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is rubbish?!
영국 현지에서 가서 들으면 화들짝 화들짝 놀랄 영어들, 당황스러운 영어들, 이게 내가 아는 뜻이 맞나 싶은, 쉽지만 어려운 영어들에 공황에 가까운 당황을 하곤 했다. 영국의 랭귀지 스쿨, 회사, 업무 이메일 등을 통해, 영어를 아는 게 아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주었던 재밌는 영국 영어들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Rubbish,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단어가 맞다. "쓰레기, 쓰레기 같은" 미국 영어를 주로 배우는 우리에게 아는 단어이긴 하나, 쓰레기 하면 Waste가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쓰레기통, Bin도 그러하다. 미국에서는 Waste basket이나 Trash can이 더 많이 쓰이니, 영국에 넘어가기 전까지 Bin이 머릿속에 그리 많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Litter도 그 중하나이다. 말할 때는 Bin을 많이 쓰지만, 공중 쓰레기통에는 대부분에는 Litter라고 쓰는 문어체적인 단어이다.
여기까지는 사실 좀 지루한 이야기였다. 회사에 출근하고 이틀째 되던 날, 파트별로 팀장급이 한 명씩 업무 소개를 해주었다. 그중 도시계획 매니저였던 Hannah는 어떤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It's rusbbish라고 흘러가듯 말했고, 순간 본인도 살짝 머쓱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이게 그렇게 쉽게 낯선 사람 앞에서 써도 되는 단어인가?' 흔들렸다. 이런 영어에 대한 혼란이 올 때가 많았지만, 이것이 그 첫 경험이었다. Rubbish는 구어체로 "쓸모없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할 때 "쓰레기 같은"이라는 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그간 경험이다. 사실은, '쓰레기 같은'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미쳤어, 미치겠어"라고 한다고 해서 그 말 그 뜻 그대로 만큼 심각한 뜻은 아니듯, "이런, 쒸레기같은" 정도까지의 강도는 아닌 것이다. 체감상, "별로야, 쓰잘데기 없어" 정도로 빈번하게 쓰였다.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듣기 쉬운 말은 아니나. Mad에 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정말 좋아하거나, 완전 몰입해있거나,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우리의 "미쳤어"와 거의 완전히 같은 용법으로 자주 쓰인다. Are you mad?는 미드 영드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귀족 이야기를 다룬 영국드라마 Downton Abbey에서도 Jolly good과 함께 Madly라는 표현이 아주 자주 등장한다. 둘 다 강조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Jolly good은 살면서 한번 정도 들어본 듯하지만 "완전 좋아"라는 강한 동의의 뜻이다. Madly는 "와안~~~전"같은 의미로 일상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be mad at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평범하게 쓰이는데, She is mad at her pet처럼 말이다. 절대 나쁜 의미라고 할 수 없다. mad for, carzy for와 같이 "~에 미쳐있을 정도로" 좋아하거나, 빠져있거나, 미치도록 좋아 같이, 부정은 강한 긍정을 의미하도록 쓰인다. Crazy!는 좀 익숙하지 않은가? 이 역시, 긍부정의 놀랄만한 것이나, It's crazy!와 같이 엄청 좋을 때도 쓰인다.
킹스턴 컬리지 랭귀지 스쿨 선생님이 그랬다. "Nice? 정말 쓰레기 같은 단어야, 의미가 없어. Yes도 Nice, 알겠다도 Nice, 싫어도 Nice, 정말 별로여도 Nice, 정말 meaningless 해, 정말 쓰레기 같은 단어라니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성질머리 안 좋던 독설가 토박이 잉글리쉬 할머니 강사였다. 그런데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Nice는 파고들어 보면 "좋다!"는 의미로 쓰이는 일이 거의 없다. 좋다고 할 거면 차라리 Good을 쓸 것이다. Nice는 거의 인사성 언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니 그 속내의 의미는 외려 부정이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5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어의 "좋네요" 정도인 것 같다. "좋아요!" 하면 정말 좋은 거지만, "좋네요"는 정말 중의적이거나 나쁘다는 말을 못 해서 쓰는 말이지 않는가.
사무실에서 Nice라는 표현을 들으면 그래서 늘 찝찝했다. 표정을 잘~보고 후속으로 따라오는 말들을 들어봐야 했다. 정말 Nice였다면 그 뒤에 관심을 보이며 그것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물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Nice로 끝났다면 아시겠죠?
