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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Apr 08. 2021

어깨 쓰리지만 행복한 영국운전

오른쪽 핸들이어도 괜찮아, 영국운전 진짜 문제는?

집에서 30분 거리를 운전해 다녀오며 진땀을 흘렸다.
여기는. 한국이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운전면허를 20년 가까이 소지했으며 걷는 걸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걸어 15분 거리도 차를 갖고 다니고, 서울 한 복판 운전도 문제없는 한국 드라이버였는데! 겨우 영국 운전 2년을 했다고 한국 운전에서 그만 손 떼고 싶다니, 이게 실화인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운전을 해야 적응이 되지"라며 타박을 주는 남편에게는 귀국 1년이 넘도록 운전을 안 하는 것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려는 걸로 보이는 것이 당연할 법도 하다. 과연 언제 다시 한국 운전을 할 수 있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영국 운전은 히드로 공항에 내리는 즉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다.


우핸들 좌통행, 영국 운전 진짜 문제는?

 그렇다면 영국 운전은 어떻다는 걸까? 널리 알려져 있듯 영국은 핸들이 우리와 반대편인 우측에 있고 주행도 반대여서 정말 그렇게 어려운 걸까? 사실, 운전 자체에 미숙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그 두 가지는 하루 이틀이면 적응이 된다. 다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우회전을 할 때 무심코 한국 방식으로 코너의 오른쪽으로 붙어서 회전하는 실수를 한다면 역주행을 하는 결과가 오게 된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꽝! 필자도 우회전을 한다는 생각만 하다가 중앙선이 잘 없는 영국 도로이기에 반대편 차량 도로를 살짝 점유한 채로 우회전을 시작하던 중 좌회전을 해서 들어오려던 차와 마주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운전자의 커진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빠듯하게 돌지말자. 크게 크게 돌자. 한국 우회전이랑 순간 헷갈리면 아니되오~

 다만, 반대 주행의 문제는 오히려 보행자일 때 일어난다. 귀국하는 날까지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무심코 왼쪽을 먼저 쳐다보는 것이었다. 차는 오른쪽에서 오건만. 오래도록 몸이 익힌 건 숨길 수가 없다.


 어깨 쓸릴 듯한 영국 도로

 영국 운전의 진짜 난관은, 맞은편 차와 어깨가 닿을 듯한 좁은 도로이다. 운전대를 잡고 직선거리를 달리는데도 심장은 쪼그라들고 맞은편 차가 달려와 지나갈 때는 그 아슬아슬함에 어깨가 쓸린 듯 오른쪽 어깨에 아픔이 느껴질 지경이다. '좌-도로경계석, 우-맞은편 차량' 양단간에 어디에 긁을 지를 선택을 해야 하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익숙한 영국인들은 속도를 줄일 마음 하나없이 쉥~하고 지나가는데, 이상한 운전부심인건지 눈을 질끔 감는 심정일 지언정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Tip. 한적한 도로에서 차를 세워두고 본넷의 어디쯤에 좌측 도로선이 걸리면 안전한 위치인지 확인해두고 운전할 때 참고하거나, 운전 시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도로 경계석까지 얼마나 갭이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하면 감각을 빨리 키울 수 있다.

 영국은 도시계획 이론의 원론지이다. 1898년 하워드의 전원도시개념에서 시작한다. 그 전에는 마차가 다니는 길이었을 것이고, 400~500년 된 건물이 지금까지도 주택으로 쓰이고 있는 영국에서 도로의 확장이란 없다. 그렇기에 도로 사정은 매우 열악하고 좁아서 차가 밀리기라도 하면 차선을 양방향에서 일방향으로 바꿔 버리는 뜨악한 방법을 쓴다. 존 루이스 백화점으로 가는 길은 주말에 늘 끔찍하게 밀렸다. 어느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버스 타고 나올 걸 그랬다며 후회를 하며 그럴 때마다 돌아다니던 뒷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분명 양방향이었는데 일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밀리면 넓혀줄게"라는 한국 방식과 달리, "밀리면 다니지 마"인 것이다. 게다 속도도 낼 수 없게 양쪽에 차가 긁힐 듯 볼라드도 빠듯하게 설치해둬서 간신히 지나갈 때는 심장에 스크레치가 나는 줄 알았다. 아마 그 길 주택가 사람들이 민원을 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길을 지날 때마다 차에 센서가 있음에 감사했다. 후방카메라는 몰라도 센서는 꼭 있는 차로 구매하자.


