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을 읽고, 불행은 삶의 모순인가(2)

by 태오

사나이, 오이디푸스

개인적으로 그리스 비극에서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 오이디푸스는 사나이다. 그는 자신의 지혜와 정의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자신감 때문에 때로 성급하고 교만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자기가 정당하다고 느낄 때에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 때문에 생긴 죄책감과 분노에 못 이겨 스스로에게 벌을 내린다. 자신의 눈을 찌르는.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살아가는 줄 알았지만, 사실상 아니었다. 그는 신의 신탁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살았을 뿐이다. 이를 깨닫고 정해진 운명과 계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엔 허사로 돌아갔다. 그저 자신보다 상위의 인물이 뻗은 손아귀 안에서 돌뿐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비록 그가 자신의 분노에 못 이겨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지만, 이 행동에는 ‘닥쳐올 운명에 감히 맞설 용기’를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운명이 닥쳐오든지 자신은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맞서고 견뎌보겠다는 의지 말이다. 이런 오이디푸스의 용맹한 모습을 통해 <오이디푸스 왕>이 보여주는 비극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듯하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을 겪으며, 삶을 반추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이후에 삶이 이전보다 좋아질지 나빠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겪은 불행을 통해 이들의 내면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가재는 연하고 흐물흐물한 동물이다. 단지, 딱딱한 껍질 안에서 살뿐이다. 그래서 가재는 자랄수록 딱딱한 껍질이 그들의 몸을 조여와 압박을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지켜주는 등껍질로부터 불편함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포식자를 피해 바위 밑으로 들어가 지금 등껍질을 버리고, 자신을 보호해줄 새로운 등껍질을 만든다. 그리고 또 자라게 되면, 이 방법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가재가 자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은 불편함이다. 삶의 불행이나 타자의 비극은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것들을 통해 우리는 가재처럼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예술작품 속 인물들도 동일하다. 결국, 비극은 우리의 껍질이자 성장제로 볼 수 있지도 않을까?




비극의 아름다움

비극은 근본적으로 불행한 인간의 삶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게 만든다.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을 보며 인간에게 있어 선과 악이 무엇인지 고찰하게 된다. 대체로 모든 작품에는 비극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다. 항상 시련이나 슬픔이 존재한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지 않으면, 다른 인물들이 시련을 겪는다. 우리는 이런 시련을 이겨내거나 이겨내지 못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은연중에 느끼는 것 같다.


니체는 19세기 유럽인들의 정신적 공황이 니힐리즘 때문이라 생각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비극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삶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예술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의견에 너무도 동의한다. 실제로 나도 예술작품들을 통해 삶을 반추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예전보다 좀 더 풍부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영화를 하는 예술 꿈나무로써 다양한 예술작품은 나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살아가는 데 있어 불행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불행이 있기에 살아갈 힘을 배우기도 한다. 불행이 없는 삶은 굉장히 잔잔할 것만 같다. 불행이 없으니 행복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불행과 행복은 같은 선상에 있다. 우리가 어느 각도에서 보냐에 따라 그 색깔이 달라진다. 사실 불행과 행복은 같다. 마치 선과 악처럼. 그렇기 불행은 삶의 모순이 아닌 삶 그 자체라 생각한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메마른 사막인 아타카마 사막, 한때 그곳에 12시간 동안 비가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막을 가득 메워버렸다. 예술이란 이 비와 같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없는 개인은 모래 속에 꽃씨들이 묻혀있는 메마른 사막과도 같다. 예술을 통해서 개인은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개인들이 하나 둘 모여 세상을 바꾼다. 어디선가 '학문을 예술처럼 보고, 예술을 삶처럼 보라'는 말을 봤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예술은 필수 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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