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ribblie Jun 30. 2021

"Egg"citing 영국학교, 여기가 소확행 맛집

이채로운 영국 초등 생활

EGGciting, EGGcellent 부활절 in 영국학교


 학교에 첫 등교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터였다. 이스터와 동시에 방학인데, 방학을 하기 전에 특별한 행사들이 있다. 방학식날은 수업도 평소보다 약간 짧고 점심으로 로스트 터키랄지 특식이 나오기도 했다. 이맘때가 되면 모든 영국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이스터에그 꾸미기 행사에 참여한다. 학교 뉴스레터에는 참 재밌는 말들로 컴피티션을 소개하였다. Extravaganza는 Eggstravaganza, Example은 Eggsample, Excellent는 Eggcellent라고 말장난을 해가며 재미나게도 안내를 보내왔다.

학교에서 보내온 달걀 꾸미기 이벤트 뉴스레터의 계란 디자인 "Egg"sample!!

 영국 학교에 들어가고 처음 맞는 학교 행사이자 과제물이었다. 빠질 수 없다며 위트를 더해가며 열을 올려 만들어갔지만 영국인들 코드에 안맞았던 것이었을까?! 시상 작품이 되진 못했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의 작품을 어떻게든 최대한 사진에 담아 뉴스레터와 학교 페이스북에 올려주었었다.

어어, 저기 달걀 얼굴의 지저스 있네~ 우리 꺼 우리 꺼!!

 학교는 상을 탄 아이는 상장을, 못 탄 아이에게는 참가상처럼 증서와 이스터 버니 초콜릿을, 모든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경쟁보다는 다 같이 소소한 행복, 그런 게 영국이었다. 아이는 먹지도 않고 엄마 아빠와 나눠먹으려고 고이 아껴서 집에 가져왔다. 일곱살의 참 소중하고도 예쁜, 어린 마음이었다.

그저 참가했다고 "축하한다!!"며 엄청 크고 화려하게도 보내왔다.


 학부모회에서는 학교 운영비를 모으기 위해 이스터 케이크 판매 행사를 하기로 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케이크를 사거나 만들어서 기부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방법은 그 케이크를 사는 것이다. 기부할 케이크는 학교 리셉션에 주거나, 판매하는 바로 그 현장에 주어도 된다.


 학교는 익사이팅 아니고 에그사이팅 Egggggggciting한 이스터 케이크 판매에 대한 내용을 학부모회를 모집한다는 내용과 학교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기로 했다는 사뭇 진지한 내용 끝에 개구지게 덧붙여 이메일로 보냈다.

"Egggg"citing Event!!  이스터 케이크 판매, 두둥!




오늘은 선생님도 여왕, 로열 웨딩 데이 in 영국학교


 2018년 5월 영국은 해리 왕자와 메건의 결혼식으로 떠들썩했다. 지금은 그 사이 여러 불협화음 끝에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을 떠났지만, 결혼 당시, 사람들은 왕실의 결혼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소하게 즐겼다.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학부모 이메일로 오후에 파티를 할 것을 알리며 드레스 코드와 스낵 지참할 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알러지 흔한 영국에선 근처에만 가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친구들을 위해 너트 프리로 준비해야 한다.

 영국에는 드레스코드라는 것이 있어서, 드레스코드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이 정도 행사면 이런 옷을 입어야지 같은 상식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감각이 없으니 드레스코드가 명시된 행사가 고맙곤 했다. Mufti Day에 입고 올 옷의 색상을 정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이 행사에서는 '빨강, 파랑, 흰색이나 하객 복장 또는 로열패밀리 멤버처럼 입고 오라'고 재미난 드레스 코드를 주었다. 우리는 하객룩을 선택했다.


학교에서 보내온 행사 안내 이메일
우린 하객룩을 택했다. 핑크 스쿠터 타고 학교 출동! 5월이었는데도 장갑에 토시까지 아침엔 날씨가 쌀쌀했나보다. 등굣길 영국의 아침 햇살은 깨질 듯 눈부셨다.


 이런 영국인들의 위트란! 담인 선생님은 여왕 가면을 쓰고 아이들의 등교를 여느 때와 같이(?) 맞이하셨다.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겠냐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고, 찍었던 사진을 학교 이메일로 공유했었다.


 작은 것도 빠뜨리지 않고 즐기던 영국인들에게서 삶을 소소하게 즐기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었다.  끝났다 싶으면 또 오는 자잘한 이벤트들, 작은 것도 늘 이렇게 소소한 기쁨으로 즐기는 법을 영국 학교를 통해서 영국인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비춰볼 수 있었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벤트로 점철된 일상을 만들어가는 영국인들에게 로열 웨딩은 얼마나 큰 건수인가?! 한 세기에 몇 번 오지도 않을 행사!



작가의 이전글 특별한 경험을 원하시나요? in 영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