 그래서 영국에서 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며, 차는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이라는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주차 상황도 열악해서 대부분 길거리 주차인 데다 차들도 오래되어서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는 차가 더 많다. 좁은 도로를 휙 하고 지나간 차량들에 부서진 주차된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호를 기다리며 다른 차들을 보면 박스테이프로 사이드미러를 칭칭 감아 고정시켜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타고 다니나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한국 같았으면, 운전자가 마땅히 차주에게 연락을 하거나 보험처리를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휑하니 지나가는 게 보통인가 보다. 아는 언니가 직선 주로를 달리던 중 중앙을 침범해 달리던 차가 사이드미러를 치고 지나갔는데 조금도 멈출 기세 없이 가던 길을 가더란다. 운전자도 몰랐을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차에 대한 개념도 관리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가능한 중고차를 살 때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히 차를 가꾸는 한국인이 귀국을 위해 처분하는 차를 사라고 하는 것 같다.

 법규는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운전 에티켓을 모르고 운전을 하면 대한민국을 넘어 동양인을 대표로 욕을 먹이는 공을 세울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도 끓기 마련이다. 요즈음같이 동양인 타깃 혐오 이슈가 많은 때에는 더더욱 운전 에티켓을 알고 지켜, 쓸데없는 감정싸움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영국 초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국 운전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에 없는 도로와 교통 사정, 운전 안에 담겨있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할 예정이다. 모두들 무용담을 하나쯤 갖고 있는 라운드 어바웃 운전, 구글맵 내비게이션과 영국의 장거리 운전, 영국의 운전 예절과 시그널, 차가 오는데도 가라고 빵빵거리는 내 뒷차, 배려운전일까 자구책일까, 보행 중심 천하무적 호박등, 일상의 행복감을 채워주는 영국 운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보자.




"라운드 어바웃에 들어섰는데 출구로 못나가고 돌고 돌고 또 돌고만 있었지, 계~~~속 도는 거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재미난 영국 이야기를 기대하는 지인들에게 낯선 문화에 우스개까지 곁들여 들려주기에 제격이라 그런지 라운드어바웃 무용담은 당장이라도 꺼내 쏠 수 있게 장전 한 총처럼 누구나 하나쯤 차고 있는 것 같았다.

 영국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 없어도 뭐가 너무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길마다 신호는 물론이고 지켜야 하는 모든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하는데, 정보가 너무 없으니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운전의 관행이 몸에 익기까지는 곤란한 감이 있었다.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중에 하나가 그 유명한 라운드어바웃 이리라.

1909년 영국 최초의 라운드오바웃 Letchworth Garden City @wikipedia

 1909년 Letchworth Garden에 만들어진 최초의 라운드 어바웃 이전에도 Bath 등지에 로터리와 같은 회전 교차로는 18세기부터도 존재했다고 한다.



정해줘!! 내게 신호를 달란 말이다! 라운드어바웃 Round-About


 다들 영국 운전이 어렵지 않냐고 물으며 예로 드는 그 첫 번째가 신호 없는 로터리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이다. 우리로 치면 교차로인데 신호가 없고 오른쪽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 끼어들어 돌다가 자신이 가야 하는 길로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호가 없고 눈치껏 끼어야 한다는 것이 난감하기 짝이 없고, 대체 왜 신호를 주지 않는 건인지, "정해줘! 신호를 달라고!!"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고속도로 진입을 하는 곳이나 아주 큰 라운드어바웃에는 신호가 있기도 하다. 얼마나 감사한지...

