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영국학교 적응기
앞에서 말했던, 그 우열 교육 말이다.
학교를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나는 에메랄드인데 닉이랑 찰리T랑, 엘라랑 같은 그룹이야"라며 누구누구는 사파이어고, 누구는 다이아몬드인데, 수학 시간에는 그게 또 그룹이 달라진다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그때 그래서 어렴풋 영어, 수학 수업에 우열 그룹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저 궁금했다. 뭐... 우리 아이야 당연히 최하위 그룹이겠다고 생각했지만, 몇 개로 나눠지는지, 그래도 올라가야 할 단계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 쳐다볼지 말지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학교 오피스에 가서 -영국에서는 우리로 치면 학교 행정실 같은 곳인데 1명 정도의 사무직원이 있으면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 창구이다- 수업시간에 그룹이 있다던데, 어떤 그룹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더니, 사무직원은 선생님을 불렀고,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을 만나볼래요?", "네, 고마워요." 아... 내 입이 내 것이 아닌 건지, 뇌보다 입이 빨라 만난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만날 날이 정해졌고, 어느 날 아침 인상 좋은 할아버지 Mr. Riat의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Mr. Riat은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걸 그 면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은 수학과 영어 수업에 그룹이 4개로 나눠진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지금 우리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며, 이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변한다고 하였다. 아마, 내가 따지러 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본인도 이탈리아에서 처음 왔을 때 아이들에게 CBeebies를 많이 보여주었고, "티비에 자막 되나요?, 우린 아이들에게 자막을 켜놓고 보여줬어요."라며 걱정도 하고 있지 않은 나의 걱정을 걱정해주었다. 열성 동양인 엄마라면 그러리라 생각했던 걸까?
이스터 방학 2주를 포함해서, 학교를 다닌 지 두 달이 안되었을 때 리딩 리코드에 그룹이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메모되어 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첫 학부모 상담 때 담임선생님은 수학 그룹은 사파이어인데, 수학의 문제는 아니고 영어의 베이스가 있어야 하는 문장제 수학의 패턴을 이해하고 풀이과정을 서술식으로 Reasoning 하는 게 아직 언어 장벽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담 때는 영어 그룹을 다이아몬드 그룹에 넣어주었는데 -아이가 상담 며칠 전 다이아몬드 그룹에 들어갔다고 제일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고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했었다- (꼭 그만큼의 실력이라서보다는) 그 그룹의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배우라고 그 그룹에 넣었다고 찡끗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