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영어를 늘게 한 네 가지

영국살이 2년 아이의 영어, 그냥 늘었을까?(3) - 초등영어교육

by Scribblie

영국학교의 우열교육에 기대다.

학교에서는 처음 들어온 우리 아이를 학습 우열의 맨 아래 그룹에 넣었다. 한달만 늦게 태어났더라도 아래 학년이었을 터였는데, 맨 아래 그룹이면 어떠하랴. 그 맨 아래 그룹은 보조 선생님이 붙어서 집중 케어를 했다. 잘하는 그룹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기에 케어를 상대적으로 덜하고, 그 그룹의 아이들끼리 서로 보면서 학습이 진작되도록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을 위해, 학교 시간 내에 별도의 시간을 내어 한 번씩 아이에게 책 읽는 것을 봐주었다.

스펠링을 소리나는 대로 창작해서 썼던 시절, 수업 시간에 단어들을 따라 쓰게도 해주었나보다. 학교 공부는 모두 학교에서 해결!

처음에는 4개 그룹 중 맨 아래 그룹에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관리 덕에 차근차근 올라가 2학년 중반에는 최고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영국인에게 영국의 우열그룹 방식의 교육이 너무 도움이 되었다고, 한국이었다면 개인별 케어없이 단체 교육을 하기 때문에 못하는 아이는 계속 못했을 것이라고, 차근차근 아이의 능력을 키워줘서 좋았다고 하니,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영원한 열등 그룹은 영원한 열등 그룹이라며, 특별한 케이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인 즉, 한국에서 간 아이들은 이 시스템을 잘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양인들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타고나고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고, 우열을 나누는 이유도 각자의 능력 안에서 성취도를 높게 한다는 것에 취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도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학구열도 높고 평균적으로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뿐더러, 아이를 보면 언어만 못하는 것인지 공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를 아닌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언어를 못한다고 영원히 열등 그룹에 두지 않는 것이다. 언어만 못하는 우리네들은 특별 케어를 받아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학부모 상담을 갔을 때, 담임 선생님은 '집에서 잘 서포트해주어서'라고 했지만, '집에서는 한 게 없는데 학교에서 애를 다 키웠는데'라고 생각했다.


아이 영어를 키운 팔 할은 학교에서 보내준 Oxford Reading Tree, ORT

다른 엄마들은 영국 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영어캠프를 보내거나, 한인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을 찾아 보냈다. 그런 게 있는 것조차도 나중에 안 엄마니까 한심하다. 그저 해줬던 것은 학교에서 읽으라고 매일 보내주는 책을 꼼꼼하게 읽어 보냈다. (읽혀 보냈다고 하지 않는 것은, 아이 책을 거의 다 같이 읽었고 덕분에 나도 언어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성장했다.) 원래는 매일 책을 읽어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인데, 의미는 둘째치고 소리 내 읽는 것이 서툴 때는,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수월해질 때까지 책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처음 1+레벨인 Red 밴드의 책을 돌려보내는 데는 하루 이삼십분씩 읽어 이삼일이 걸렸었다. 저 위에 책에 Rat을 "ㄹ-아-ㅅ"하고 읽는 것이 "ㄹ앗"이 될 정도는 해서 보냈다. 물어보니, 당시 영국인 레이시도 그렇게 더듬더듬 읽는다고 했다.

“ㄹ-아-ㅅ”하고 읽던 시절

3-4 레벨이 되었을 때는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수월해졌던 것 같고, 하루에 한 권을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즈음부터는 책의 내용을 아는지 간단하게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레벨 8이 되었을 때는 과학, 사회, 역사, 요리 등의 내용이 나오며 책의 내용이 어지간히 복잡해졌는데 읽고 머릿속에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우주에 대한 내용이 나왔을 때는 각 행성의 특징을 표로 같이 만들어보았다. 요리에 대한 책은 소꿉장난으로 레시피를 익혀서 따라 하는 놀이를 했다. 4~8 사이 레벨을 지나오는 동안은 모르는 단어의 뜻을 한번 알려주고 포스트잇에 한번 써보고 벽에 붙여놓는 정도의 단어 체크를 했다. 그 포스트잇을 다시 보며 익히거나 외우게 하지는 않았다.

