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이야기, <소셜 네트워크>

이 영화는 마크 주커버그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by 태오

그저 한 남자의 아이러니한 삶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굉장히 잘 만든 영화다. 영화를 분석해보면, 감독이 컷 하나하나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단독 C.U. 을 굉장히 아끼며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물들을 좀 더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에 깊이 관여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다 마지막에 마크 주커버그를 줌인으로 단독 C.U. 을 통해 마크 주커버그의 감정을 아주 강하게 보여준다. 마치 <시티 라이트>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시티 라이트>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단독 C.U. 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원래 찰리 채플린 영화에 단독 C.U. 은 잘 없다.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다 보니 멀리서 보여주는 편이 효과적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찰리 채플린은 마지막 장면에서 단독 C.U. 을 사용한다. 그 순간만큼은 희극인 채플린이 아닌 인간으로서 채플린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도 이와 비슷한 의도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크 주커버그라는 인물에게서 비인간적이고 계산적인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인 마크 주커버그의 감정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출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느 컷에서 힘을 주고, 어느 컷에서 힘을 빼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핀처는 그런 감독이다.




보통 좋은 영화는 첫 시퀀스와 마지막 시퀀스를 연결했을 때 이어진다고 한다. 이 영화도 딱 이런 공식에 들어맞는다.

1. 첫 시퀀스의 마지막 대사, "you are asshole."과 마지막 시퀀스의 마지막 대사, "you are not asshole."

2. 첫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마크와 에리카의 관계,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에 다시 나타나는 마크와 에리카의 관계.


이 두 가지의 연결점을 통해 영화가 굉장히 안정적이게 되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관객에게 와닿을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해당 영화는 C.U. 을 아끼고 인물들을 멀리서 보여준다. 이런 연출 덕분에 그 어느 누구도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때론 선하고, 때론 악하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you are asshole."과 "you are not asshole."이란 대사가 강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크 주커버그는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며 성공을 향해 달렸다. 결국, 그는 성공했고, 돈과 명예, 각종 비즈니스 관계들을 얻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나버리게 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물질적 니즈를 초월한 공허함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는 (본인이 상처를 줬던 옛 여자 친구) 에리카에게 친추를 건다. 만약 에리카가 친추를 받아준다면, 이는 마크의 삶에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좋든 싫든 간에, 내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타인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라도 작용한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고, 사람 때문에 삶의 의미가 생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인간관계'라는 소재를 통해 큰 성공을 했지만, 정작 본인의 '인간관계'는 실패한 한 남자. 과연 이렇게 성공한다는 것은 값지다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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