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치몬드 너른 들판, 말달려보자

아이와 영국살이를 떠난다면 꼭 해봐야 할 활동, 제6탄 - 영국승마

by Scribblie

이상하게 한 번씩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날이면 동물 똥냄새가 나고, 출근길에 섬유질 가득 모닝똥이 푸짐하게 길거리에 철퍼덕철퍼덕 떨어진 것을 자주 목격했다. 리치몬드 파크 입구에서 말이 심심찮게 교통을 마비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승마장이 우리 집과 등을 맞대로 있었던 것. 어쩐지 말똥 냄새가 나더라니만.


체험해보자, 리치몬드 파트 말타기

그래서 가보기로 했다. 처음 마음엔 너도 타고 나도 타고 였지만, 말 타는 값이 그리 싸랴. 뭐든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들이대면 거부반응 오는 녀석이기에 가볍게 Richmond Pony Riding으로 시작했다. 가이드가 말을 끌어주며 40분 정도 리치몬드 파크를 조금 돌아다니다 돌아오는 것인데, 말을 (내가 타진 않았어도 말을 탄 기분으로) 타고 리치몬드 파크를 보는 시선은 보행 시선과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 킹스턴 게이트로 들어가는 데까지만 10분이 걸리다 보니 실제로 공원은 돌려다 말고 나오는 그런 기분에 가깝지만 그래도 Must-Do 아이템이다. 게다 우리의 첫 포니 Tom Tom은 공원에 들어서자 풀을 뜯기 바빠 더 못 다녔달까? 하지만 아이한텐 그것조차 즐거운 경험이니 돈타는 내 마음은 속에 고이 담아둔 채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만약 한국에서 승마 연습을 좀 하고 가서 혼자 말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면 말타기에 천국 같은 환경이었다. 가끔 리치몬드에 피크닉을 가면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연출되곤 했는데, 멋지게 근육질 말을 타고 혼자 또는 그룹으로 그 리치몬드 평원(?)과 둔덕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걸 보면 진심 부러웠다. 승마 수업 비용은 검색해보니 영국과 한국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말 타는 환경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출정! 말 달리자~ 말 달리자~ 물론 그럴 순 없었다. 승마를 1도 몰랐기 때문이다. 만약 승마를 좀 할 줄 알았더라면 라이딩하기에 천국같은 환경이었으리라. 어우 눈부셔
얘야, 풀 그만 뜯어먹고 말좀 태워 주거라~


수업을 등록하다.

그렇게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막상 스탬프 찍힌 걸 보니 4번밖에 레슨을 안했다는데 그럴리가 없다 그럴리가 없어, 왜 나는 10번은 한 기분일까? 그래도 한 달이나 석 달, 10회 차 이런 식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되고 내킬 때 전화해서 등록하면 되니 참 다행인 내 지갑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예약 시스템이 전화 밖에 없어서 전화도 부담스러운 데다가 통화도 잘 안되어서 예약이 힘들었다. 지금은 홈페이지에 예약 시스템이 갖춰진 듯한다.

우리가 영국을 떠나올 때쯤 그 자리가 주택으로 건축 허가가 나는 것에 대해 킹스턴 카운슬에서 주민의견 조사를 한다는 레터가 집에 도착했고, 나중에 라이딩 센터에 체싱턴으로 이전한다는 안내가 붙은 것을 보았다. 주민들 중에는 서운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주변에서 라이딩센터의 냄새나 이용객들로 불편을 겪었을 사람들은 반갑기도 했을 것 같지만, 우리는 내심 서운했고 영국 있는 동안 이전하지 않고 잘 활용하고 떠날 때나 되니 20-30분 거리로 이전하는구나 싶어, 어쩜 운명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체싱턴으로 이전하여 리치몬드 포니 라이딩은 사라졌지만 Hack이라는 이름으로 가이드가 끌어주고 라이딩을 경험하는 레슨이 있나 보다. 비용은 그때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때와 같이 방학 캠프 개념의 승마 수업도 여전히 있고 그때는 보통 모자가 포함된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레슨 종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처음 정식으로 수업을 듣는다면 Lead-Rein이 가장 기초인데 37파운드로 우리 돈 5만 5천 원 정도 된다.