레벨 8이 되었을 때 한번 큰 변혁의 단계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딱히 책 읽는 법에 대한 가이드를 주지 않았던 학교도 레벨 8이 되었을 때는, 책을 읽을 때 이렇게 하라며 리딩 리코드 노트에 메모를 하나 붙여 보냈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하루에 한 권 책을 읽혀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이틀에 나눠 읽혀 보냈다. 그 얇은 책 반권을 읽는데도 40분이 걸렸다. 단지 영어와의 싸움이 아니라 8세 아이를 40분 집중해서 앉아 있도록 하는 전쟁을 벌인 것에 가까웠다. 소리 내서 읽도록 했고, 페이지마다 간단하게 지문에서 찾아서 대답할 수 있는 퀴즈를 냈다.

재밌게도 그전까지는 아이가 생활에서 영어를 익혀서 그런지, 아이들이 쓰는 의태어나 동작과 관련된 단어들은 아이가 더 잘 아는 것이 상당히 있어서 곤혹스러운 적이 많았는데, 레벨 8이 되면서 드디어 역전되어 내가 아는 척하기가 좋아졌다. 아기들 단어도 모르는 스스로를 보며 "아, 이게 수험영어의 한계구나."싶기도 했다. 이 말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의미가 있는데, 외국에서 영어를 어릴 때 배웠다고 해도 탄탄히 다져가며 익히지 않고 꾸준히 성장시키지 않으면, 아기 영어일 뿐일 수 있고 학습 영어랑은 또 별개라는 뜻이다. 렉사일 점수로는 300이 그 경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레벨 10이 되었을 때는 학교에서 보내온 리딩 가이드에 따르면, 더 이상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되고, 레벨 11이 되었을 때는 하루에 한 권을 읽혀 돌려보내는 것을 강조하지 않았다. 티타임 전에 책을 좀 읽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책을 또 더 읽으라고 친절하게 가이드를 주었다. 레벨 13이 되었을 때는, 소설책들은 먼저 읽고 체크하기 싫을 만큼 길어졌고 내용도 꼬임이 있었다. 아이는 그맘때쯤엔 나보다 빨리 후루룩 책을 읽어 재끼고 나와 내용에 대해서 논쟁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소설의 트위스트 된 구성 상 플롯이나 상황 전개를 틀리게 이해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나도 읽고 녀석을 바로잡기 위해 녀석과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이내 그 두께의 책을 매일 읽어 아이와 싸우는 것을 포기했다. 이젠 그냥 너에게 맡겨 두마...

Level 10.
레벨 10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보내준 리딩 가이드

1년이 지났을 무렵, 유명했던 영국 엄마들 네이버 카페에 한 글이 올라왔다. 아이가 도무지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글이었다. 그 글에 지난 시간 학교에서 보내온 책을 같이 읽고 모르는 단어를 한번 짚어주는 정도로 해주면 금방 느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댓글을 달았었다. 원글 작성자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맡겨두었고, 읽었다고 하면 사인해서 돌려보냈는데, 이제 같이 읽어야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을 보며, 아이가 1년이 지나며 연령 평균 독서 레벨을 뛰어넘고, Young Writers에 글이 뽑혀 책에 실리게 된 것도 학교에서 보내준 책을 충실히 읽은 덕이구나 싶었다.


겨울 방학 영어 점프업, 모든 공은 TV에게..

6개월여 만에 영어를 조금 할 법하니 다가온 겨울 방학.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지치는 영국의 겨울 타향살이에 무언가를 더 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 가 있는 동안 아이는 일주일에 두어 번쯤 시간 때우기용의 Craft 수업이나 하나 다녀오고 할머니와 집에 있었다. 4시면 해가 지는 영국의 지친 오후가 -아니 이미 긴 밤이라고 해두자- 되면 허리띠 풀어놓고 TV를 보았다. 아이 영어를 키운 팔 할은 BBC의 어린이 채널 Cbeebies라고 어딜 가나 농담을 하고 다녔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겨울 방학이 지나자, 영어가 유창해졌다. 뇌는 배운 것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더니 학교생활 8개월 간, 각종 방학들을 빼면 6개월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배운 것을 소화시키는 시간을 가져서 놀고 또 놀기만 한 겨울방학이 지나니, 영어가 이제 불편 없이 제대로 붙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온 것이었을까? Cbeebies 방송은 정말 유익하기 그지없다. 픽션 애니메이션들도 심심할 정도로 건전하기 짝이 없지만 아기 영어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는 생활 영어들이 그득했고, 과학이나 세계 탐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한국나이 7세 겨울, TV로 보낸 영국의 겨울 방학이 지나고..

