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살이 2년 아이의 영어, 그냥 늘었을까?(2)
아이는 영어를 못했다. 전혀 못했다고 해도 되겠다. 유치원에 다니며 스펠링을 알게 된 정도였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거나 해서 영어로 듣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영국에 가기로 결정이 됐을 때서야 "어이쿠, 큰 일났다!" 싶었다. 그 즈음부터 동네 교회의 문화센터에서 챈트(리듬과 운율이 있는 노래) 방식으로 ORT책을 따라 읽는 -아니, 의미 모르고 '따라 부르는'이라는 표현이 썩 적절하겠다- 수업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영어와 친해지라는 의미에서 보냈다. 그리고 출국 전까지 석달 간, 알파블록스라는 Cbeebies(BBC의 어린이 방송)의 파닉스 학습 동영상을 하루에 15분 정도씩 석달쯤 보여주었다. 알파블록스는 각 음소의 캐릭터들이 나와 자신의 소리를 알려주고 음소 캐릭터들끼리 불꽃튀듯 만나 음운의 소리 만들어내 알려주는 방식이다. 아이는 그 동영상이 그렇게 재밌었는지 15분만 보는 걸 아쉬워했었다.
그냥 영상의 재미만 보고 학습효과는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영국에서의 등교가 시작되기 전에 자연사박물관에 놀러갔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읽을 수 있냐고 물으니 Tyrannosaurus를 더듬더듬 읽어내곤 또 다른 공룡을 보러 휙~가버렸다.
알파블록스는 마법이구나?
그 외에 따로 영어 공부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러니, 학교에 가서 '난 영어 못해'라는 말을 I am not English라고 했지. 그저 모든 것을 Be동사로 처리하던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학교에 갔을 때는 만5세 Year1 세 학기 중 마지막 학기였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파닉스는 끝이 난 상태였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아직은 책을 줄줄 읽는 정도는 아니고 떠듬떠듬 읽었다. 그래서 부모가 모두 영국 네이티브인 아이들도 ORT기준으로 Red 정도의 책을 읽었고,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Pink로 시작한 책을 며칠만에 Red 책으로 바꾸어 보내주었다. 물론, 한 학년 정도 읽기 레벨이 높은 아이들도 있었다.
엄마인지라 마음이 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학습을 떠나서, 아이가 학교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친구도 생겨서 즐거워지길 바라는 이유에서, 읽기나 쓰기보다도 듣고 말하기가 빨리 나아졌으면 했다. 어떤 엄마는 Nanny를 하루에 2-3시간 대학생으로 고용해서 아이의 영어를 늘려주었고 효과가 좋았다며, “애 길게 힘들게 하지마”라며 독촉하였다. Nanny는 우리로 치면 낮시간에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인데, 영국에서는 밤중에 아이를 봐주는 것을 Baby sitter라고 한다. 알아보다보니, 그 외에도 1:1로 Nanny보다 교육적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Childminder도 있어서 그 협회에서 적당한 선생님이 있는지 검색해보기도 했다. Baby Sitter, Nanny와 Childminder 중에 교육을 수료한 건 Childminder였고 세 종류 모두 영국의 교육 평가 기관인 Ofsted에 등록되어 있어서 선생님에 대한 평가 이력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또 영어가 부족한 어른이나 아이를 대상으로 무료로 방문수업을 해주는 Charity단체도 알아보긴 했었다. 직장에서의 적응하느라 내 코도 석자인 지라 알아만 보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는 남는 방이 있었으니, 숙식을 함께 하며 아이를 봐주는 Au pair를 구해도 좋았을 뻔 했다. 주로 유럽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많이 하는데 독일 친구들이 꽤 많았고 프랑스 친구들도 있었다. 독일인들은 독일어가 영어와 어원이 같아서 영어를 정말 잘한다. 다만, 같은 단어가 많아서 영어단어를 독일식으로 발음해버리는 문제가 있다. 여튼, 그땐 그런 것을 몰랐다. 결국, 그렇게 고민만 하다 시간은 흘렀고 어느 순간 그럴 필요가 쉽게 없어졌다.
아마, 아이가 들은 것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파닉스를 적용해서 '소리나는대로 다 틀리게'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가고, 틀린 문법으로 신데렐라 이야기를 지어하던 게 학교를 가고 2개월쯤 되었을 때 였던 것 같다. 그 사이 2주간의 이스터 방학도 있었으니 실제로는 1개월 반이었다. 8:45 to 3:15, 6시간 반 영어 노출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만 5세반 아이의 언어 흡수력은 괴물에 가까웠다.
와... 어떻게 영어를 이렇게 멋대로 소리나는대로 쓰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당시에 물어보고 밑에다가 무슨 고전문학 공부할 때처럼 해석본을 썼다. 한국에서 파닉스 파닉스 난리일 때, 파닉스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이걸 보면 원어민 아이들은 이미 아는 언어와 소리를 글자를 만드는 소리 원리를 배워서 옮겨적으면 되니까 완전 의미있겠구나 싶었다.
다음 편에는 본격적으로 영국에서 아이의 영어를 키운 네 가지를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