킹스턴 라이딩 센터 2021년 레슨과 비용 (출처: Kingston riding centre)


두둥! 드디어 첫 수업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포니로 연습을 시작했는데 포니도 크기가 두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말들로 시작했다. 수업 중간쯤에 조금 더 큰 말인 Spider로 바꿔 달라고 다음 레슨에는 이야기하라고 해서 중간에 말의 크기가 한번 바뀌었다. 승마장은 실내가 있고 실외가 있는데, 여름이 되면 실내는 너무 덥기도 해서 또 다른 더운 실외에서 한다. 그래도 갇힌 공기의 더움보다는 뙤약볕이 낫달까? 역시 수영장처럼 시설은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 영국이다.

실내 승마장과 실외 승마장

키가 작아서 올라타기 어렵다. 그래서 단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 올라가서 말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말을 가고 서게 하는 명령을 배운다. 말이 고개를 떨구지 않도록 고삐를 잘 잡고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줄 몰랐다. 어느 정도 고삐 조절을 익혀갈 때쯤엔 가볍게 뛰는 트롯팅을 했다. 그러다 우리의 승마는 완성되지 못하고 끝이 났다.

올라타기, 고삐연습, 빌려착용한 모자와 신발. 신발은 찝찝해서 나중엔 그냥 본인 레인부츠를 신겼다.
말을 타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 한번 있었는데, 말을 마구간으로 끌고 가서 넣고 고삐를 풀어주는 경험이었다.


9월이었나 보다. 마지막 승마수업은 리치몬드로 트롯팅을 나간 것이었다. 처음 리치몬드 라이딩 때는 너무 아쉽게 잠깐 찍고 돌아왔는데, 이번 가이드는 아이가 말 타는 것이 아주 처음도 아니고 대화도 조금 되고 하니 트롯팅을 할 수 있는지 묻더니 몇 번 시켜주었다. 승마장에서 연습하는 트롯팅과는 또 사뭇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좀 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트롯팅 in the Richmond Park
트롯팅을 하다 만난 사슴떼. 계절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때라 그렇지 봄과 가을 이맘때가 사슴떼를 만나기 가장 좋은 시즌이다.


스페셜 이벤트! 할로윈 라이딩.

영국에는 이스터, 할로윈, 추수감사절 등등 잊을만하면 다시 오는 홀리데이 건수도 참 많은 데다, 건수마다 돈을 벌 기획도 열심히 한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할로윈은 아이들의 하프텀 방학이다. 하프텀 홀리데이 캠프 승마수업도 있다. 하지만, 이미 승마에 마음을 비우기도 했고, 비싸기도 하고, 그냥 할로윈 코스춤을 갖춰 입고 탈 수 있다는 이벤트만 경험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부모가 이 승마 클럽에 회원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가이드도 그 부모이거나 심지어 누나가 동생의 가이드를 맡은 경우도 있었다. 자기 아이들 이벤트에 판매를 곁들였달까?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은 한국에도 Team Work라는 소수 그룹 운동 프로그램이 있듯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Community가 이렇게 사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많다. 상당히 Localising 되어 있달까?

각자 키에 맞는 말을 타고! 출정 준비!
단체로 줄지어 리치몬드 파크로 향한다. 이제 제법 가이드와 쑥스러워하지 않고 대화도 나눌 정도로 익숙해졌다.
리치몬드 파크 안에 들어섰다. 말을 좀 탈 수 있는 아이들은 앞으로 모아서 오르막이나 내리막에 속도를 좀 내서 달리도록 하기도 했다.
라이딩 센터로 돌아오는 길. 영국의 한가함이 느껴진다.
우리의 용사들. 뱃지에 살고 죽는 영국인들답게 할로위 라이딩 인증 뱃지를 각자 가슴에 달아주고 기념 촬영!


또 하나의 추억이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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