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고양이를 그릴 필요는 없겠지요.
새를 그리고 나서 그다음엔 무얼 그릴까랬더니,
아는 언니가 “고양이!”랬다.
고양이 그림. 보송보송하고 가느다라 하고 빼곡한 털, 날카롭고도 초롱초롱한 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심상.
그런 고양이 실사 그림은 애당초 옵션에 없었다. 내 능력 영역이 아님이 틀림없으니.
보면 거절할 수 없는 눈망울의 장화 신은 고양이를 그리기로 생각하고 스케치를 완성했다. 그 고양이를 들여다보는데.. 아롱아롱 눈빛은 모르겠고,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심술궂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기특하게도 그 그림을 붙잡고 늘어지지 않고 구겨버렸다. 작은 포기를 몰라서 전체를 포기해온 삶을 반복하지 않는 것에 “짝짝짝”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그러다 꽂히는 사진 하나 발견.
1시간이면 그리겠지. 하고 시작했다 동이 텄다.
꼭 그렇게 세상에 프로토타입으로 기대를 맞추며 살 필요가 있겠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잖아요?