정말 좋을 땐 Good을 안 쓴다. 상대의 표정이나 다른 제스처를 잘 보긴 해야 한다. 엄지를 치켜들며 Good이라고 했다면 진짜 Good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수업을 듣거나 할 때 Good이라고 했다면 "그냥 그냥"정도거나, 틀린 것을 고쳐주기 전에 일단 "좋아~, 그런데" 요런 의미로 받아 들어야 한다. 아니면, "맞다" 또는 "그 말도 맞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정말 잘한 거라고 받아들이면 혼자 기쁘고 마는 것이다. 정말 잘했다는 의미를 포함하려고 할 때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소 Very good, 진심 잘했다고 생각한다면 Excellent를, 성격이 활달한 사람이라면 Perfect!를 쓸 것이다.
아우, 오글거려. Lovely라니. 입에 붙이기 어려운 말이었다. Nice 만큼이나 모든 의미로 쓰이지만 Nice와 달리 부정적인 속내를 절대로 포함할 수 없는 단어이다. 물건을 계산하고 Do you need a bag? 또는 Cash or Card?하고 물었을 때, No, thanks나, Card please라고 대답을 했는데 Lovely!라고 하는 대답을 들으면 '오! 이럴 때도 러블리하나?'싶기도 하다. I got it, good.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Card or Cash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나면 Cool!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정말 본인이 Lovely했던 인사팀의 Carola는 이메일의 앞머리에 늘 "Dear lovely OO"라고 달아보냈었다. 그걸 볼 때마다, 언어 때문에 한층 무뚝뚝해진 내가 'Lovely하다니', 이메일을 누가 볼세라 빨리 스크롤을 내리며 부끄러워 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She is lovely -심지어 He에게도 Lovely라고 하기도 한다.-라는 표현은 She is good라고 새겨들으면 되겠다. 억양의 강조에 따라 진짜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화자에 따라 인사치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She is nice보다 좋은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말로 치면 "그 사람, 사람 참 좋아~!"같달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쓰는 단어이다. 영국에서는 아기들이 귀엽거나 할 때도, Pretty같은 외모적인 표현은 상대적으로 잘 쓰지 않고, Beautful이라는 표현도 쓰는 걸 들어본 일이 없다. 어린 아기들을 칭찬할 때 Cute이라는 표현도 쓰지만, Sweet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린이들에게도 외모든, 성격이든, 애교 많은 행동이든, 통칭 칭찬을 할 때 두 손은 얼굴 옆에 깎지를 끼고 눈에 하트를 그릴 듯한 느낌으로 쓰는 말이 Sweet이고 Lovely이다. 영국인들에게서 꼭 한 가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Pretty나 Handsome같은 표현으로 칭찬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Beautiful이라는 표현도 눈이나 머리카락이 아름답다고 표현할 때는 쓰지만 사람 전체의 외모를 대놓고 칭찬하는 표현으로 쓰도록 아이들이 보고 배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한 선배가 "영국에 가면 Cheers를 많이 쓴다!"고 했다. 갸우뚱, 언제 쓴다는 걸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봐도 손에 잡히는 것은 건배사뿐이었다. 건배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할 때도 Cheers를 쓴다는 사실! 사무실 복도에서 발걸음이 엇갈려 옆으로 비켜주었을 때, 카페 문을 지나가며 문을 잡아주었을 때, 어떤 상황에서 약간의 양보를 했을 때, 주로 남자들에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Cheers였다. 보통 '엄치 척'과 함께 따라오는 말의 느낌인데, '너 참 잘했다. 나이스 하다. 덕분에 우리 모두 좋았다.'같은 뜻으로 육감적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내가 너에게 고마울 때보다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좋게 만들었을 때 “좋아요~, 좋았어요!” 같은 의미로 들려왔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건, 사무실의 프랑스 출신 레슬리에게서였다. 프랑스인은 독일인에 비해서 확연히 영어를 못하는데, 정확하게는 독일어가 영어의 어원이라 독일인들에게 영어가 너무 쉬운 것. 어학원에서도 프랑스인이 옆에 있으면 위안이 되었다. 레슬리는 15년을 영국에 살았지만, 영국인 발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너의 발음은 알아듣기가 좋아"라고 했을 때 고맙다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보고서도 척척 쓰고, 지방자치단체 저널에 공저(?)할 때 팔 할은 그녀가 썼다고 해도 될 정도로 내용은 내가 만들고 (내가 쓴 것도 영어였지만) 공식적으로 읽힐 만큼 영어답게 만든 것은 그녀였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영어 선생님과 같았던, 하지만 여전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던 그녀가 발음했던 No worries를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못 알아듣던 업무 축약어랄지 모든 영어를 몰아서 하나하나 물어보고 다니던 때였다. 내 귀에는 Noris로 들려서 레슬리에게 다시 물어봤지만 그녀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No worries는 원래는 호주 영어라고 한다. 호주 드라마를 통해 영국에 들어와 빈번하게 사용되었다고. 말하자면 no problem에 가깝지만 Thank you나 Sorry에 대한 대답으로 No worries를 들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고마워~"하면 "뭘~, 아무 것도 아니야~"하는 것처럼 "걱정 없어~!"라고 하는 것이다. No worreis!라고 하고 나면 왠지 쿨내 풀풀 나는 듯해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한번 써보자, No worries!
