v페라리>

 - <아이리시맨>

 - <조조 래빗>

 - <조커>

 - <작은 아씨들>

 - <결혼 이야기>

 - <1917>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기생충>

수상 : <기생충>



92회 아카데미 최고의 이변이었습니다. 후보작 모두가 쟁쟁했지만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특성상 작품상만큼은 <1917>에게 돌아가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앞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1917>이 결국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운동가로 유명한 제인 폰다가 시상자로 나온 만큼 <기생충>이 수상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제인 폰다가 입고 나온 드레스가 어쩐지 촌스럽게 느껴지셨다면.. 제인 폰다는 환경을 위해 이전에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고 나왔습니다.

의문이었던 것 중 하나는 후보작에 <캡틴 마블>이 제외된 점입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랙 팬서>는 최초 흑인 솔로 히어로 무비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마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캡틴 마블> 또한 <블랙 팬서> 만큼이나 좋은 작품이었는데 작품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기생충>의 수상은 아카데미 역사상 많은 '최초'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외국어영화 최초로 작품상 수상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는 언제나 자국영화를 작품상의 주인공으로 호명했죠. 또한 <기생충>은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첫 한국영화입니다. 최초로 후보에 올라 무려 주요부문 4관왕을 기록한 것입니다. 또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을 동시에 탄 작품은 <마틴> 이후 <기생충>이 처음입니다. 

<기생충> 팀이 호명되어 올라가서 소감을 하려는데 마이크가 꺼져서 객석의 배우들이 다같이 손짓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기생충> 팀은 끝까지 수상소감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날은 가능하면 일정을 비우고 생중계로 시청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92회 시상식만큼 끊임없이 놀랐던 적은 처음입니다. 워낙 보수적인 아카데미로 유명하기에 <기생충>이 국제영화상 이외의 부문에서 과연 수상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죠. 사실 국제영화상 이외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것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전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력을 지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렇게 다양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은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코로나로 인해 예년보다 시기가 늦춰진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입니다. 93회 오스카 후보 미리보기, 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돌아보기 중 어떤 걸 쓸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오스카 이야기로 종종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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