그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학교에서는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수업 시간에 했었고, 아이는 학교 책장에서 지금까지의 최애 책인 Matilda를 간혹 들춰 봤다고 했다. "이때다!"며 Roal Dahl 씨 책을 저렴하게 묶어 파는 세트를 주문했고, 안 좋은 영어 발음으로 Matilda를 매일 밤 조금씩 읽어주었다. 아이는 Matilda책에서 Matilda가 읽는 책들을 궁금해했다. 소년소녀 명작부터 디킨스 소설까지 섭렵하는 마틸다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마틸다가 읽었던 책 중에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책을 연령에 맞는 쉬운 책으로 사서 영문과 국문책 모두 읽어주는 정도가 겨울 방학 동안 칩거하며 밤마다 했던 일이었다.

겨울 방학 전 10월, 등교 5개월 무렵. 발음이 영국 아이가 되었다. 친구들과 노는데는 문제가 없어졌지만, 앞으로의 늘 영어가 많이 남아있던 때였다.


평범한 경험에 기대다.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축적된 종합적 문화적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단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영국 아이들이 소소하게 하는 활동들을 조금씩 다양하게 하는 것을 추구했다. 많은 주재원들처럼 넉넉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고급 악기나 스포츠, 비싼 영어 과외를 시키지는 못했다. 주재원들의 생활은 영국에서도 영국의 서민층이 누릴 수 없는 호화스러운 생활에 가깝다. 가능한 몇 파운드면 들을 수 있는 수업, 학교의 특별활동, 영국의 기념일에 무료로 만들어지는 이벤트에 참석하며 상황과 언어, 문화를 겪으려고 노력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요가를 들었고, 점심시간에 중에 특별활동으로 할 수 있는 피아노 수업을 20분 정도 신청했었다. 주말에는 구립 수영장에서 30분이면 끝나는 수영 수업을 했고, 어떤 텀에는 어린이 도자기 수업을 들었다. 방학이면 동네 구립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크라프트, 쿠킹, 짐네스틱이나 트램펄린 수업을 일이주쯤 들었다. 짐네스틱은 아이들 사이에 너무 인기가 있어서 대기를 1년 이상 걸어야 한다고 해서 방학 때나 잠시 들을 수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축구 클럽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였고 여자 아이들도 가끔 있었지만, 절대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시도도 할 수 없었다. 테니스가 흔한 운동인 영국이라서 방과 후 수업에도 있었고 동네에서도 쉽게 테니스를 배울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아이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해서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테니스로 유명한 그 윔블던이 바로 근처 건만. 그나마 집에서 승마장이 내려다 보이던 터라, 비싸서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승마를 통해 단순하지만 그럴 때는 어떤 언어를 쓰는지 배우기도 했다.

영국은 아이들 필독서를 작은 아이들 뮤지컬로 만들어 놓은 것이 많았다. 때가 되면 동네 극장에 그런 뮤지컬이 걸리곤 하는데, 뮤지컬을 보고 나면 책과 캐릭터 인형을 팔기도 하고 해서 그 책이나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하기 좋았다. 런던에 지내는 동안 동네 Rose Theatre에 Roal Dalh 씨의 George's Marvellous Madicine, 언어의 라임을 이용한 책 Oi Frog, 헨델과 그레텔, 영국의 유명 동화작가 줄리아 도널슨의 The Gruffalo Child를 보았다. 그 극장에서는 겨울이 되면 한 교회에서 여는 무료 크리스마스 캐럴 공연과 아이들 놀이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그 외에도 M&S나 동네 도서관에서 짧은 방학이나 이스터나 추수감사절 등 자주도 있는 영국의 특별한 날마다 무료나 저렴한 행사가 있다. 이런 이벤트에 참석하면 영국인들은 어떻게 즐기고 그런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각이 늘어난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글을 읽거나 티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이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올라왔을 때는, 먼저 방학 특강으로 메리 포핀스 뮤지컬 수업을 일주일쯤 들어보고 아이가 좋아해서 귀국 전 학기에는 뮤지컬 수업을 주말마다 다녔다. 보통은 영국에 오자마자 가는 곳이지만, 우리는 2년이 다 되어갈 무렵 뒤늦게 런던 타워와 세인트폴 성당, 윈저성을 다녔는데, 아이는 오디오 가이드나 미디어 가이드를 통해 그간 학교에서 보낸 준 책들의 내용을 종합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우리의 2년 영국 생활과, 영어와 영문화를 갈무리가 되어 주었다.


경험했던 액티비티들은 활동별로 하나씩 다뤄보려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5세의 마법같은 영어 적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