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ribblie Apr 12. 2021

어깨 쓰리지만 행복한 영국운전(2)

너도 돌고 나도 돌고, 돌고 도는 라운드 어바웃

"라운드 어바웃에 들어섰는데 출구로 못나가고 돌고 돌고 또 돌고만 있었지, 계~~~속 도는 거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재미난 영국 이야기를 기대하는 지인들에게 낯선 문화에 우스개까지 곁들여 들려주기에 제격이라 그런지 라운드어바웃 무용담은 당장이라도 꺼내 쏠 수 있게 장전 한 총처럼 누구나 하나쯤 차고 있는 것 같았다.

 영국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 없어도 뭐가 너무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길마다 신호는 물론이고 지켜야 하는 모든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하는데, 정보가 너무 없으니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운전의 관행이 몸에 익기까지는 곤란한 감이 있었다.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중에 하나가 그 유명한 라운드어바웃 이리라.

1909년 영국 최초의 라운드오바웃 Letchworth Garden City @wikipedia

 1909 Letchworth Garden 만들어진 최초의 라운드 어바웃 이전에도 Bath 등지에 로터리와 회전 교차로는 18세기부터도 존재했다고 한다.


정해줘!! 내게 신호를 달란 말이다! 라운드어바웃 Round-About

 다들 영국 운전이 어렵지 않냐고 물으며 예로 드는 그 첫 번째가 신호 없는 로터리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이다. 우리로 치면 교차로인데 신호가 없고 오른쪽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 끼어들어 돌다가 자신이 가야 하는 길로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호가 없고 눈치껏 끼어야 한다는 것이 난감하기 짝이 없고, 대체 왜 신호를 주지 않는 건인지, "정해줘! 신호를 달라고!!"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고속도로 진입을 하는 곳이나 아주 큰 라운드어바웃에는 신호가 있기도 하다. 얼마나 감사한지...

 다들 한 번쯤, 라운드 어바웃을 돌다 보면 몇 번째 출구에 내가 도달해있는지 위치 감각을 잃고 라운드 어바웃 뺑뺑이를 돌고 있더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뺑뺑이를 돌면 차라리 다행이다. 확신을 갖고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대로 세 번째 출구로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나간 곳이 두 번째 출구인 경우,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또 다른 여행이 새로이 시작되는 게 가장 슬픈 시나리오인데, 그 가장 슬픈 것을 꽤 겪었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라운드어바웃에 진입할 때 네비에서 알려주는 출구 번호만 듣지 말고 길의 이름을 듣고 표지판을 보며 들어가면 좋고, 민첩하게 들어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진입 시 눈으로 봐 두는 것이 좋다.

심심하면 나타나는 동네의 작은 라운드어바웃들 @google map


들어갈 때부터 차선을 잘 타야 탈출 성공

 큰 라운드어바웃에서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 진입하면서 몇 번째 차선을 탈 것이냐 하는 것인데, 빨리 빠져야 할수록 왼쪽 차선에 붙어 있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늦게 빠져야 하는데 좌측 최전선을 타고 있다면 원치 않아도 첫 번째 출구로 빠져야만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에서 1차선을 타고 가다 보면 직진을 못하고 좌회전 선에 서서 애꿎게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듯 말이다.

몇번째 출구냐에 따라 1,2,3차선 중 어디에 서야할 지 정해야할 때이다!


그 위에 서 있으면 눈치 많이 보이는 “Keep Clear”

 라운드어바웃에서 또 하나 지켜야 할 것은 "Keep Clear"이다. 영국의 도로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교통 훼방꾼이 되기 쉽고 벌금도 나온다고 하는 것이 "Keep Clear'이다. 양방향 1차선인 좁은 도로가 많은데, 거기서 건물로 들어가기 위한 우회전을 해야 하는 차량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입구 근처 도로에는 어김없이 Keep Clear가 쓰여 있는데, 그곳을 비워 두지 않으면 반대편 차량이 우회전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고 그 뒤에 신호를 받고 오던 차량들이 줄줄이 가지 못하고 서 있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만약 그 Keep Clear에 서 있는 게 내 차량이라면 여름날 햇빛에서 3시간 낮잠을 잔 듯 오른쪽 얼굴이 화끈거리고, 옆구리는 결리도록 쑤시고 신호가 바뀌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옆은 언감생심 보지도 못하고 정면에 레이저빔을 쏘고 있게 될 것이다. 처음엔 바닥에 다 지워지듯 흐릿하게 써 있기도 해서 잘 안보인다. Keep Clear 숨은 그림 찾기, Clear!

건물 진출입구에 있는 Keep clear 비워주세요. 나가는 차도 문제지만, 반대편 차선에서 들어오려는 차량과 그 뒤에 따라오는 차들을 원활한 교통을 위해서!


 라운드 어바웃에서 Keep Clear가 있는 이유는, 우측에서 차가 오는 한 진입할 수 없는 영국의 규정 상, 꼬리물기 하듯 차가 이어지면 절대 다른 차선의 차들이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 진입부에 Keep Clear가 있는데, 라운드어바웃을 돌던 중이라도 정체되어 서 있어야 하거나 하는 경우 비워두어야 한다.

라운드어바웃 바닥에 흐릿해진 Keep Clear. 만약 차들이 가득 들어찬 상황이라면 화면의 우측에 오던 차는 저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

교차로 역할에, U-turn, P-arurn기능까지 할 수 있는 라운드 어바웃은, 처음에는 난감하게 느껴졌지만 우리나라처럼 교통량과 차량이 많지 않은 영국에서는 효율적인 교통 방식이었다.


다음에는 라운드 어바웃 진입도 좌회전도 가능하게 해주는 “, 유기적 교통의 조율자 “호박등”에 대해 알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어깨 쓰리지만 행복한 영국운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