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을 향한 진정한 사랑에는 나의 모습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인 듯 하다.
극 중 캐롤은 테레즈를 사랑함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사랑에도 용기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본질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나의 본질을 알고, 사랑하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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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을 보고 나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생각이 났다. 영화의 '영'자도 모른 채, 무지성으로 봤던 나에게 그 작품은 이해하기 힘든 차원의 영화였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영화가 내게 색다른 강렬함을 주었다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선명한 미장센과 조용함 속에 강함이 있던 연기가 계속 기억에 맴돌아서이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캐롤>은 내게 또 다른 강렬함을 보여주었다.
동성애를 금기시했던 1950년대 뉴욕에서의 두 여성은 어딘가 억압된 채로 그들의 진심을 끄집어낸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종종 어딘가 감춰진 채로 나타난다. 그러다 둘의 진심이 표현될 때면 교차(편집)과 줌인, 줌아웃을 통해 강렬하게 감정선을 보여준다.
<캐롤>의 O.S.T. 중 하나인 Opening-Carter Burwell 곡은 필름으로 찍은 영화의 거친 질감과 너무도 잘 어우러졌다. 거기에 배우들의 감정까지 더해지니, 이 곡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가히 몇 곱절은 더 울렸던 듯하다.
이런 부분들이 내게 강렬함을 주었다. 결론: 전체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보다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여러 퀴어 영화들을 접하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윤희에게, 콜미바이유어네임, 호숫가의 이방인 등. 호숫가의 이방인은 충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지만,, 단연코 이 중에서 <캐롤>이 내게 줬던 감동이 제일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단어가 그저 떠올랐다. '케이트 블란쳇'. 그녀의 손짓, 목소리, 그리고 눈빛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그동안 그녀가 나왔던 영화들을 보며 그녀의 연기를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캐롤>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캐롤'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