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그 아픔은 매번 낯설다. 겉으론 덤덤한 척해도, 그 낯선 아픔을 넘어서는 과정은 너무도 지독히 외롭다. 특히, 타지에 혼자 있는 이 순간은 더 지독히 그렇다.
이별의 대체제가 없이 행해지는 이별은 매번 불안하다.
- 내가 이 이별의 감정을 잘 대처할 수 있을까?
- 지나간 길을 다시 그리워하진 않을까?
-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의 나에겐 ‘공연’이라는 대체제가 있다. 여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나는 살면서 사람 외의 동물들에 대해서 깊은 유대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 생명체 그대로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살아갔을 뿐.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나에게도 깊은 유대가 찾아왔다. 그 감정은 뭐랄까 정말 신기하더라. 작고 따뜻한 그 포근한 것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 표정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오랜만에 봤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나에게 안겼을 때 느껴지는 그 따뜻한 맥박은 내 마음도 따사로이 만든다.
그런데 이젠 볼 수 없다. 그 표정도. 그 따스한 맥박도.
나는 지금 정류장에 서 있다. 방금 내렸다. 이제 하염없이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차를 기다린다. 타야하는 차인지 지나 보내야하는 차인지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다음 차를 기다릴 뿐이다. 방금 내렸던 차를 추억하며 그렇게 기다린다. 의자라도 있으면 잠시 앉아 책이라도 펼쳐 봐야겠다. 책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하늘이라도 올려봐야겠다. 그 하늘은 오로라가 일렁이는 밤하늘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