 다들 한 번쯤, 라운드 어바웃을 돌다 보면 몇 번째 출구에 내가 도달해있는지 위치 감각을 잃고 라운드 어바웃 뺑뺑이를 돌고 있더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뺑뺑이를 돌면 차라리 다행이다. 확신을 갖고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대로 세 번째 출구로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나간 곳이 두 번째 출구인 경우,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또 다른 여행이 새로이 시작되는 게 가장 슬픈 시나리오인데, 그 가장 슬픈 것을 꽤 겪었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라운드어바웃에 진입할 때 네비에서 알려주는 출구 번호만 듣지 말고 길의 이름을 듣고 표지판을 보며 들어가면 좋고, 민첩하게 들어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진입 시 눈으로 봐 두는 것이 좋다.

심심하면 나타나는 동네의 작은 라운드어바웃들 @google map



들어갈 때부터 차선을 잘 타야 탈출 성공


 큰 라운드어바웃에서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 진입하면서 몇 번째 차선을 탈 것이냐 하는 것인데, 빨리 빠져야 할수록 왼쪽 차선에 붙어 있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늦게 빠져야 하는데 좌측 최전선을 타고 있다면 원치 않아도 첫 번째 출구로 빠져야만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에서 1차선을 타고 가다 보면 직진을 못하고 좌회전 선에 서서 애꿎게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듯 말이다.

몇번째 출구냐에 따라 1,2,3차선 중 어디에 서야할 지 정해야할 때이다!


그 위에 서 있으면 눈치 많이 보이는 “Keep Clear”

 라운드어바웃에서 또 하나 지켜야 할 것은 "Keep Clear"이다. 영국의 도로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교통 훼방꾼이 되기 쉽고 벌금도 나온다고 하는 것이 "Keep Clear'이다. 양방향 1차선인 좁은 도로가 많은데, 거기서 건물로 들어가기 위한 우회전을 해야 하는 차량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입구 근처 도로에는 어김없이 Keep Clear가 쓰여 있는데, 그곳을 비워 두지 않으면 반대편 차량이 우회전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고 그 뒤에 신호를 받고 오던 차량들이 줄줄이 가지 못하고 서 있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만약 그 Keep Clear에 서 있는 게 내 차량이라면 여름날 햇빛에서 3시간 낮잠을 잔 듯 오른쪽 얼굴이 화끈거리고, 옆구리는 결리도록 쑤시고 신호가 바뀌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옆은 언감생심 보지도 못하고 정면에 레이저빔을 쏘고 있게 될 것이다. 처음엔 바닥에 다 지워지듯 흐릿하게 써 있기도 해서 잘 안보인다. Keep Clear 숨은 그림 찾기, Clear!

건물 진출입구에 있는 Keep clear 비워주세요. 나가는 차도 문제지만, 반대편 차선에서 들어오려는 차량과 그 뒤에 따라오는 차들을 원활한 교통을 위해서!


 라운드 어바웃에서 Keep Clear가 있는 이유는, 우측에서 차가 오는 한 진입할 수 없는 영국의 규정 상, 꼬리물기 하듯 차가 이어지면 절대 다른 차선의 차들이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 진입부에 Keep Clear가 있는데, 라운드어바웃을 돌던 중이라도 정체되어 서 있어야 하거나 하는 경우 비워두어야 한다.

라운드어바웃 바닥에 흐릿해진 Keep Clear. 만약 차들이 가득 들어찬 상황이라면 화면의 우측에 오던 차는 저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

교차로 역할에, U-turn, P-arurn기능까지 할 수 있는 라운드 어바웃은, 처음에는 난감하게 느껴졌지만 우리나라처럼 교통량과 차량이 많지 않은 영국에서는 효율적인 교통 방식이었다.


다음에는 라운드 어바웃 진입도 좌회전도 가능하게 해주는 “, 유기적 교통의 조율자 “호박등”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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