Please, please, please~ 아이들이 보챌 때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고 우리에게도 예의 차린 표현으로 모르는 이가 없는 단어지만, Please의 효력은 상대를 해제시킨다는 점에서 마법 같은 단어이다. 상대가 거절을 했는데 다시 한번 부탁해야 할 때는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웃으면서 Please를 외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뭐, 때로 정말 안 되는 일일 때는 Don't say please라는 말을 들어야 할 수도 있지만 절박하다면 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냥 Yes만 하는 것보다 Yes, please.라고 하면 좀 더 고상해 보였다. 앞에 물건을 계산하던 영국인이, 계산원의 Do you need a reciept?에 Yes, please.라고 대답했을 때 "네, 그렇게 해주세요~"에서 풍기던 그 느낌이 좋아서 그 이후로 어디서나 Yes보다는 Yes, please.라고 쓰기 시작했다. 앞의 경우에서 Please는 좀 몸을 낮게 깔고 가기에 살짝 스스로 비굴한 감이 들 때도 있지만, 상대의 호의를 구걸함으로써 상대를 약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후자는 오히려 내가 위에서 우아를 떨면서 Please를 하는 느낌이라 나를 스스로 올리는 기분이 들었었다. Yes라고만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말이 좀 짧다?"의 말이 짧은 사람(?)같이 느껴진달까?
Not fair는 영국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영국 아이들에게서도 서로 간의 대화에서 정말 빈번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영국이 그렇게 공평한 나라는 아닌 거 같은데 정당하지 않다는 말은 상대에게 훅 찌르고 들어가나 보다. 아이 학교가 방과 후 수업에 해당하는 After school계획을 늦게 발표해서 회사 퇴근 시간 때문에 돌봄 교실인 Wrap around care를 먼저 신청했었다. 후에 방과 후 계획표가 나왔을 때 신청을 하게 되어 중복으로 신청이 되었기에, 한국이라면 당연히 돌봄 교실 비용을 환불받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오피스에 갔다. 하지만 이미 방과 후 인원수에 맞춰서 선생님을 고용했기 때문에 환불을 해줄 수 없다나? 나참, 이게 무슨 부당한 처사인가 싶었다. 그 이후로는 영국은 조용하면 개인이 희생해야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음~ 너네가 그렇지 뭐'하고 태연하게 생각했지만, 그때는 그럴 수 없었다. 돈도 싸지도 않았지만, 돈보다도 너네 영국이 이렇게 부당한지, 시스템이 엉망인지 꼭 따져야 직성이 풀리겠더라. 그래서 당신네들도 다 알, 일의 전후를 이야기하고 환불을 해주는 게 맞다며, 수학에 약할 오피스 매니저를 위해 준비해 간 계산식까지 보여줬지만, 오피스 매니저는 머뭇거렸고, 담당 선생님을 만나야 했다. 같은 이야기를 또 듣고 있어야 했다. 그때 외친 한마디가 Not Fair였다. 그녀는 멈칫거렸고 효엄이 있었다. 계산식이 적힌 종이를 너를 위해 내가 준비했다며 친절을 떨며 건네주고 돌아왔고, 돈을 차후에 환불받을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들에게 Fair하다는 것은 무엇이기에 그 말이 그렇게 효력이 좋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